“홍보수석실서 홍보기획사에 의뢰”…청와대 “괴문서” 부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세종시 여론 개입’을 막기 위해 정부가 ‘우호적인 청와대 기자를 활용한 사전 홍보’에 나설 것을 제안해 물의를 빚은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한겨레> 1월14일치 3면)은 국무총리실이 아니라 청와대의 의뢰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는 지난 6일 박 전 대표에 대한 대응책을 담은 문건을 보고받기에 앞서 지난달에도 ‘여당 내 분란 확대 방지’ 방안 등을 담은 같은 제목의 문건을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14일 “애초 세종시 수정을 주관하는 총리실에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내의 유명 홍보기획사에 의뢰해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실에선 그 문건을 작성하지도, 의뢰하지도 않았다”며 “청와대 등에서 의뢰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는 “괴문서다. 우리는 그런 것을 의뢰하거나 만드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작성된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은 박 전 대표를 그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 ‘피-팩터’(P-Factor)로 명기하고, ‘피-팩터’의 여론 영향력에 따라 세종시 수정이 무산되는 위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충청권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친박계를 포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작성된 문건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 따른 ‘여당 내 분란 확대 방지’를 위해선 ‘원안 고수 친박’ 대 ‘수정안 친이’의 대립구도가 부각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수정안 발표 후 친박 진영의 반대와 분당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 미래를 위한 선택임을 진정성 있게 호소”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기자와 방송을 정권 홍보의 도구로 쓰겠다는 기획을 위정자들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한심스런 발상”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언론과 기자를 정쟁의 도구로, 더 나아가 홍보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버젓이 정부기관이 의뢰한 홍보 전략에 나와 있다는 것”이라며 “활자화된 괴문서의 출처와 쓰임새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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