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기 성남 분당을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강재섭 전 대표가 7일 오전 성남 분당구 정자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27 재보선] 분당을 후보들 동행르포 한나라 강재섭 전 대표
‘15년 토박이’ 강조 민심잡기 50~60대 여당 지지 견고해
“한나라 변해야” 비판도 확인…젊은층은 “누군지 모르겠다”
‘15년 토박이’ 강조 민심잡기 50~60대 여당 지지 견고해
“한나라 변해야” 비판도 확인…젊은층은 “누군지 모르겠다”
7일 분당에도 비가 내렸다. 유권자들은 ‘방사능 비’라 걱정했겠지만, 4·27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에겐 ‘봄비’일지도 모른다. 공천 과정에서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박계동 전 의원이 이날 오전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박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강 후보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 공천 과정에서 박 전 의원은 경선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강 후보를 공격했다.
낮 1시께 강 후보는 박 전 의원 사무실로 성큼 걸어 올라갔다. 오후 유세 일정도 취소했다. 강 후보가 “고생 많지요”라고 외쳤다. 둘은 악수했다. 껴안았다. 박 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강 후보가) 이길 수 있게 힘쓰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분당 정자역 앞 한 건물에서 4층과 5층에 나란히 선거 사무실을 내놓고 있었다. 한 건물에 입주한 이래 첫 만남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 이유를 묻자 강 후보는 “분당 주민들을 계속 편안하게 하고, 그걸 기반으로 당의 화합과 정권 재창출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한나라당이 정신 재무장을 하도록 콕콕 찌르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했다.
강 후보는 아침 6시30분부터 분당구 한솔마을 7단지 사거리에서 방사능 비를 맞아가면서 한 시간 동안 출근길 유권자들을 만났다. 비가 거세지자 정자역으로 옮겼다. 강 후보가 “잘하겠다”고 하자, 간혹 “한나라당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지청구가 돌아왔다.
한나라당엔 ‘천당 밑의 분당’이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한나라당에 대한 견고한 지지세가 확인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한 남성은 “뭘 어떻게 하든 손학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50대 주부는 “우리 선택이 있다”며 여당 지지를 확인해줬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한나라당 심판’의 분위기도 더러 확인됐다. 이곳에서 5년 넘게 살았다는 임아무개(36·수내동)씨는 “손학규는 알지만 상대 후보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자역에서 만난 윤성종(29)씨는 “인지도 차이가 커서 손학규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강 후보도 인지도가 대선 예비주자로 뛰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견줘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3년 전부터 조용히 살았으니 나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놀이터, 유치원 등을 돌아다니면서 젊은 주부들을 만나보니 제자리가 잡히는 것 같다”고 했다. 공천 이전의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민심은 다르다는 말도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서슴지 않고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거리를 두는 걸 선거전략으로 삼은 듯했다. 그는 “내가 3당 합당할 때 기조실장을 했고 한나라당의 적자, 뿌리라고 자부한다”면서도 “지금 한나라당은 웰빙, 엔조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하락, 전월세난, 물가 상승 등으로 이 지역 유권자들의 집권 여당에 대해 불만이 쌓인 점을 의식하는 것 같다. 강 후보는 “분당은 당이 와서 요란 떠는 거 싫어한다”며 “선거전략상 (지지유세 요청) 안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나경원 최고위원, 홍정욱 의원 등 스타급 의원들에겐 개인적 지원을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후보의 명함엔 ‘15년 분당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만약 (분당갑 선거구에 속하는) 서현역에만 살았어도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손 대표는 경기 광명, 서울 종로를 지나 여기 후보로 나올까 말까 고민했다. 지금은 미금역이 어디 있는지 엄청나게 공부하고 있을 것”이라고 손 대표를 겨냥했다. 양쪽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시 민심은 아직 안개 속에 있다. 강 후보 캠프 관계자도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싫다는 이들이 분당에 많다”고 털어놨다. 손학규 후보를 알거나, 그의 승리를 점치는 젊은 분당 사람이 ‘정치 불신’을 이유로 선거에 무관심한 게 강 후보한텐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 이날 만난 기자에게 손 후보에 호의를 표시한 임아무개씨, 윤성종씨도 “지금까지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는 무당파층이었다. 강 후보는 이날 비가 더 거세지자 오후 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비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성남/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강 후보의 명함엔 ‘15년 분당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만약 (분당갑 선거구에 속하는) 서현역에만 살았어도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손 대표는 경기 광명, 서울 종로를 지나 여기 후보로 나올까 말까 고민했다. 지금은 미금역이 어디 있는지 엄청나게 공부하고 있을 것”이라고 손 대표를 겨냥했다. 양쪽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시 민심은 아직 안개 속에 있다. 강 후보 캠프 관계자도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싫다는 이들이 분당에 많다”고 털어놨다. 손학규 후보를 알거나, 그의 승리를 점치는 젊은 분당 사람이 ‘정치 불신’을 이유로 선거에 무관심한 게 강 후보한텐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 이날 만난 기자에게 손 후보에 호의를 표시한 임아무개씨, 윤성종씨도 “지금까지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는 무당파층이었다. 강 후보는 이날 비가 더 거세지자 오후 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비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성남/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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