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비대위, 만나서 조정” 3차례 제안
황, 방법·일정 이유 거부…회동 무산
황, 방법·일정 이유 거부…회동 무산
“나는 만나자는데 황우여 원내대표가 연락이 없다. 원내대표 되더니 사람이 변한 것 같다.”(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친구간이니 얼떨결에 만나자고 (얘기가)오갔지만 공개리에 회담하면 안 된다.”(황우여 원내대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된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9일 하루종일 ‘이상한 숨바꼭질’을 했다.
회동을 먼저 요청한 건 정 위원장이었다. 황 원내대표와 소장파들이 안상수 전 대표가 퇴임 직전인 지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한 비대위 구성안을 ‘원인무효화’하려 하자, 정 위원장은 8일 “9일 비대위 출범은 미룰 테니, 일단 만나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황 원내대표도 일단 회동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밤 황 원내대표 쪽은 “안상수 전 대표를 포함한 3자 회동은 적절치 않다”며 회동을 거부했다.
정 위원장은 “그럼 단둘이만 만나자”며 9일 아침 8시로 다시 시간을 정했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 일정을 이유로 만남을 또다시 미뤘다. 정 위원장은 “오후 2시 반까지 일정을 확정해 달라”며 황 원내대표의 답신을 기다렸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는 이미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가 있는데 의원님들 말씀을 안 듣고 (비대위원장과 회담)하는 게 나의 철학에 안 맞는다”고 말한 뒤였다. 비대위원장과 상의 없이 11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자신의 주도 아래 비대위 재구성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황 원내대표와 회동을 통한 절충을 모색해온 정 위원장도 결국 오후 4시가 넘어 장문의 개인 성명을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전임 지도부가 비대위에 위임한 사항은 ‘최고위원회의 통상 업무와 전당대회 준비 관련 업무’였다.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어떤 권한을 행사할 것인가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한나라당에는 없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애초 최고위원회가 결정한 사항을 추인받을 것이다.”
15대부터 내리 4선을 쌓으면서 한솥밥을 먹어온 1년 차 친구 사이인 두 사람 가운데 1명이 11일 의총 결정에 따라 비대위의 수장이 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