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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성한용 칼럼] 박근혜 전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일

등록 2011-06-06 19:10수정 2011-06-07 09:55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난 3일 회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항복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 되는 것 막지 않을 테니 잘 해보라’고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합법적 면허’를 취득했다.

딱하게 된 것은 이 대통령 혼자가 아니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했던 친이명박계와 소장파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목숨을 구걸해야 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받고 당선되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박근혜의 보완재’를 자임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본인과 당을 위한 맹활약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만이 트위터를 통해 박정희 시대를 잇따라 비판하고 있는데, 무척 외로워 보인다.

그렇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했다. 드디어 정상으로 가는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그럼 다 된 것일까? 아니다. 국민들에게는 차기 대통령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폭발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을까? 어떻게 돌파하려고 하는 것일까?

“민생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다. 경제지표는 괜찮은데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심각하다. 예를 들어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데 물가는 많이 상승하고, 전셋값도 몇천만원씩 오르고, 또 청년실업도…”

일단 ‘진단’은 정확히 하고 있다. 최소한 국민들이 아파하고 있는 부위가 어디인지 확실히 짚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도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엉뚱하게 남 탓을 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런 경기 상승세는 지속되어야 하지만 국정의 중심을 민생에 두어, 성장의 온기가 일반 국민 모두에게…”


‘처방’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경선 후보의 ‘줄푸세 공약’,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허구로 입증된 이른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 말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먼저 파이를 키우자”는 논리다.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온기가 결국 윗목으로 올라간다는 비유도 같은 의미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경제에 대한 복안을 물었다. 그는 “줄푸세를 바탕으로 매년 ‘5+2’% 경제성장(기존 5% 성장에 법질서 확립 등 지도자의 리더십을 발휘해 추가 2% 성장)을 하면 매년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대통령이 됐다면 정말 매년 300만개 일자리가 생겼을까? 어떻게?

박근혜 전 대표가 아직도 ‘경기 상승세’ ‘성장의 온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줄푸세 공약’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지금 올바른 처방은 양극화를 강제로 해소하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다. 뜨거운 아랫목이 아니라 차가운 윗목에 직접 불을 때야 하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미래를 말하다>에서 부자들에게 ‘세금폭탄’을 안겨 소득을 재분배하고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 중산층을 육성함으로써 경제를 살린 미국 현대사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정부가 욕을 먹더라도 법을 만들어 양극단 집단 간의 불균형을 강제로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당신의 정책은 틀렸다. 성장지상주의 미신을 믿지 마라. 고용 없는 고성장보다 고용 증대를 수반한 저성장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바로 전날 뜬금없이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한 박재완 장관을 비판했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국민들의 피눈물을 닦아줄 의무가 있다. 지금 당장 말이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 잘할 수 있다고? 안 된다. 시간이 없다. 지금은 실업자 400만명, 근로빈곤층(워킹푸어) 300만명, ‘하우스푸어’ 100만가구의 시대다.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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