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에 걸어 들어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예진 전 경리부장 “2008 총선앞 김학인 이사장 지시”
검찰 “돈 찾은건 맞지만 누구에게 건넸는지는 진술없어”
검찰 “돈 찾은건 맞지만 누구에게 건넸는지는 진술없어”
학원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뒤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인(48·구속 기소)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진) 이사장이 이상득(78) 의원 쪽에 2억원의 공천헌금을 건넸다는 새로운 의혹이 2일 불거졌다. 김 이사장이 <교육방송> 이사 선임의 대가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 쪽에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에 이어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한편, 함구하고 있는 김 이사장의 입을 열기 위해 다각도로 압박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최근 한예진 전 경리부장 최아무개(38·여·구속)씨에게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김 이사장의 지시로 이상득 의원 쪽에 건넬 공천헌금 2억원을 마련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에 대한 수사 초기 제기됐던 정권 실세 상대 로비 의혹이 좀 더 구체화한 셈이다.
최씨는 김씨와 1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한예진에서 경리를 맡았다. 최씨는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의 수강생들이 내는 수업료 310억원을 빼돌린 김 이사장의 횡령에 적극 가담했다. 김 이사장의 비리를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는 측근인 셈이다. 최씨는 그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비리를 모두 폭로하겠다”고 김 이사장을 협박해 10억원이 넘는 고급식당 소유권을 챙긴 혐의(공갈)로 구속됐다. 최씨 쪽은 “김 이사장이 본인의 혐의를 물타기하려고 최씨에게서 돈을 뜯겼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친밀했던 김 이사장과 최씨가 검찰 수사를 계기로 완전히 갈라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는 김 이사장의 로비 의혹을 적극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의 진술만으로는 김 이사장의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는 ‘돈을 찾아서 사무실에 놔뒀다’는 정도의 진술을 했을 뿐, 누구에게 돈이 건너갔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돈을 마련하라고 지시받은 시기에 공천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추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 이사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히려면 당사자인 김 이사장의 직접 진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김 이사장의 ‘진술거부’ 탓에 애를 먹고 있다. 김 이사장의 계좌에서 수십억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사실은 확인했지만, 이 돈을 김 이 사장이 어디에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진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우린 여권 실세에 대한 첩보를 가지고 수사에 착수했던 것인데, 그 배후를 겁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김 이사장이 입을 다물고 있어 수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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