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돈살포’ 증언 재구성
지급액·영수확인 등 돈 받은 명단 구체적
“사무장이 편지봉투에…간혹 직접 찾아다니며 제공하기도 했다”
지급액·영수확인 등 돈 받은 명단 구체적
“사무장이 편지봉투에…간혹 직접 찾아다니며 제공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서울 영등포갑 공천을 받은 김영주 전 의원 쪽이 2008년 총선에서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돈을 살포했다는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다. 당시 선거 캠프에서 핵심적으로 일했던 내부 관계자들이 직접 작성한 메모와 서류 등을 바탕으로 제기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2008년 4월 총선 직전 상황을 꼼꼼하게 메모한 수첩을 공개한 김아무개(46)씨와 자신이 관리했던 금품 수수자 명단 서류를 제공한 장아무개(49)씨 등의 증언을 재구성해 보면, 김 후보 쪽 선거캠프는 우호적인 유권자 확보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에 영향력이 있는 각급 학교 학부모 모임이나 아파트 자치회, 호남향우회 등의 간부들에게서 유권자 정보를 얻고 이들을 통해 지지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여기까지는 다른 선거캠프의 활동과 비슷하다.
그런데 김 후보 쪽은 그 과정에서 ‘지인 카드’에 대한 대가를 지급했다. 지인 카드를 많이 제공한 이들에겐 수십만원에서 100만원까지의 돈을 제공했다. 선거법은 유급 선거운동원이 아닌 유권자에게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 또는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인 카드에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그리고 추천인 이름이 등장한다. 지인 카드에 이름이 오른 이들 상당수는 본인의 동의와 무관하게 입당이 됐다. 지인 카드를 많이 낼수록 더 많은 돈을 받았다. 김영주 후보의 7급 비서 출신인 장씨가 제공한 서류에는 이름/ 지인 수/ 지급액/ 영수 확인/ 연락처가 적혀 있다. 지인 수가 180명인 ◇◇◇씨는 25만원, 지인 수가 267명인 △△△씨는 40만원을 받는 식이다. 영수 확인란에는 영어로 ‘OK’가, 돈을 받지 않은 이들 옆에는 ‘자원봉사’라고 적혀 있다.
돈은 당시 선거사무장을 맡은 이아무개씨가 지인 카드를 낸 이들에게 직접 편지봉투에 담아 건넨 것으로 나온다. 현금을 건넨 장소는 주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 상가에 차려진 선거운동 사무실이었다. 이 사무장은 김 후보의 특보였던 김아무개씨와 함께 영향력 있는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제공하기도 했다. 장씨는 “돈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3월 말과 4월 초 사이에 이 사무장이 편지봉투에 담아 사람들에게 줬다”며 “지인 카드를 낸 이들을 데려오면 이 사무장이 ‘지인들을 많이 등록시켜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잘 도와달라’며 봉투를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한겨레>는 특보 출신 김아무개씨의 수첩에서 2008년 3월24일부터 4월7일까지 김 전 의원의 선거사무장이 돈을 건넨 지역 인사들의 이름과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월24일의 경우 “16시30분 이아무개 선거사무장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아 도림1동 □□□에게 100만원 송금”, “17시경 이아무개에게서 150만원 받아 김△△ 정△△ 원△△ 조△△ 문△△ 박△△ 홍△△에게 지급”이란 기록이 있다. 수첩에 등장하는 일부 인사들의 경우 금품 수수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의원 쪽도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했다. 김 전 의원 쪽은 “문제가 된 방식은 사실 (특보 출신인) 김○○이 주도하고 선의로 나를 도왔던 이 사무장은 어쩔 수 없이 응했던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김씨 등 나를 음해하는 이들은 현재 나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후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구태정치와 단절하기 위해 관계를 정리한 사람들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주지 않은 데 앙심을 품고 벌인 ‘음해성 증언’이라는 주장이다. 이 전 사무장도 “김씨는 야당 생활을 오래했던 정당인이어서 선거와 상관없이 지원을 많이 해왔던 사이다. 김씨가 주머니를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의원은 한국노총에서 금융노련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진출해 사무부총장과 사무총장을 맡아 당 살림을 책임지기도 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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