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헌신과 희생 필요” 이정희에 결단 압박

시민사회 중재 왜 나섰나
통합진보 규칙위반에 민주당 경선불복 갈등 확산
“두 당이 대화안해 답답…자해행위 계속땐 공멸
한명숙-이정희 직접 만나서 모든 문제 풀어야”

서울 관악을 사태로 야권연대가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진보 성향 시민사회 원로들이 22일 다시 나섰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상근 목사 등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 구성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문에 서명한 사람들은 백 교수, 김 목사 이외에도 이창복, 오종렬, 함세웅, 청화, 이선종, 박재승, 임재경, 김윤수, 최영도, 이김현숙, 윤준하, 정연주, 박옥희, 황인성, 박석운, 권미혁, 백승헌 등이다. 야권연대 성사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이들 원로들이 다시 나선 이유는 관악을 사태가 다른 지역으로 번져가면서 야권연대 구도가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들은 “일부 지역의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는 국민에게 실망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이 야권연대의 가치를 부인할 이유가 될 수는 없고 연대의 실현 과정이 보다 더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성찰의 자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 해결은커녕 공멸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양당이 서로 희생하고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도 내놓았다. 민주통합당에 대해 원로들은 관악을 지역의 문제를 이유로 민주당 일각에서 경선 결과를 부정하는 행위를 중단시키라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규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있는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향한 헌신과 희생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특히 원로들은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대표가 이날 중에 직접 만나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의 ‘책임있는 조처’가 이정희 대표의 사퇴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백낙청 명예교수는 “개인적인 의견이 좀 나뉘지만 사퇴는 원탁회의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방법은 양당 대표 두 분이 만나서 해결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로들의 의견은 이정희 대표가 다소 억울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원로들의 제의를 양당이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다. 원로들의 기자회견에 대해 일차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민주통합당도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양당의 물밑접촉이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지만 후보등록일(22~23일)까지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탁회의 관계자는 “직접 만나서 풀 수 있는 사안인데도 양당이 대화를 하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당 대표의 직접대화에 의한 해결이 불발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이런 식의 자해 행위가 계속된다면 시민사회가 더이상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성한용 선임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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