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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정희 “출마보다 사퇴는 쉬웠다…경기동부 조종설은…”

등록 2012-03-26 20:22수정 2012-03-26 21:51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사진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통합진보당 대표 인터뷰
“‘경기동부 조종설’은 야권연대 균열 노린 100% 소설”
“말은 조심하고, 일은 많이 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해야 할 때인데….” 인터뷰에 앞서 ‘곤혹스런 질문들을 준비했다’는 기자의 말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인터뷰 시작 뒤에도 이 대표는 첫 질문부터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러고는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라고 겨우 입을 뗐다.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중간중간 이 대표는 눈물을 닦았다. 총선 불출마를 선택함으로써 여론조사 조작 파문으로 촉발된 야권연대 위기가 수습됐지만, 아직 스스로를 온전히 수습하지는 못한 듯했다.

그는 지난 23일 ‘가장 낮고 힘든 자리에서 헌신하겠다’는 말로 끝나는 사퇴 기자회견문을 직접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에 앞서 출마의 변도 직접 썼다”며 “오히려 출마의 변을 쓸 때 굉장히 많이 울었다”고 했다. 불출마보다 출마 쪽이 더 고통스럽고 괴로운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내 특정 정파가 당과 이정희 대표를 조종한다’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집중공격에 대해서는 “당 대표로서 제 진로는 제가 결정한다”며 “100% 소설”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보수언론이 공격하는 이유는 (야권연대의 한 축인) 민주당 내부를 흔들려는 의도”라며 “한명숙 대표께 민주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시 밝힌 사퇴 소회
출마의 변 쓸 때 많이 울어
사퇴회견문은 쓰기 쉬웠다
지지자 상처 덜 남기려 고민

-경선 파문이 불거지고, 불출마 선언까지 힘든 과정을 겪었는데, 소회가 어떤가?

“제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지. 사실 출마의 변을 썼는데, 사퇴 회견문을 쓸 때보다 그때 굉장히 많이 울었다. 나를 다 버리고서라도 극복해야 할 상황이 있는 것 아닌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출마의 변을 썼다.”

-출마 선언문과 사퇴 선언문 사이의 간격은 얼마나 됐나?

“아주 짧았다. 모든 일이 벌어진 게 며칠 안 되지 않았나. 문제를 극단적으로 해결하느냐, 아니면 도덕적으로 순결하지 않지만 서로 공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느냐, 어느 것이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덜 남기는 거냐를 놓고 계속 고민했다. 그래서 출마의 변을 쓰는 게 훨씬 어려웠다. 제가 지금껏 살아온 평탄하고 비난받지 않았던 인생을 던지는 것이어서, 출마 선택이 더 어려웠다. 사퇴 결심을 하니 많은 분들이 어려운 결단을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출마 선언에 비해선) 참 쉬운 선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여당과 보수언론은 ‘경기동부연합이라는 특정 정파가 이 대표와 통합진보당을 조종한다’고 공격하고 있는데?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지난 19일 아침에 현실화했다. 집권세력과 보수언론으로선 단순히 여소야대의 위험을 넘어서는 큰 문제로 봤을 것이다. 실제 총선에서 집권세력의 핵심적인 대응 전략이 바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본다. 당연히 그런 공격은 인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저희 쪽 잘못이 있었지만, 그를 빌미로 저와 당이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다거나, 누가 이 당을 조종하는지 국민이 모르고 있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은 100% 소설이다. 저의 진로는 제가 결정해왔다.”

-‘경기동부연합’이라고 불리는 주류세력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나?

“2008년 당에 들어왔는데, 무슨 파 무슨 파 이런 얘기들을 왜 안 들었겠나? 하지만 특정 정파가 당의 공식적 논의 체계를 벗어나 결정을 한 적도 없고, 다른 차원의 결정이라며 제게 전달된 것도 없었다. 제 남편도 그 정파라고 공격했던데, 저나 제 남편은 스스로 그런 규정을 한 적이 없다. 현실 정치에서 어느 당이나 당권파는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의견이 같은 일부 사람들의 의견이 곧바로 당의 의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수쪽 ‘당권파 공격’은
집권세력 핵심대응 전략
내 진로는 내가 결정해와
당 체계 벗어난 접근없어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의도가 뭐라고 생각하나?

“보수언론이 통합진보당의 파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야권연대의 한 축인) 민주통합당을 흔들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 우리가 낯선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생각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흔들고 싶은 것이다. 야권연대가 단단해지는 것을 갈라놓고 싶은 것이다. 어제(25일) 공동선대위 회의 때 한명숙 민주당 대표에게 ‘통합진보당을 공격하는 목적은 야권연대를 깨고 균열시키려는 의도이므로, 민주당 전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침을 분명히 내려달라’고 확실하게 요청했다.”

-민주노동당 분화 때 당내 주류세력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이번 ‘관악을 경선 파문’이 그런 맥락에서 불거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과도한 추측이다. 사람 내면을 추측해선 안 된다. 충분한 논거와 설득력을 갖고 말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은 일부에서 벌어진 일을 조직 전체라고 얘기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내부 문제를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지적할 필요가 있다.”

-야권연대는 회복됐지만, 지지율을 회복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제가 관악을 경선을 불과 8일 동안 치렀는데, 특히 새누리당과 대결도 아니었는데, 변화의 요구가 폭발적이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특히 젊은층의 눈빛이 달랐다. 새로운 세력과 인물에 대한 갈망이 느껴졌다. 그러한 갈망에 상처가 생겼지만, 다시 봉합해 크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본다. 제가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선거전이 진행되면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는 확고할 것으로 본다. <한겨레>가 24일 했던 여론조사에서 이상규 후보 지지율이 22%가 나왔던데, 지역주민 중 이 후보 얼굴 한번 못 본 사람이 많다. 제가 관악을에 1년 반 있으면서 노력해서 쌓아온 지지율 수준이다.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상규 후보가 무소속 김희철 후보와 다시 단일화할 가능성은 없나?

“통합진보당에서 이상규 후보가 (관악을에) 나선 것은 김희철 후보가 경선 불복을 선언하고 탈당했기 때문이다. 또한 저의 사퇴 이후 양당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였다. 야권연대 대의에 어긋나게 행동한 사람에 대해서는 분명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 단일화 논의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정희의 내일은
방관자로 살 수는 없는데
책임질 준비된 사람이냐
철저히 검증하는 게 우선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의 목표가 있다면?

“19대 국회에 이정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신 분들이 많다. 그분들께서 총선 결과를 보고 ‘됐어, 이젠 이정희 없어도 이 사람들로 충분해’ 하는 정도.(웃음) 이게 그동안 받았던 넘치는 격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선거기간 2주가 짧지만, 그 과정에서 민심이 한 단계를 넘으면 충분한 변화가 가능하다. 야권연대에 대한 진심을 갖고 지역 차원에서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야권연대가 아닌 ‘야권통합’이었으면, 경선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거란 이야기도 있다.

“과도한 걸 요구하면 안 된다. 정치권 세력 재편 논의로 가면 지금껏 쌓은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대선까지 야권연대로 가는 게 현재 한국 사회 정치세력의 현실이다. 서로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걸 존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몇 석이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맞추고 배려해야 한다. 이번에 이런 경험을 쌓지 않으면 대선 때 야권연대나 이후 협력적 국정운영도 쉽지 않다고 본다.”

-총선 막판에 대북 문제를 정부·여당이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정부·여당이 남북관계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천안함의 진실이 뭔지를 떠나서, 당시 정부·여당의 실책은 그걸 지방선거에 이용해서 남북관계를 동결시켰고 그 후과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문제가 나오지 않을 거란 담보도 없다. 악화 가능성을 이용할 준비는 다 한 것 아닌가 싶다.”

-총선 이후의 역할이나 정치적 진로 등을 생각해 봤나?

“18대 의원을 시작할 때도 저는 의원직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잠시 주어진 의자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그래서 고심했다. (짐을) 내려놓으면 (책임을 피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 책임 다하기 위해 누르고 참고 견뎠던 것들이 있잖나. 이전에 제가 살았던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고통….(눈물) 지금도 억울하게 사는 많은 분들 앞에 차마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억울함이 쌓여 있다. 결국 고통의 의자에 다시 앉을 준비가 됐느냐에 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18대 출마할 때와는 또다른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평론가로 살 수는 없고, 방관자로 사는 건 더더욱 용납이 안 된다. 제가 얼마나 책임을 다할 준비가 잘돼 있는 사람이냐를 철저히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석진환 김외현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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