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운명, 여기서 갈린다] 부산 르포
“지지하는 당이 새누리당이라”…“이명박 하도 못하니까 차라리”
“지지하는 당이 새누리당이라”…“이명박 하도 못하니까 차라리”
온국민 눈 쏠린 격전지
새누리쪽 ‘지역일꾼론’
야권은 ‘20년실정’ 부각 “이제 부산에 민주당 반감 별로 없어~. 강변 따라 문성근, 문재인, 조경태 다 될 거로 보지. 노무현 바람이 불잖아. 이명박이 하도 못하니까 차라리 노무현이 더 잘했다고 하는기라. 가덕도 공항이나 해양수산부 문제도 그렇고….”(택시기사 조아무개씨·56) “지지하는 당이 새누리당이라 손수조 찍는다. 젊고 깨끗한 사람이 한번 해보는 거 지켜보고 싶다. 문재인은 ‘정치 안한다’는 말이 맘에 들었는데 결국 똑같다. 그릇이 큰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역 이용만하고 떠날 것 아닌가.”(직장인 김형조씨·40대후반) 4·11 총선에서 부산은 온 국민의 눈이 쏠린 격전지로 꼽힌다. 특히 강을 끼고 있는 부산 서부의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하다. 민주당 대선주자로 부상한 문재인(사상) 후보, 민주당 전당대회 2위로 최고위원이 된 문성근(북강서을) 후보, 민주당 의원으로는 부산에서 첫 3선에 도전하는 조경태(사하을) 후보 등 굵직한 인물들이 새누리당 텃밭에서 뛰고 있다. 이곳의 선거 결과에 따라 곧바로 이어지는 대선 판도가 요동칠 수 있어, 여야 모두 총력을 기울여 ‘입성’과 ‘수성’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선거운동 첫날인 29일 오전 9시30분, 부산 지역 새누리당 후보들은 충혼탑 참배로 결의를 다졌다. 18명 후보 가운데 13명이 검은색 의상을 갖춰입고 중구 중앙공원에 모였다. 정의화 부산시당 선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선거 시작 때 참배를 해왔지만, 후보들이 이렇게 모인 건 처음”이라며 “천안함·연평도 사건, 제주해군 해적 발언 등 이념 분쟁으로 나라가 찢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혼탑에서의 시작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념 쟁점화는 야권연대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당 차원의 선거전략이자, ‘낙동강 전선’을 겨냥한 포문이기도 하다.
문재인 후보와 맞붙은 손수조 후보(사상구)는 이날 아침 참배 대신 지역 유세를 선택했다. 전날 밤까지도 참석 예정이었으나 사상구가 열세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계획을 바꿨다. 손 후보는 아침 7시 모교인 삼덕초등학교에서 선거운동원·지지자들 30여명과 함께 총선 결의를 다진 뒤, 곧바로 덕포역 일대에서 거리홍보전을 펼쳤다. 유세 차량 없이 작은 키에서 내뱉는 육성이 전부였다. 캠프의 한 실무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손 후보가 유세차량 없이 소규모로 계속 동네를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아침 사상구 엄궁교차로에서 출근길 차량 인사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손을 흔들거나 인사를 하는 문 후보를 향해, 유권자들이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창문을 슬그머니 내려 엄지를 치켜세우는가 하면, 주먹을 불끈 쥐거나, 브이(V)자를 그려보였다. 뒤이어 방문한 엄궁 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문 후보는 상인과 손님들의 환대를 받았다. 꼬깃꼬깃한 종이에 싸인을 청해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글을 받은 행복상회 주인 문아무개씨는 “우리 딸이 문재인 후보 억수로 챙긴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북강서을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성근 후보와 김도읍 후보가 엎치락 뒤치락 간발의 접전을 벌이는 지역이다. 민주당에서도 문재인, 조경태 후보와 함께 문성근 후보까지 당선되면 ‘낙동강 전투’의 승리를 선언할 태세다.
김도읍 후보는 이날 오전 비교적 시끌벅적하게 유세를 진행해 유권자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화명1동 롯데캐슬 앞 유세 차량에선 쉴새없이 노래가 흘러나왔고 15명의 선거운동원이 군무를 보탰다. 트로트 가수 박현빈씨의 ‘샤방샤방’ 원곡이 “김도읍을 밀어줘요~ 김도읍이 딱이예요”로 바뀌어 있었다. 바로 길 건너엔 “바꿔야 바뀐다”라는 문구가 내걸린 문성근 후보 사무실이 있었다.
그 시각 문성근 후보는 수행원 2명만을 데리고 덕천동 일대를 발로 돌며 게릴라전을 펼쳤다. 배우 출신답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거나 사진찍기를 요청하는 유권자가 줄을 이었다. “그냥 배우하시지 왜 왔어요?”라는 질문이 계속됐고, 문 후보는 그때마다 “제가 노무현 대통령 막내동생이잖아요. 그 분이 숙제를 많이 남기고 가셔서, 빚갚으로 왔습니다. 제가 최고위원이잖아요. 예산 많이 따올게요”라고 답했다.
‘낙동강 전선’은 야권의 명사 후보와 여권의 신인 후보로 규정될 만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인 손수조, 김도읍 후보뿐 아니라, 부산진갑·을의 나성린, 이헌승 후보 모두 ‘지역일꾼론’을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문성근 후보뿐 아니라 부산진갑·을의 김영춘, 김정길 후보를 겨냥해서는 ‘철새 정치인’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다만 신인들이라 얼굴 알리기가 관건이라고 보고 지금껏 한 후보당 명함만 5~10만장을 뿌렸다고 한다.
이에 반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정부여당 5년 심판에서 더 나아가 새누리당 부산 집권 20년에 대한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각 후보들은 부산의 수출 물량 감소와 인구 유출 증가, 자살률 최고 등 각종 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여야가 경쟁해 지역발전을 이뤄낸 인천에게 2위 도시를 내줄 처지에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대했던 야권단일화 효과가 위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선거가 보름도 남지 않았는데, 부산의 야권후보들은 “부산 유권자들의 새누리당 지지 관성을 흔들어 놓을 전국적인 총선 이슈가 더 부각돼야 한다”며 중앙당을 쳐다보는 분위기다.
부산/석진환 임인택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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