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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순천 웃장서 박지원 만난 이정희 “그 말씀 보도되면…”

등록 2012-04-02 14:23수정 2012-04-02 16:15

비오는 지난 30일 아침 유권자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는 김선동 후보. 사진 권오성 기자
비오는 지난 30일 아침 유권자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는 김선동 후보. 사진 권오성 기자
4·11 총선기획 이변을 향해 뛴다
② 통합진보당 순천·곡성 김선동 후보의 24시
 “제가 지난 선거에서 김선동 의원(통합진보당)을 당선시켜줬는데 밥 한끼 안 사서 이번에는 노 후보(노관규 후보)를 밉니다.”(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

 “…(웃음).”(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

 “엇…. 그 말씀 언론에 보도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하하하, 상관없어요.”(박지원 의원)

 4·11 총선 선거운동 돌입 이틀째를 맞은 지난 3월30일, 전남 순천은 유력 후보인 김선동 통합진보당 후보와 노관규 민주통합당 후보 사이의 선거전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웃장(아랫장과 함께 순천의 대표적인 오일장)이 열린 이날 각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장터를 돌다 만난 각당의 중량급 정치인, 박지원 의원과 이정희 대표는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야권단일화의 상징에서 호남 유일 민주통합·통합진보 박빙 지역으로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에서 순천은 야권 단일화의 상징적인 선거구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야권연대 대의에 따라 이 지역에서 무공천 방침을 확정하고 김선동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밀었다. 호남 지역 대표적 정치인인 박지원 의원도 당시 순천을 찾아 김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조순용 후보 등 무소속 출마한 민주당 출신 후보들을 예상을 깨고 큰 표차로 제치며 당선돼 순천에 야권연대의 교두보를 쌓았다. 국회에 진출한 김선동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통과에 반대해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리는 등 저지에 나서 대중적으로 각인됐다.

 그러나 다시 후보가 된 그는 이 상징적인 지역에서 박 의원과 적으로 만나 지난 선거에 대한 농을 주고 받고 있는 것이다. 순천·곡성 지역은 호남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박빙으로 맞붙은 유일한 선거구이기도 하다. 

 김선동 후보를 30일 아침 7시께 출근 차량으로 붐비는 순천 조례사거리에서 만났다. 지나가는 자동차마다 일일이 운전자와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미처 인사를 나눌 틈도 없었다. 곁에는 이정희 대표가 있었다. 건너편에는 노관규 후보가 역시 일일이 손을 흔들며 맞서고 있었다. 마음이 바쁜 출근길이건만 시민 반응은 뜨거운 편이었다. 양쪽 모두, 경적을 울리고 손을 흔들거나 빨간불에 멈춰 섰을 때는 나와서 “힘 내라”며 악수를 청하는 시민도 있었다.

 노 후보와 김 후보는 그렇게 경쟁적으로 접촉면을 늘리는 데 온힘을 다했다. 보슬보슬 내리던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 온몸이 흠뻑 젖도록 두 후보는 오전 9시까지 숨 한번 고르는 일 없이 연신 허리 숙여 인사했다. 특히 김 후보는 상대 진영은 물론 자기 진영의 운동원들이 모두 철수할 때까지 홀로 남아 지지를 호소했다.

“거함끼리 맞붙는 이런 선거는 처음”

 선거 초반 두 후보 사이의 지지율은 박빙이다. <광주일보>와 <광주방송>(KBC)이 공동으로 조사해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통합당 노관규 후보는 45.0%, 통합진보당 김선동 후보는 41.5%의 지지율을 얻었다. 오차범위 내의 접전이다. 이 지역 유권자 최순영(57)씨는 “순천에서 겪은 지난 30년 선거 중에서 거함끼리 맞붙는 이런 선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채하 예비역 소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선거전에 가세했다. 정 후보는 호남 출신 예비역 대장(전 국방장관)인 정래혁 장군의 아들이다.

순천 웃장에서 유세중 만난 김선동 통합진보당 후보와 이정희 대표,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사진 권오성 기자
순천 웃장에서 유세중 만난 김선동 통합진보당 후보와 이정희 대표,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사진 권오성 기자

 노·김 두 후보는 웃장에서 다시 맞붙었다. 우연히 지원 유세가 겹친 박지원 의원과 이정희 대표는 한층 힘주어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의원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저입니다. 호남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당이 정권 교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노관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합니다.” 노란 옷을 입은 운동원과 지지 시민들이 연호했다.

 이정희 대표는 김 후보의 ‘인물론’을 강조했다. “야권연대를 위해 대표인 제가 의원직을 내려놨습니다. 저는 비록 19대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가장 깨끗하고 용맹하고 씩씩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야 돼 이 자리에 왔습니다. 김선동 후보는 자신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의리의 사나이를 택하시겠습니까? 배반의 정치인을 택하시겠습니까?”

 이 대표가 말하는 ‘배반의 정치인’은 노 후보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순천시장에 재선한 뒤 임기도 채우지 않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을 일컫는다. 김 후보 쪽은 “시장직을 정치적 징검다리로 여겼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인 ‘순천 정원박람회’가 내년 개최를 앞두고 아직 준비가 많이 부족한데도 이를 외면하고 선거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 후보 쪽은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지원을 얻기 위해 국회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폭풍 같은’ 일정 가운데 점심식사 때 비로소 짬을 내 김 후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김 후보는 순천·곡성의 판도가 야권연대의 앞으로 향방을 가늠할 것이라고 봤다.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과업을 위해 야권연대는 필수입니다. 하지만 그 정권교체가 다시 김대중, 노무현 때의 한계(한-미 FTA 추진 등)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통합진보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정권교체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이정희 대표는 야권연대를 위해 19대 국회를 포기했습니다. 이를 대신해 원내에서 통합진보당의 어떤 리더십을 이끄는 역할은 저에게 주어진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동시에 호남의 변화가 지역주의 극복에 필수적이며 순천·곡성이 그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영남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지만 호남이 결국 민주당 후보 당선으로 똘똘 뭉치면 영남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과거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통합진보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런 구도가 바뀔 것입니다.”

“국회의원 포기한 이정희 의원 대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론’과 함께 ‘민주당 심판론’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생각으로 민주당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서민대중의 믿음을 저버렸습니다. 호남 지역주의에 기생해 자기 세력 확보에만 급급한 정치인도 있습니다.” 또 이번 야권연대에서 민주통합당이 호남 지역은 1석만 양보하겠다며 기득권을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이미 야권단일화로 승리했던 곳이니까 순천이 그 1석으로 거론되었지만 제가 광주 서구을의 오병윤 후보에게 양보하겠다 했습니다. 저는 지난번에 이미 누렸으니까 이번에는 어떻게든 해보겠다 하고 맞붙은 것이죠.”

 식사 뒤 김 후보는 순천에서 차로 약 1시간가량 떨어진 곡성으로 이동했다. 이번 선거구 개편으로 순천과 통합한 곡성은 주민들의 울분이 크다. 주로 농촌지역인 곡성은 선거하면 ‘2번’(민주당)이라고 생각하는 노령층이 많아 김 후보에게는 불리한 지역이자 이번 선거의 중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순천의 인구는 약 27만, 곡성은 3만명가량이다.

이정희 대표와 함께 순천 웃장을 돌며 유세를 펼치고 있는 김선동 후보 (가장 왼쪽은 이수근 통합진보당 순천시장 후보). 사진 김선동 의원실 제공
이정희 대표와 함께 순천 웃장을 돌며 유세를 펼치고 있는 김선동 후보 (가장 왼쪽은 이수근 통합진보당 순천시장 후보). 사진 김선동 의원실 제공

 김 후보는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곡성향우회’ 모임을 찾아 노동자들의 지지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했다.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노동자는 1천여명으로 곡성 내 단일사업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는 “뽑아주신다면 노동법 전면 개정의 선봉에 서겠다”며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의리의 사나이를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양양식 향우회장은 “이번 지역구 통합으로 곡성의 목소리는 순천에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울분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곡성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또 “피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곡성 농촌 지역 곳곳의 노인회관을 찾았다. 어르신들은 김 후보를 보면 ‘최루탄’을 먼저 떠올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농가에서는 “속 시원하게 잘했다”, “그래도 몸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 등 우호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김 후보는 할머니들을 찾아 무릎꿇고 왜 ‘무조건 2번’을 뽑아선 안되는지 구구절절이 설명했다. 누워서 쉬다가 김 후보를 맞은 할머니들은 이어지는 설명에 종종 갸우뚱 하면서도 차분히 듣고 “어이구 감사합니다”라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곡성의 마지막 일정은 선거운동원과 지지자 7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김선동 후보 곡성 선거사무소 개소식’이었다. 곡성군 고달면에서 오랜동안 농사를 지어왔으며 다른 지역인사 3명과 함께 곡성 선거본부 공동대표를 맡은 박종채씨는 “민중은 선거 때마다 자신의 손으로 선택을 해왔다”며 “우리는 김선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민중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친동생이자 현재 곡성 선거본부의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선호 특임보좌관은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표가 아닌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뛰고 또 뛰는 수밖에 없다”고 운동원들을 독려했다.

“정치는 부부관계와 마찬가지로 ‘의리’가 생명”

 곡성에서 순천으로 복귀한 뒤에도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리는 고깃집, 고등학교 동창의 상갓집 등 김 후보는 쉴 틈도 없이 유권자를 만나러 쫓아다녔다. 악수할 때는 늘 무릎을 꿇었다. 저녁 9시가 넘겨 다음날 있을 토론회 준비를 위해 비로소 순천 선거사무소로 돌아가는 길에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느냐”고 물었다. 차 안에서는 늘 곯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뭐 대중없죠. 그래도 항상 새벽 5시에 출근 유세를 가고 밤에는 12시 넘어 끝나니까 4~5시간 자는 것 같아요.”

 선거운동 기간 어떤 후보인들 그렇지 않은 이가 없겠지만 늘 웃음을 유지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진지하게 대하려는 감정노동과 함께 하는 강행군이 체력적으로 쉽지 않아 보였다. “특별한 건강 관리법 같은 것은 없어요. 4·27 선거 때부터 짧은 의정활동 기간 그리고 지금까지 1년을 달려왔더니 슬슬 체력이 고갈되는 게 느껴집니다. 허허허.” 오랜 노동운동의 경력에도 이렇게 힘든 적은 없다고 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노동자, 농민 등 서민이 얼마나 과소대표되고 있는지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만큼 가진 자들의 목소리는 큰 것이죠. 약자의 목소리를 정직하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정치는 부부관계와 마찬가지로 ‘의리’가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순천·곡성/글 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이번 4·11 총선에 쏠리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과거 어떤 선거보다 높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에스앤에스(SNS)로 무장한 일반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며 ‘각자의 정치’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각종 추문에 대한 심판론이 거세기도 하지만, 등록금·전셋값 폭등, 비정규직 급증 등 유권자들이 겪는 생활의 고통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치에 대한 냉소는 소외된 이들의 정치 소외를 가중시킬 뿐이라는 걸 유권자들은 경험으로 알게 됐습니다. 또한 거대 양당 체제가 소외된 이들의 이해를 담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의 작은 정당들에 앵글을 맞춘 4·11 총선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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