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동아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학생총회에는 비가 오는 가운데 20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이날 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전국 대학생들과 연대하기로 결의했다. 동아대 총학생회 제공
투표참여운동 18대때보다 활발
부산대총학 부재자투표소 설치
“묻지마 투표 않고 공약 보겠다”
부산대총학 부재자투표소 설치
“묻지마 투표 않고 공약 보겠다”
“지금이 군사정권 시대도 아니고 정부가 민간인과 연예인을 사찰하는 게 말이 되지 않죠.” 지난 3일 부산 사하구 동아대 승학캠퍼스 학생회관 휴게실에서 만난 이 대학 노지현(20·1년)씨는 “연예인이 공인이라지만 정치적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다고 해서 국가정보원 직원이 연예인을 찾아가서 압력을 넣고 청와대가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까지 사찰하는 것은 정신이 나간 짓”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캠퍼스에서 만난 부산 지역 대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민간인과 연예인을 대상으로 사찰을 마구 한 것이 표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교대 김새롬(28·2년)씨는 “과거 정부이든 현 정부이든 간에 민간인 사찰을 한 것은 무조건 잘못됐다”며 “특히 유명 연예인인 김제동씨까지 사찰한 것은 후보자 선택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 적극참여 운동도 18대 총선 때보다는 훨씬 활발하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4년 전에 교내에 설치되지 않았던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재자 투표소 설치 기준인 2000명을 훌쩍 넘겨 2500명이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것이다. 부재자 투표는 5~6일 오전 10시~오후 4시 이뤄진다. 부산대 총학생회 전기훈(24·기계4) 집행위원장은 “2008년 총선 때도 민주적 총학생회였는데 부재자 투표소를 교내에 설치하지 못한 것에 견주면 이번엔 학우들의 투표 참여 의지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전교생이 1800여명인 부산교대는 500여명(27%)이 부재자 투표를 신청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교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자, 부재자 투표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발송하는 공보물을 총학생회 사무실에서 받아서 학우들에게 직접 전하고 있다. 또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학생들이 부재자 투표일에 투표소인 연제구청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학교버스를 운행한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당 간판만 보고 찍는 ‘묻지 마’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수영구에 거주하는 부산대 김준식(26·4년)씨는 “부모님께서 새누리당 유재중 후보와 아는 사이지만 공약을 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영도구에 사는 동아대 강경훈(25·4년)씨는 “어르신들이 당만 보고 무조건 찍는 것이 안타깝다”며 “누가 덜 나쁘고 더 깨끗한지를 가려내서 진정성이 있는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권오민 동아대 총학생회장은 “4년 전인 2008년은 이명박 정부 1년차여서 투표 참여운동을 벌이기조차 어려운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며 “반값 등록금과 양질의 일자리 등 학우들과 직결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번에는 여당 후보로 표가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8대 총선 때 부산의 전체 투표율은 42.9%였으나 20대는 26.4%로 저조했다”며 “부산의 20대 투표율이 높아지면 어떤 후보에게 유리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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