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선거 개입” 선관위 결정

“복지공약 비판은 선거법 위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전체위원회를 열어 전날 기획재정부가 정당의 복지공약에 대한 분석 결과를 언론에 발표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9조(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재정부에 선거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결정 취지에 대해 “선거일을 불과 7일 남겨둔 시점에서 재정부가 정당의 특정 공약에 한정해 소요 예산이 과다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은 유권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선거 결과를 왜곡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9조의 취지는 국가기관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개인 견해를 밝혔던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례보다, 정부 부처가 조직적으로 동원된 이번 일이 훨씬 더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경우, 대선을 앞두고 각 부처가 자신들의 업무나 예산 관련 내용을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이다.

선관위 결정으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정치적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선거법 9조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어도, 일반직 공무원이 선거법을 위반하면 징계를 받게 된다.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이라 징계 대상은 아니지만 대신 정치적 책임이 뒤따른다. 재정부는 선관위 결정에 대해 “발표 내용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했는데도 이런 결정이 나와 아쉬운 점이 있으나,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재정부의 행위는 새누리당의 선거본부 역할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박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대통령이 재정부에 발표 강행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도 “선관위가 정당한 결정을 내렸다”며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재정부는 쓸데없이 선거에 개입하지 말고 ‘서민경제’를 살릴 생각이나 하라”고 말했다. 석진환 최현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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