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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4·11총선 최대변수 ‘세대전쟁’
자판기세대 vs 에스프레소 세대

등록 2012-04-06 20:17수정 2012-04-07 23:24

4·11 총선에선 세대간 지지 후보와 지지 정당이 엇갈리는 ‘세대투표’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번 총선 전체 판도를 좌우할 서울 지역 46개 선거구별 20·30대 및 50·60대 유권자 비율을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통해 표현해 봤다. 자료 GIS유나이티드 제공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 세대투표는 선거를 읽는 새로운 열쇳말이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세대가 지역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그런데 걱정이다. 부모와 자식이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세대투표는 바람직한 것일까? 지역간 갈등에 세대간 갈등까지 겹쳐 온나라가 갈가리 찢기는 것은 아닐까? 아닐 것이다. 미래와 과거의 싸움은 언제나 미래의 승리로 끝났다. 지금 우리는 어디론가 진화하고 있다.

선거에서 변수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가변적 요소’를 말한다. 다음주 수요일 치러지는 4·11 국회의원 선거의 결정적 변수는 무엇일까?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이른바 ‘민주·진보’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야당이 유리하다.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정권심판론 같은 쟁점이 투표율이라는 변수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 투표율은 57.2%였고, 한나라당이 133석, 새천년민주당이 115석을 차지했다. 2004년 17대 총선 투표율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60.6%까지 치솟았다.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이었다. 반대로 2008년 18대 총선 투표율은 46.1%로 역대 전국선거 최저치였다. 한나라당 153석, 민주당 81석이었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48.9%였고 한나라당이 이겼다. 2006년에는 51.6%, 역시 한나라당이 이겼다. 2010년 투표율이 54.5%로 올라갔을 때 비로소 야당이 승리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가장 쉬운 설명은 여당 지지자들에 비해 야당 지지자들은 투표를 좀처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럴까? 그렇다.

그런데 투표율 변수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대’라는 진짜 중요한 변수가 숨어 있다. 전통적으로 연령대와 투표율은 정비례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투표를 많이 한다. 투표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젊은 유권자들이 전보다 투표장으로 많이 간다는 뜻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 자료를 보면, 선거인 전체에서 차지하는 19살 유권자의 비율은 1.7%다. 그러나 실제로 투표를 한 전체 투표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다. 선거인 비율과 투표자 비율이, 20대는 17.9% 대 13.4%, 30대는 21.4% 대 17.7%다. 젊은층은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실제 인구에 비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40대는 22.4% 대 22.5%로 비슷하다. 반대로 50대는 유권자 비율이 17.2%에 불과하지만 투표자 비율은 20.2%나 된다. 60대도 19.4% 대 24.7%다.

선거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예외없이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크게 높아져야 비로소 전체 투표율이 높아진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2006년 51.6%에서 2010년 54.5%로 올라갔다. 그런데 19살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37.9%에서 47.4%로, 20대 전반은 38.3%에서 45.8%, 20대 후반은 29.6%에서 37.1%로 전체 평균치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갔다. 20대 전반의 투표율이 20대 후반보다 높은 것은 군 부재자 투표 때문이다. 어쨌든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잇따라 참패한 것은 야당 지지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세대별로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른바 ‘세대투표’ 현상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 처음 나타났다. 당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59.0%, 30대의 59.3%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이회창 후보 지지는 34.9%, 34.2%에 그쳤다. 40대에서는 노무현 48.1%, 이회창 47.9%로 비슷했다. 50대는 노무현 40.1%, 이회창 57.9%, 60대 이상은 노무현 34.9%, 이회창 63.5%로 20~30대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선거 다음날 서울시내 식당가에서 젊은 사람들은 신이 나서 떠들고 나이 든 사람들은 조용히 밥만 먹는 장면이 벌어졌다.

세대투표 강도가 더 커진다
‘균형추’ 역할을 하던 40대도
야당 지지 흐름으로 바뀌었다

민간인 불법사찰, 언론장악…
여당에 대한 분노 깊지만
야당도 정치변화 열망 부족
세대투표 ‘괴력’될지는 미지수

여야 후보들의 세대별 득표율 (방송사 출구조사)
여야 후보들의 세대별 득표율 (방송사 출구조사)

세대투표 현상은 2004년 총선,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세로 표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세대 변수는 묻혔다. 세대투표가 다시 고개를 내민 것은 2010년 6·2 지방선거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는 오세훈 후보에 비해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20~30대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가 50대와 60대 이상에서 얻은 표가 더 많았다.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다.

이런 현상은 부산시장, 인천시장, 경기지사, 강원지사, 충북지사, 충남지사,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6·2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압승은 세대투표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2011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강재섭-손학규 후보가 대결한 4·27 분당을 보궐선거, 나경원-박원순 후보가 경쟁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세대투표로 승패가 갈렸다. 2010년 서울시장, 2011년 분당을, 2011년 서울시장 세 차례의 선거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첫째, 세대투표의 강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 차례의 선거에서, 20대 유권자들의 야당 지지율은 56.7%→58.2%→69.3%로 올라갔다. 30대의 야당 지지율도 64.2%→72.0%→75.8%로 치솟았다.

둘째, 40대 유권자들의 변화다. 2002년 대선에서 40대는 노무현-이회창 양쪽에 비슷한 지지를 보내 균형을 잡았다. 그러나 2010년부터는 야당 후보와 여당 후보를 각각 54.2%-39.8%, 68.6%-30.4%, 66.8%-32.9%씩 찍어, 야당을 훨씬 더 많이 지지하고 있다.

4·11 총선에서 세대투표 현상이 어느 정도 나타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히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근거는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분석, 두 가지다. 최근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중에 어느 쪽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20대는 ‘33.5% 대 56.2%’로 야권단일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30대는 ‘23.1% 대 58.2%’, 40대는 ‘34.5% 대 54.6%’였다. 반대로 50대는 ‘51.4% 대 37.5%’, 60대 이상은 ‘62.2% 대 22.3%’로 새누리당 후보 지지가 높았다. 정권심판론에 대한 동의 여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태도, 방송사 파업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거의 비슷한 비율로 답변이 엇갈렸다. 앞에서 사례로 든 2010년 이후 세 차례 선거와 닮은꼴이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대투표 현상 그 자체보다는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 ‘왜?’에 주목하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렇게 진단했다.

“젊은 세대의 야권후보 지지 경향은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다만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정권심판 정서뿐 아니라 새로운 정치변화 열망 정서에 부합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야당이 정치변화 열망 정서에는 소구력이 다소 미흡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수준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윤 실장은 세대간 균형추 구실을 하는 40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40대가 20~30대의 진보적 성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면서 이번 선거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50~60대 유권자들의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새누리당 후보 지지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선거 전문 사이트 <폴리뉴스>의 김능구 대표는 40대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40대는 대한민국의 팀장 세대다. 역사의 진보를 믿는 세대다. 이들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진보적이라고 인식했고 그래서 지지했다. 그러나 4년을 겪어본 뒤 현 정권에 대해 역사를 후퇴시키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에 운동권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 경험과 냉철한 판단에 따라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데 성공했지만 20~40대 유권자들은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다”며 “선거 4~5일 전부터 에스엔에스가 달아오르면서 투표율이 60%까지 치솟고 야당이 이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세대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또 있다.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라는 책을 펴낸 유창오씨는 20~30대의 투표 성향을 ‘계급’으로 설명했다.

“40대의 민주적 성향이 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형성된 가치·문화적인 것이라면, 20~30대의 진보적 성향은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와 양극화를 겪으면서 형성된 ‘계층적·경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신규로 사회에 편입한 20~30대에게 하위 80% 트랙만 허용하는 ‘20 대 80 사회’가 이들을 진보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대와 30대, 40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보는 데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최근 출판한 <정치의 몰락>에서 “30대는 반 한나라당(새누리당) 성향에서, 60대 이상은 한나라당 성향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반면에 20대와 40대에 ‘진보 세대’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근거는 약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씨는 20~40대가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색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20~40대의 반한나라당 정서의 확산에는 경제적 불안 이외의 다른 중요한 이유가 숨어 있다. 결정적인 이유는 20~40대가 문화세대라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세대’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데, 이 세대는 ‘자판기 세대’를 문화적으로 촌스럽다고 본다. 보수와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한나라당을 싸잡아서 늙고 낡고 지루하고, 한마디로 매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밖에도 ‘역사적 체험’ 가설이 있다. 50대와 60대 이상이 성장기에 독재정권, 군사문화,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보수 성향의 가치관을 형성했다면, 20대와 30대는 촛불, 월드컵, 붉은 악마 등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권위주의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이 형성됐다는 설명이 그런 것이다.

4·11 총선에서 투표율, 특히 세대투표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나 정치인들은 별로 없다. 현장을 뛰는 후보들이나 중앙당에서 전체 국면을 이끌어 가는 전략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 20대와 30대, 40대 유권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여당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은 깊어졌지만 야당과 야당의 후보들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사에서 내놓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 방식의 한계로 정확한 표심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세대투표가 과연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그 해답은 4월11일 밤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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