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결집 효과 나타났지만 야당 지지층 재결집 ‘역풍’도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
새누리당의 4·11 총선 전략을 압축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국회의원 300명을 새로 뽑는 선거인데도 각종 언론매체에서 소개하는 여당쪽 소식은 박근혜 위원장뿐이다. 대통령 선거를 방불케 한다. ‘박근혜 독주 현상’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이혜훈 의원은 6일 “대선주자로서 인지도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박 위원장만 주목하는 측면이 있다”며 “전국의 모든 지역구에서 하루에 수백통씩 박 위원장 지원유세를 절박하게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 온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혜훈 의원은 “열심히 다니는 만큼 효과가 확실히 있을 것”이라며 “어차피 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도 “박근혜 위원장이 가는 곳에 지지층 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또 손에 붕대를 감고 혼자 애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중간층 유권자들이 안쓰러워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영남보다는 박빙 혼전 양상인 수도권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야당에서도 박근혜 현상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김기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에 실망해서 떠났던 전통적 지지층을 재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본다”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미래권력 이미지를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른 전망을 했다. 야당을 비판하고 색깔론을 제기하면서 중도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기식 위원장은 “여당 지지층이 조기에 결집하고 민간인 사찰 파문이 커지면서 결국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 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위기감을 느낀 야당 지지층이 결집하기 시작하는 흐름이 며칠 전부터 읽힌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위원장의 ‘독주’가 결과적으로 야당 지지층도 결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에도 박근혜 위원장의 독주와 야당 비판에 대해 걱정하는 의견이 있다. 최고 권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맞설 때와 달리 지금은 박근혜 위원장이 절대 강자인데도 야당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수도권 중도성향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 본인은 이런저런 의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수층과 영남표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6일 오후 다섯번째로 부산을 방문해 하룻밤을 머물며 지원유세를 펼쳤다. 박 위원장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숙박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부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부산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연말 대통령 선거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치지형이 1990년 3당합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으려면 부산·경남을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 전략참모들의 판단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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