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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백낙청 “이번 선거는 ‘이명박근혜 연합정권’ 심판”

등록 2012-04-08 16:57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명박정부 불법 사찰은 역사 되돌린 더욱 나쁜 범죄
안철수 원장 ‘인물론’ 기본적 시국관이라면 재고 필요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 문제가 청와대와 정치권의 공방으로 변질되면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4.11 총선의 의미마저 흐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양대 선거의 중요성과 ‘2013년 체제’의 출범을 일찍부터 우리 사회에 화두로 제시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6일 안재승 정치사회에디터가 만나 이번 총선의 의미와 유권자들이 민주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판단 기준에 관해 들어봤다.

 

청와대 불법사찰 양비론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사찰 관련자들의 증언과 수많은 문건 공개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정부 여당의 이른바 물타기식 대응으로 사안의 초점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불법사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부의 불법사찰은 명백하고도 중대한 국가기강 문란행위입니다. 어느 면에서는 군사독재 시절에 있었던 사찰보다 더 나빠요. 우리 국민들이 목숨 걸고 싸워서 사찰과 탄압의 시대를 끝냈는데, 이명박 정권이 그 역사를 되돌린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면 더욱 나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권 때도 있었던 일이라며 양비론으로 몰고 가고 있는데요.

 =말만 그렇게 하면서 정작 아무런 증거를 내놓은 게 없잖아요. 처음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들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의 USB 자료를 공개하면서 분류작업을 제대로 안해서 다소 오해를 자초한 면은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직무감찰을 한 것과 권한도 없는 기관에서 민간인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것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일단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난 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 증거를 갖고 말해야지요. 청와대는 지금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어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예요. 적어도 공당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사찰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진정한 보수주의라면 더욱더 이런 법치문란행위를 용인해선 안 됩니다. 그럴듯한 말로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을 감싸주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백 교수님께서는 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오셨고 또 늘 권력을 비판하는 입장을 견지해오셨는데, 혹시 사찰을 당하시지 않았나요?

 =옛날에야 많이 당했죠. 이번 사찰 문건에 제 이름이 나와 있다면 알려졌을 텐데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에게 김제동씨나 김미화씨처럼 누가 찾아와서 협박을 한 적은 없습니다. 제 본업이 제 생각을 말이나 글, 또는 사회활동으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찰하는 사람이 붙어주면 그만큼 독자가 늘고 청중이 많아질 것이니 나쁠 게 없겠죠.(웃음)

 

야권 단일화의 제일 큰 공로자는 이명박 대통령 

 -4.11 총선을 앞두고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를 이끄시는 등 야권단일화를 위해 많은 애를 쓰셨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야권단일화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시면 어떻습니까?

 =단일화의 과정이 어수선했고 성과도 흡족하달 수는 없지요. 그러나 어찌 보면 이만큼이라도 된 게 기적이에요. 과거에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카리스마 있는 정치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연합을 한다거나 연대를 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반면 지금은 야권의 지도력이 분산되고 약화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염원이 뭉쳐져 정치권을 단일화로 떠민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는 비록 미흡하더라도 국민 스스로 만들어낸 단일화라는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단일화는 국민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평가인데도,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제일 큰 공로자는 이명박 대통령이죠. 그 분이 국민들을 하도 못살게 굴고, 지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박근혜 의원을 포함해서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이 대통령을 견제하기는커녕 거의 모든 일에 따라갔습니다. 결국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의사표시를 할 수밖에 없게 됐는데, 거대 여당의 후보에 맞서 야권 후보들이 여러 명이 나오게 되면 국민들이 그런 의사표시를 할 수단이 도리어 제약됩니다. 국민의 선택권이 오히려 제한되는 거지요. 그래서 국민들이 1대1의 구도 속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라고 압박을 한 것입니다. 그 요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번에 실감했을 거예요. 단일화가 깨지려고 할 때마다 비판여론이 빗발쳤잖아요. 그래서 이만큼이라도 단일화가 이뤄졌고, 그것은 국민의 힘 덕분이라고 봅니다.

 

 -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데요, 야권단일화가 이번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겠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야권이 단일화조차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거예요. 표가 분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단일화도 못하는 저런 인간들을 뭘 믿고 찍어줄 수 있느냐는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 비하면 한결 나아진 여건을 만들어냈습니다.

 

박근혜당으로 개조해 ‘우리는 바뀌었다’고 말하는 건 속임수 

 -박근혜 위원장의 당헌·정강 개정, 당명 변경 같은 일련의 쇄신작업과 총선 후보 공천 등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난 4년 동안 이 대통령이 독주를 했는데, 그것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전에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라는 게 있었는데, 저는 지난 4년은 ‘MBP(이명박·박근혜)연합’ 정권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오고 이 대통령의 인기가 땅에 떨어지니까 박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서 쇄신을 했는데, 당 자체는 ‘MBP연합’을 ‘PMB(박근혜·이명박)연합’ 정도로 바꿔놨다고 봐요. 물론 그것도 간단한 작업은 아니었고 그 과정에서 박 위원장이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사의 물결’이라는 것이 있다고 할 때, 박 위원장이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던 정당을 순응하는 정당으로 변모시킨 것은 아니라고 봐요. 실제로 ‘이명박당’을 인수해 ‘박근혜당’으로 개조하면서 이 대통령과 손을 잡은 면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바뀌었습니다, 미래로 갑시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 아니면, 역사의 흐름을 모른 채 스스로 속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재벌개혁, 복지확대, 남북관계 개선 등 우리 사회 주요 현안들이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거제도나 이번 선거의 특징을 볼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각 지역구에서는 그 지역의 구체적 현안들을 놓고 수많은 공약 제시와 토론이 벌어지고 있어요. 다만 중앙당 차원에서 전국적인 정책 이슈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거지요.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의 80% 이상을 지역구 대표로 뽑는 상황에서는 전국적인 이슈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어렵지요. 전국적인 이슈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려면 비례대표가 더 늘어나야 해요.

 또 하나, 이번 선거의 기본 쟁점은 이명박 정권의 퇴행을 되돌려놓을 거냐 말 거냐 입니다. 그러니까 야권은 그동안의 퇴행과 부패, 불법행위 들을 심판하자고 하고, 여당은 어떡하든 그걸 피하기 위해 역공을 하기도 하고 일부러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책논의가 실종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장차 정책중심의 선거가 가능하기 위해 정지작업을 하는, 미래로 가는 데서 결정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싸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재벌개혁·복지확대 등 슬그머니 빼고 ‘말 바꾸기’ 

 -하지만 정권 심판론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대다수의 국민 마음속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은 이미 끝났다고 봅니다. 그런데 야권에서 이것을 자기네 표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스스로 부족한 탓도 있고, 새누리당이 당명도 새 대표가 ‘아웃복싱’을 꽤 잘하면서 MB심판론을 피해가는 면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 선거가 ‘MB정권에 대한 심판’만이 아니고 ‘MBP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그 점에서 야당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MB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니까 MB비판이라는 쉬운 길만 택하고, MBP정권의 구체적인 실상에 대해 더 파헤치는 노력은 미흡했다고 봅니다.

 

 -정책과 관련해 처음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재벌개혁, 복지확대 등을 강조했는데 새누리당의 공약에서 이런 공약들이 슬그머니 빠져버리고 있습니다.

 =‘말 바꾸기’를 한 셈이지요. 하지만 MBP정권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실은 바뀐 게 아니에요. 이 대통령이 ‘747 공약’을 들고 나와 국민들을 엄청 잘살게 해주겠다고 속인 것 아닙니까. 그런데 당시 박근혜 전 대표도 ‘줄푸세’라고 해서 똑같은 노선이었어요. 어떤 의미에서 더 심했죠. 그후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돼서 친재벌·반서민 정책을 폈는데, 박근혜 의원장이 제동을 제대로 건 게 없어요. 그러다가 선거를 치러야 하니까 비대위도 만들고 김종인씨도 영입하고 경제민주주의 한다고 했지만, 부자감세 폐지라든가 재벌개혁에는 처음부터 뜻이 없었어요. MBP 정권이나 PMB 당이나 애초에 대동소이한 거지요.

 

 -이번 선거 결과 역시 투표율이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있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근 전남대, 경북대 강연에서 젊은이들에게 투표 참여를 강하게 독려했습니다. 안 원장은 또 “진영논리에 빠지지 말고 정당이 아니라 개인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안 교수가 투표참여를 독려한 것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안 교수처럼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이 큰 분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이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참여하는 원탁회의에서도 3월28일 “이번 총선에서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세상이 바뀝니다. 안 교수도 똑같은 생각인 것 같아요.

  다만 정당보다는 인물을 보자는 얘기는, 한편으로는 젊은이들 가운데 무당파가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일 수 있지만, 반면에 그게 안 교수의 기본적인 시국관이라고 한다면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봐요. 물론 좋은 인물을 뽑는 게 중요하지요. 그러나 당장 내 지역구에서 누가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인물인지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여야 모두 그런 후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기권하지 말고 꼭 투표하라는 말과 상충할 수 있어요. 제가 아까 ‘역사의 물결’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실은 그게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안 교수가 쓴 표현이에요. 그때 안 교수는,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다, 한나라당은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되도록 훌륭한 인물을 찍으려고 노력은 하되, 더 중요한 것은 역사의 큰 흐름을 보는 일입니다.

 

안 원장의 진영논리도 자칫 안이한 양비론 될 수 있어 

  진영논리라는 것도 그래요. 안 원장의 진영 얘기를 저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패거리를 지어서 자기들은 무조건 선이고 상대방 이야기는 아예 들으려고도 않는 자세를 넘어서자는 취지로 이해합니다. 맞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진영이라는 것을 조금 더 엄밀히 인식하면, 저는 우리나라에 양대 진영이 있다고 보지 않아요. 제대로 된 진영이 이뤄지려면 정당도 필요하지만, 그 사회의 중요한 영역과 유리한 고지를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큰 신문·방송사, 정부기구, 사법부, 학계 등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일정 정도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지 그게 제대로 된 진영이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는 수구보수진영 하나밖에 없어요. 이들이 거대 언론을 다 장악하고 있고, 학계, 전문가, 공무원들이 물론 그중에는 진취적인 분들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이고 더러는 수구세력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뭉쳐서 하나의 완강하고 거대한 진영을 형성하고 있고, 그 등쌀에 못 이겨 어떻게 하면 이런 역사의 흐름을 바꿔볼까 하는, 아직까지 탄탄한 진영을 이루지 못한 대다수 국민이 있는 거지요. 이 두 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대결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또는 민주당과 진보당의 연합만으로 하나의 진영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오히려 다수를 위한 개혁과 변화를 염원하는 다수 국민이 하나의 진영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이든 통합진보당이든 이런 변화에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든 활용해서 최대한 뭔가 해봐야지 않겠냐는 절박한 상황인 것입니다. 정치권의 여야가 마치 양대 진영에 해당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정확한 현실인식이 아니며 자칫 안이한 양비론이 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보통 수구보수세력이라고 하는데, 수구와 보수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수구와 보수가 섞인 진영의 헤게모니를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라 수구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거예요. 여당 국회의원들 가운데도 좋은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선거가 코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저들도 날치기 하라면 날치기 하고, 악법 통과시키라면 통과시키고 그렇게 했잖아요. 수구세력이 주도하는 수구보수진영의 힘을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일단 꺾어놓지 않으면 보수주의 자체도 제대로 살아날 길이 없다고 봅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왼쪽에서 두번째) 등 원로 지식인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국민일보> 노조의 공정언론 쟁취를 위한 파업투쟁을 지지하는 선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왼쪽에서 두번째) 등 원로 지식인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국민일보> 노조의 공정언론 쟁취를 위한 파업투쟁을 지지하는 선언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 원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와 논란을 일으킵니다. 단연 관심 인물인데, 올해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십니까?

 =안 교수의 요즘 얘기를 들어보면, “나와야 할 여건이 되면 나오겠다”까지는 간 것 같아요. 총선 결과에 따라 그 여건이 달라질 텐데,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박근혜 위원장을 이길 사람은 안 원장밖에 없다는 요구가 더 커질 겁니다. 반면 안 교수는 더 난감해질 거예요. 왜냐하면 ‘박근혜 대세론’이 다시 위력을 발휘할 텐데, 안 교수가 과연 박 위원장을 꺾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또 설사 그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환경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거든요.

  반대로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기면 국민들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누가 박근혜 위원장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경쟁력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누가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인가”라는 적합도 차원에서도 후보들을 평가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역시 안철수밖에 없겠다는 중론이 모아질 경우 안교수는 한결 편안하게 출마할 수 있겠지요.

 

MB 비판 넘어 김대중-노무현정부에 대해서도 엄정한 ‘복기’ 해야 

 -적합성 측면에서 ‘2013년 체제’에 필요한 대통령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명박 대통령과는 다른 유형의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기준에서 본다면, 몇가지 답이 나옵니다. 하나는, 이 대통령이 너무 원칙도 없고 말의 신뢰도 없고 품격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박근혜 위원장도 일단 한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셈이지요. 이 대통령의 또다른 문제는 우리 역사의 흐름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고, 단기적으로 자기나 주변 사람들의 이익만 챙기는 경향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박 위원장이나 야당 후보들이 이 대통령과 다른 철학과 비전을 어느 정도나 갖추고 있느냐도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이 대통령은 소통을 할 줄 모르고, 그러다 보니 화합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박 위원장이 얼마나 다른지 지켜볼 문제입니다. 야당 후보들도 이런 측면을 검증해야 할 테고요.

 

 -박근혜 위원장, 안철수 원장과 함께 대선 후보로 주목 받는 인물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있지 않습니까? 이번 총선에서 문 후보를 비롯한 야당 후보들이 야권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요.

 =부산에서 문 후보가 위력을 보여주면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되겠지요. 박 위원장이 부산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 것도 미리 그 싹을 자르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 위원장은 총선도 총선이지만 그보다는 대선을 내다보고 종합적인 전략 아래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대통령으로서 문 후보의 적합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금 전에 이 대통령과 달라야 하는 몇가지 기준을 말씀드렸는데, 인품으로 보면 우리 정치권에 그만한 인물이 드물다고 봅니다. 소통 능력도 이 대통령과는 확 다르고요. 국가 비전이나 국정운영 능력, 이 대목으로 들어가면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실장으로 국정운영 깊이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정치성이 별로 없는 실장이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은 지금부터 보여줄 문제이고 지금 단정해서 얘기하기는 이릅니다.

 

 -이번 총선은 백 교수님께서 화두로 던지신 2013년 체제 만들기의 한 과정입니다. 총선 이후 2013 체제 출범을 위해 진보개혁 세력이 힘을 쏟아야 할 과제에 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진보개혁세력이 2013 체제를 만들어내려면 총선을 이기더라도 공부해야 할 게 많습니다. 먼저 더 철저한 자기 성찰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동안은 이명박 정부의 폭주에 그날그날 싸우고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총선을 잘 치른다면 그땐 여유가 좀 생길 테니까 이번에야말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에 그칠 게 아니라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엄정한 ‘복기’를 해야 합니다. 동시에 자신들이 할 일을 단계적으로 설정해서 구체적인 일정표를 내놓아야겠지요. 연말 대선까지는 여전히 야당일 텐데, 그런 상황에서 국회를 중심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시민사회가 더불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엄밀하게 식별해서 내놓아야 합니다. 다음 단계로 인수위와 집권 초기에 무엇부터 하고, 또 그 다음 단계로 집권기간에 걸쳐 무엇을 달성하며 어떤 장기적인 과제를 최소한 착수라도 하겠다는, 그런 단기-중기-장기 프로그램을 제시해야지요. 소수야당일 때처럼 무엇을 하지 말라거나, 좋은 일들을 그냥 나열하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단계별로 세분해서 내놓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대선에도 성공하고 집권해서 다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정리/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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