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일 오후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안철수, 이번엔 ‘유튜브 정치’
‘성채 깨트리는 앵그리버드’ 빗대 투표 호소
‘성채 깨트리는 앵그리버드’ 빗대 투표 호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일 유튜브에 올린 4월 총선 투표 촉구 동영상 ‘안철수의 투표 약속’의 키워드는 ‘밥’과 ‘앵그리버드’였다. 2분39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화나셨어요? 그럼 투표하세요!!”(Angry? Just Vote!!)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 투표율 70% 화두 제시 안 원장은 이 동영상에서 “저는 투표가 밥 먹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안 원장은 “투표율 70%가 넘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노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질문자는 “(투표율이 70% 넘으면) 안 원장이 미니스커트 입고 율동에 노래하시는 걸로 공약을 정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투표율 ○○%를 넘기면 □□□□를 하겠다’는 구호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 대표나 야당 성향의 유명인사들이 잇따라 내놓은 공약이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투표율 70%가 넘으면 광화문에서 걸그룹의 춤을 추겠다고 했고, 소설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상징인 ‘긴 꽁지머리’를 자르겠다고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망사스타킹을 신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안 원장이 투표율 70%를 언급한 것은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사실상 야권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읽힌다. 투표율 상승은 곧 야권의 승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투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일자리 문제를 우리 사회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해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에선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을 풀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계층간 이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앵그리버드의 의미는 안 원장의 최근 강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앵그리버드’다. 핀란드의 게임업체 ‘로비오’가 개발한 스마트폰용 게임의 캐릭터다. 안 원장은 앵그리버드를 들고나온 의미에 대해 “알을 먹고 성채로 숨은 나쁜 돼지들을 향해 착한 새들이 자기 몸을 던져 그 성채를 깨트리는 것이 앵그리버드”라며 “그 새 한마리 한마리는 유권자 여러분들의 한표 한표”라고 설명했다. ‘나쁜 돼지’와 성채는 기득권 안에 숨은 기존 정치인과 정치체제를 빗댄 것이다.
그러나 앵그리버드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이 그간 ‘청춘콘서트’ 등에서 강조한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앵그리버드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지금 새로운 별 ‘로비오’(앵그리버드 개발사)와 지는 별 ‘노키아’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2009년 아이폰 기반 게임으로 처음 나온 앵그리버드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7억명이 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내려받은 것으로 로비오는 추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은 로비오의 가치를 90억달러까지 매기고 있다.
■ ‘편지 정치’에 이어 ‘유튜브 정치’ 안 원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편지를 전달하면서 이른바 ‘편지 정치’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좀더 진화된 ‘유튜브 정치’를 내보인 셈이다. 안 원장이 디지털 공간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원장이 4월 총선을 이틀 앞둔 시점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총선 이후의 정치적 활동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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