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도 못한 지역 당선, 문재인이 해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부산 사상 당선자(왼쪽)가 11일 오후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마트 사거리에서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이다 문성근 부산 북강서을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e-mail]

[4·11 총선]
부산에 분 ‘박풍’ 넘어…문재인호 대선 항해 닻 올려
낙동강 벨트 선전 이끌어 대선 예비고사 일단 합격

부산 사상에서 승리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일단 ‘대선 예비고사’를 통과했다. 영남 선거판을 휩쓴 ‘박근혜 바람’을 넘어 부산 지역구 당선의 난관을 넘어섰다. 그러나 애초 기대했던 부산·울산·경남 ‘낙동강 벨트’ 전체의 구도 변화를 견인해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문 고문은 선거 유세에서 “국회의원 한 번 하려고 정치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후 대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11일 당선 확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선 “연말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며 “다만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정권교체에 가장 잘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인가는 좀더 차분하고 신중하게 논의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문 고문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 참모는 “시저가 루비콘강을 건넜듯이, 문 고문도 이제 낙동강을 건너 대선을 향한 중앙정치의 무대로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출마 결정 이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상에서 보내며 바닥을 샅샅이 훑는 지역밀착형 선거운동을 펼쳤다. 부산·울산·경남의 민주당 지지 바람을 일으키는 데도 힘을 쏟았다. 가장 큰 도전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맹렬한 바람몰이였다. 부산에 모든 것을 건 듯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총력 지원유세에 한때 지역 여론이 출렁였다. 박 위원장은 손수조 후보 공천 이후 5차례 부산을 찾았고, 이 중 4번은 사상에 들러 손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낙동강 벨트’ 전반에서 야권의 추격 열기에 제동이 걸린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 지역에 당력을 집중한 새누리당의 파상공세를 문 고문 혼자서 버텨내는 형국이 펼쳐졌다.

문 고문은 공세적으로 박 위원장의 영향력 차단에 나섰다. 트위터를 통해 정수장학회와 유신체제에 대한 박 위원장의 인식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부산지역 공동 총선 정책 발표와 인근 지역구 지원유세를 이어가며 ‘박풍’에 ‘문풍’으로 맞섰다. 선거 기간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에 대한 청와대와 박근혜 위원장의 역공에도 관련 자료를 직접 제시하며 반박했다. 이를 통해 흔들리던 부산·경남 전체의 선거 구도를 어느 정도 팽팽한 균형 상태로 돌려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선이 확정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11일 저녁 부산 사상구 괘법동 선거사무실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부산/박종식 기자 [e-mail]

이날 밤 11시 현재 부산지역 개표 결과는 양면적이다. 민주당에선 문 고문과 조경태 후보(사하을)의 동반 당선과 상당수 후보들의 선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영춘 후보(부산진갑)는 나성린 새누리당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펼치고 있다. 문성근(북강서을)·전재수(북강서갑)·최인호(사하갑) 후보 등 상당수 후보들이 4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11명의 후보가 나와 조경태 후보 1명이 당선됐을 뿐, 나머지 10명은 모두 24% 미만의 미미한 지지율만 기록했던 상황에 비해 크게 나아간 수치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뛰어넘는 민주당 후보들의 선전이 막바지 부산 선거판을 달궜음을 말해준다. 문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낙동강 벨트 지역에서 정치가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런 변화는 앞으로 연말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 고문과 조 후보 이외의 최종 당선자가 추가로 나오지 않을 경우, 이런 성과보다는 한계론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의미있는 원내 지지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점도 이후 대선 행보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부산/손원제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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