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민주통합당 패배’ 무엇이 문제였나
“별다른 정책 비전 없이 정권심판론 재활용”
“공천과정서 새누리보다 나은 점 못 보여줘”
“별다른 정책 비전 없이 정권심판론 재활용”
“공천과정서 새누리보다 나은 점 못 보여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높은 상황에서 치러진 정권 말 선거에서 야권이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실패했다.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한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조차도 의아해 한 결과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차려놓은 밥상, 떠먹여 주는 밥술도 챙겨 먹지 못한다’는 비판이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향해 날아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통합당이 공천·투표·개표 과정으로 이뤄진 선거의 세 과정 모두에서 철저하게 실패한 선거였다”며 “민주통합당은 현 정권에 대한 대안 세력으로서 가능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원칙 없는 공천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공천은 당이 갖고 있는 이념과 정책, 세계관에 맞는 후보를 지명해서 정치 전쟁에 내보내는 것인데, 당의 철학이나 비전은 전혀 없이 여론조사를 통해 당원을 소비자로 놓고 인터넷 쇼핑하듯이 공천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관악을에서와 같은 공천으로 인한 잡음이 나고, 인물이 죽고, 김용민 후보 같은 부적격 후보도 공천에 포함되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여론조사 등을 통한 여야 공천이 이뤄짐에 따라 공천 과정에서 당의 정책이 집약되는 것이 아니라, 되려 인물에 두 명의 여성 당 대표 대리전으로 집약됐다”며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총리시절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체력이 뒷받침된 것도 아니고, 호재는 활용하지 못하고 ‘김용민 막말 파문’이라는 악재를 원칙 있게 다루는 관리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 부분에 대해 단순히 사퇴함으로써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책임질 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대안이나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정권심판’만 외친 야당 지도부의 전략도 문제로 지적됐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현 정권 초반부터 재보궐 선거를 비롯해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등에서 정권심판론을 메인 전략으로 활용해 승리해왔다”며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도 별다른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 대신 똑같이 정권심판론을 활용하다 보니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가 약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선거를 진두지휘하면서 정권심판의 직접 대상이 새누리당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대중의 표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복지나 경제민주화는 민주통합당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경쟁력과 진정성을 가진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량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전략의 부재도 중요한 패인”이라고 덧붙였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대통령학) 역시 비슷한 생각을 보였다. 함성득 교수는 “‘막말 공천’ 논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태도는 보수층의 결집을 극단적으로 촉발했다”며 “그런데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그런 악재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그저 ‘심판’만 외침으로써 갈 곳을 못 찾고 헤매는 중도 좌파나 중도 우파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함 교수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야당 지도부는 빨리 책임있고 비전 있는 개편을 통해 대권 레이스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등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새누리당 과반의석 차지는 공허한 심판론과 막말 파문에 대한 안이한 대처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나꼼수 현상이 결국 독으로 작용했다. 떠먹여 주는 밥도 못 먹는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강원은 평창 때문에, 충남은 박근혜가 세종시 관련하여 MB와 각을 세운 것이 주효했고, 무엇보다도 공천과정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나은 점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결정적 패인”이라며 “다 차려준 밥상도 챙겨 먹지 못하는 민주당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대선 레이스를 위해 한명숙 대표 등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트위터 이용자 @2La***는 “이번 기회에 야권이 굳게 뭉치고 나라의 앞길을 국민들에게 밝혀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도리어 플러스가 될 텐데”라며 “지도력이 부족한 한명숙 대표님이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ActualEntit***도 “정동영과 천정배는 군말 없이 사지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 그들을 사지에 밀어 넣은 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차례다. 한명숙은 물러나라”고 말했다.
@Blues***은 “박근혜 위원장에 비하면 한명숙 대표는 ‘정치 초단’인 셈이다. 한명숙 대표는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제1야당의 무능함 그리고 선거 전략과 공약의 부재에 대해 석고대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미안하다고 끝내기에 이번 선거가 너무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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