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당사를 떠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새누리당 압승 이끈 리더십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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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향수 투영되며
경제 힘들어지자
메시아적 존재감 부각 다른 정치인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이 놀라운 ‘대중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박근혜 위원장을 오랫동안 보좌했고 이번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첫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위원장 자신이 좋든 싫든 분명한 사실이다. 50대 이상 노장년층에게 박근혜 위원장은 ‘비련의 공주’로 새겨져 있다. 부모가 다 총에 맞아 죽었다. 결혼도 못했고 자식도 낳아보지 못했다. 더구나 전두환, 이회창, 노무현, 이명박 등 강한 남성 권력자들에게 핍박받는 이미지를 쌓아 왔다. 박근혜 위원장의 이런 정치 역정은 그가 가진 ‘청순가련형’ 외모와 결합하며, 비련의 공주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둘째,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나타난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고달파진 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도성장 시절을 그리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박정희의 딸이라면 우리 인생을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가질 수 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메시아’로 박근혜 위원장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경제난을 해결해 줄 역량을 박근혜 위원장이 갖췄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셋째, 마지막 남은 스타 정치인이다. 스타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소비하는 일종의 정치적 상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수많은 스타 정치인이 이끌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들은 사라졌고 박근혜 위원장이 홀로 남았다. 최근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정도가 이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이런 대목은 박근혜 위원장이 젊은 유권자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이유를 적절히 설명해 준다. 이미지
신뢰·강단·애국심 등
본인 정치상품 개발
말실수 않는것도 강점 정치 분석가들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최근 <정치의 몰락>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의원은 아직 업적이나 비전을 보여준 게 없다. 그렇다면 역시 이미지가 인기의 비결일 것이다. 품격, 신뢰, 강단 같은 것이 박근혜 의원이 쌓은 지도자의 이미지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 이런 남다른 애국심도 빼놓을 수 없겠다.” 박성민씨는 “박근혜 위원장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치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도자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며 “말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 것도 정치인으로서 강점”이라고 진단했다. ‘박근혜의 힘’을 ‘대중성’과 ‘이미지’로 설명하는 것이 박근혜 위원장 개인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라면, 우리나라 보수 기득권 세력과 그 전위인 새누리당의 힘으로 설명하는 분석도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본래 상당한 힘을 갖췄고, 박근혜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본래 갖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만든 민주정의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0년 3당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으로,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기득권 정당은 지금까지 총선에서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1당의 지위를 놓친 적이 없다. 단 한 번의 예외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문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개표 방송을 보기 위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보수·영남·재벌·조중동
권력유지 강한 결집력
든든한 버팀목 역할해 새누리당은 보수(이념)-영남(인구)-돈(재벌)-언론(조중동)이 결합한 ‘카르텔’이다. 위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이 카르텔이 정권을 놓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2002년의 패배 역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기적적 사건이었다. 두 차례의 대선 실패와 한 차례의 총선 실패로 카르텔은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분열하면 진다는 것, 무리하면 진다는 것이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위원장이 국민들 앞에 몸을 낮추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새누리당을 구해낸 것은 2004년의 경험에서 터득한 비법이다. 야당이 한때 속도 없이 원내 과반 의석을 꿈꾼 것은 박근혜 위원장과 그를 떠받치고 있는 카르텔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박근혜의 힘’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박근혜 위원장을 잘 아는 정치 분석가는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위원장이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라며 “야당이 아무런 전략도 없이 너무나 잦은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쪽선
권위주의와 폐쇄성
박근혜 확장성 한계
대선과 총선은 다를것 이번 총선 결과는 보수세력이 총결집해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율이 60%대 중반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승패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크게 패배해 확장성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였다”며 “박근혜 위원장이 권위주의와 폐쇄적 의사결정구조를 버리지 않으면 연말 대선에서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지어 이번 총선 승리를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의 ‘독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당선을 위해 뛴 참모는 박근혜 위원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박근혜 위원장이 부산에 다섯 차례 내려왔지만 문재인 이사장의 당선을 막지 못했고 김영춘·최인호·김경수 후보는 끝까지 숨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박근혜 이사장의 부산 방문 때도 그냥 기존 여당 조직을 동원한 것이지 자발적인 열기는 높지 않았다. 박근혜의 힘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 전문가나 정치인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박근혜 위원장은 4·11 총선 승리로 ‘차기 대통령’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다. ‘대중성’ ‘이미지’ ‘카르텔’로 상징되는 박근혜의 힘이 과연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 확인하는 것도 앞으로 전개될 대선정국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송채경화 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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