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민간인 사찰·증거인멸 사건 일지
윗선 못밝힌 불법사찰 재수사
검찰 재수사도 권력 눈치보기
사찰 500건중 497건 면죄부…구체내용·실명도 안밝혀
검찰 재수사도 권력 눈치보기
사찰 500건중 497건 면죄부…구체내용·실명도 안밝혀
30명만 비실명으로 공개하고
자세한 사례는 쏙 빼고 발표 과거정부 관련한 수사는
시기와 내용 적극적 부각
“MB정권 비위 물타기” 지적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 발표문에는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본 검찰의 나약한 의지가 묻어난다.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사찰 사례는 피해자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구체적인 내용은 쏙 뺀 반면, 참여정부 등 과거 정부가 운영한 조사심의관실(심의관실)의 사찰 내용은 일시와 내용까지 ‘친절하게’ 설명해놨다. 수사 발표에서 현 정부의 비위 사실은 되도록 줄이고 과거 정부 때 일은 적극 알려 ‘물타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이 13일 낸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수사결과’ 자료를 보면, 현 정부의 지원관실과 참여정부 심의관실의 사찰 행태가 나란히 공개됐다. 검찰은 지원관실이 사찰한 전체 500건 가운데 불법성이 확인된 3건을 제외한 497건을 4가지 항목로 분류해놨다. 3건은 처벌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이 4가지 분류에 집어넣어 ‘면죄부’를 줬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적법한 감찰활동(199건), 단순 일반 동향 파악(111건), 대상자 등이 불분명한 경우(85건), 범죄 행위가 되지 않는 경우(105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지원관실이 사찰을 벌인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자의적으로 뽑은 ‘주요 인물’ 30명의 명단만을, 비실명으로 공개했다. 김미화씨 등 방송인의 이름은 아예 빠져, 과연 ‘주요 인물’의 기준이 뭐냐는 비판을 자처했다. 예컨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경우 ‘이○○ 전 대법원장’ 식으로만 표시하고 언제, 어떻게, 무엇을 사찰당했는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소문이나 인터넷, 신문기사 검색 등을 통해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단순히 동향을 파악한 경우라 불법성을 찾기 힘들다는 설명만 늘어놨다.
그러나 발표문에 담긴 과거 정부의 사찰 내용은 이와 딴판이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선진화시민행동이라는 단체의 고발로 참여정부 심의관실의 불법사찰 부분도 수사해왔다. 검찰은 심의관실 조사 문건 목록과 정치인 등에 대한 비위 첩보 자료, 민간 건설사 등에 대한 기획 점검 자료, 심의관실 관계자의 진술 등을 확보해 지원관실과 같은 사찰 사실을 확인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사결과 자료에선 사찰 대상자 23명의 비실명 명단과 함께 5건의 구체적인 사찰 사례를 시기와 내용별로 자세하게 정리해 부각시켰다. 한 예로, 2007년 1월께 비위 의혹이 있는 한국학술진흥재단 직원을 5일 동안 미행해 부적절한 사생활을 캐냈다는 내용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심의관실의 사찰 내용까지 굳이 공개한 셈이어서, 그 내막을 두고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지원관실 사찰 피해자 일부의 실명과 피해 사실을 간략하게 밝히긴 했으나, 대체로 “(보고 문건에) 제목만 있고 내용은 없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목록만 나온 것도 있고 내용이 없는 경우도 있다”며 “지원관실 팀원들이 모른다고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법적인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자신들도 모르게 사찰을 당한 당사자들 입장에선 무엇 때문에 사찰 대상에 올랐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수사팀도 자꾸 뭔가를 감추려고 할 게 아니라 공개할 부분은 있는 그대로 공개해 괜한 오해를 받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과거 정부의 사찰 사례는 ‘술술’ 진술하고 현 정부의 사찰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는 공무원들의 이중적 태도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항변한다. 참여정부 등의 사찰과 관련해선 당시 심의관실 기획총괄과장을 지낸 김아무개 전 국장이 검찰에서 여러 사찰 사례를 진술했으나, 현 정부와 관련된 사찰은 지원관실 관계자들이 입을 꾹 닫았다는 것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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