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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108만5004명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등록 2012-09-07 21:16수정 2012-09-26 14:00

석진환 정치부 정당팀 기자 <A href="mailto:soulfat@hani.co.kr">soulfat@hani.co.kr</A>
석진환 정치부 정당팀 기자 soulfat@hani.co.kr
[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정치부 야당팀에서 일하고 있는 석진환 기자입니다. 그동안 쓴 기사가 친절하지 못했던 탓인지, 첫 등판입니다. 데뷔를 위해 사진도 새로 찍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친절한 기자로 거듭나겠습니다. 꾸벅.

오늘 설명은 108만5004명이라는 숫자로 풀어보려 합니다. 2010년 기준 울산광역시 인구이자, 같은 해 마산·창원·진해가 합쳐진 매머드급 창원시의 인구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많은 사람이 현재 진행중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의 선거인단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민주당을 취재하는 제가 술자리에서 지인들을 만나더라도 ‘누가 될 것 같으냐, 누구는 어떻더라’는 질문이나 촌평이 좀처럼 나오질 않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40~50대 중년 남성들의 술상에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이란 안주가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것이지요. 어쩌다 올라와도 젓가락이 잘 가지 않고, 잘근잘근 오래도록 씹히지도 않습니다.

50%대에 머무는 낮은 투표율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제주(55.3%), 울산(64.2%), 강원(61.2%), 충북(56.3%), 경남(62.6%)에서 50%를 넘겼지만, 인천에서 47.8%를 기록했고, 민주당의 텃밭이자 경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지역에서도 전북 45.5%, 광주·전남 50.24%의 참담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108만5004명이 당비를 내고 있는 당원이거나, 스스로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일반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지요.

이번 경선은 투표소 투표와 모바일 투표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중인데, 투표가 간편한 모바일 투표의 투표율도 65%를 밑돌고 있습니다. 정동영, 손학규 후보가 접전했던 2007년 대선 경선도 흥행 성적이 시원찮았지만, 그래도 당시 모바일 투표율은 74.3%였습니다. 심지어 당대표를 뽑았던 지난 1월과 6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모바일 투표율도 각각 80%, 73.4%였습니다.

투표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는 108만5004명 가운데 상당수가 마구잡이로 그러모은 선거인단이라는 점입니다.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 일선 활동가들이 지인을 통해, 또 그 지인의 지인을 통해 선거인단을 모았습니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선거인단이 됐어도 투표를 하지 않은 이들이 많은 것이지요. 각 후보들이 가장 치열하게 선거인단 모집 경쟁을 했던 전북의 투표율이 형편없이 낮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8월2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선출될 당시의 경선 투표율이 41.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두고 ‘진정한 국민후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냉소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민주당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부메랑에 속절없이 얼굴을 내맡기는 처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동원 경쟁만으로는 민주당 경선의 흥행 부진이 모두 설명되지 않습니다. 당 차원의 전략 부재, 후보들의 역량 부족 등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단 한번도 1위가 바뀌지 않은 재미없는 경선은 박근혜 후보가 8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새누리당 경선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새누리당과 달리 이번 민주당 경선은 ‘본선’이 아닌 ‘예선’에 가깝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원장 둘 다 대선에 나올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준결승이 남았는데(대선을 결승이라고 보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스코어 차이가 크게 벌어져 맥이 빠져버린 준준결승에 관심을 가질 만큼 한가한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손학규 후보의 말대로 우리 국민은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데도 실패했습니다. 경남 지사직까지 던지고 경선에 뛰어든 김두관 후보의 부진은 민주당 차원에서 봐도 뼈아픈 부분입니다. 미흡하고 모자라더라도 경선 흥행을 위해 4명의 후보가 합의했던 경선 룰이 뒤늦게 논란이 된 것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겁니다.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면서 ‘친노 주류인 당권파의 음모’라는 말까지 등장하자, 제가 아는 한 분이 그러더군요. “그럴 음모라도 꾸밀 능력들이 있으면 흥행이 이 지경이겠느냐”고 말입니다.

다만, 민주당 경선이 흥행 실패로 막을 내렸다고 말하긴 이릅니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속단은 금물이니까요. 13석을 얻어 원내 3당이 됐던 통합진보당이 불과 4개월 만에 두 쪽이 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석진환 정치부 정당팀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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