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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엘리트·전문가 정치, 국민눈높이 ‘정치개혁 로드맵’은 아직…

등록 2012-10-16 20:44수정 2012-10-17 10:00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자신의 선거캠프인 ‘진심캠프’에서 정책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자신의 선거캠프인 ‘진심캠프’에서 정책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2 대선주자 탐구 l 안철수 (하)
정치

대통령 선거일이 두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지만 안철수 대선 후보의 정치는 여전히 모호하다. 안 후보는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에 정치혁신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안철수표’ 정치개혁의 종합판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 대통령’, ‘국민후보’ 등을 꺼내들어 안 후보가 지향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8일 대구대 강연에서 정당의 기득권 구조를 비판하면서 정치 쇄신의 사례로 두 가지를 들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줄 것과 시·군·구 기초의원 정당 공천 배제를 주장했다. 앞서 대통령 인사 권한 축소와 청와대 이전도 약속했다.

그러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표현은, 지난 1월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과 동일하다. 한 전 대표는 이를 위해 완전국민경선제와 모바일 투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민주당 공천 결과는 많은 비판을 받았고, 총선은 민주당 패배로 끝났다. 안 후보가 지난 4월 총선에서 지지를 밝힌 송호창·인재근 민주당 의원의 경우 국민경선을 거치지 않고 전략공천을 받았다. 정당이 공천권을 온전히 포기할 경우, 보완장치가 없다면 지역기반이 약한 참신한 인물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가 표방하고 있는 ‘새정치’를 위해 ‘더 필요한 무엇’에 대해 안 후보는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 인사권을 줄이고 총리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공약도 그가 처음 내놓은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4대 권력기관장(국정원·국세청·검찰청·경찰청) 인사에서 손을 놔버렸고, 이해찬 총리는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책임총리 구실을 했다. 그것이 적절했고 효율적이었는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시·군·구 기초의원 정당 공천 배제 문제는 정치쇄신 사례로 언급하기에는 너무 소소하며, 제도상으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현명한 국민 지혜 모으겠다”
변호사·교수·시민운동가 등
각분야 전문가 캠프 핵심에
엘리트정치 함정 빠질 우려

구체적 개혁안 나오지 않아
시·군·구 의원 정당공천 배제
대통령 인사권 축소 등 ‘재탕’
개헌·선거제도 등 언급 없어

시민의 정치적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정치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해 안 후보는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오는 문제”라고 하지만,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제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안 후보는 아직 시민사회에서 공론화된, ‘87년 체제’를 넘어설 해법으로 제안되고 있는 개헌 문제나 구체적인 선거제도, 선거구제 문제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현재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안 후보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신세계클리닉 원장이다. 박 원장은 몇 년 전부터 “낡고 부패한 기성 정당, 80년대 학생운동 출신 등이 아닌, 각 분야의 젊고 참신한 전문가 100명만 모으면 우리 정치를 확 바꿀 수 있다”고 말해왔다. 대체로 ‘반새누리·비민주’의 정치 성향을 보이면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고,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으면서도 정치와 거리를 둬온 전문가들을 정치세력화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 자신의 성공을 사회의 몫으로 돌리며 공익적 삶을 살아온 안철수를 중심축으로 세울 수 있다는 밑그림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박 원장에게 이런 제안을 받았던 한 인사는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그래서 확실한 자기 수입을 가진 사람들이 사심 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하면 부패하지 않고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지였다”며 “일종의 철인정치, 귀족정치와 유사한 건데 ‘각성한 엘리트 중심의 정치’를 꿈꾸는 건 아닌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대중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안 후보 캠프의 핵심인사 면면을 보면 ‘전문가 중심’이란 특징은 분명히 드러난다. ‘정준길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불출마 종용’ 폭로 기자회견장에 선 금태섭·강인철·조광희·송호창 등 4명은 모두 변호사다. 강 변호사는 법률지원단장, 금 변호사는 상황실장, 조 변호사는 비서실장, 송 의원은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각각 맡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전문성이 있는 이원재 정책총괄팀장, 시민운동가와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인 하승창·박왕규 대외협력팀장 등도 안 캠프의 ‘전문가 중심성’을 뒷받침한다. 안 후보도 출마선언문에서 “현명한 국민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답을 구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당은 당원과 지지세력의 견제를 받지만 전문가 정치는 ‘전문가 개인들의 선의’에 기대는 것 말고는 시민들이 견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비판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엘리트 정치’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안 캠프는 현재 100여개에 이르고 있는 지역별 포럼의 네트워크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박선숙 본부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자발적으로 구성된 지역별 포럼은 지역별 정책을 제안하고 지역 여론도 수렴하는 지역의 의사소통 네트워크다. 이곳엔 전문가, 지역 현장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며 “‘국민이 만드는 대통령’ 쪽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재벌개혁·지방분권·북방경제…
문재인 후보와 ‘이란성 쌍둥이’

주요 정책

정책담당 참여정부 관련자 많아
“진정성·실천력이 가장 큰 차이점”

지난 14일 재벌개혁 분야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기 시작한 안철수 대선 후보의 정책은 얼마나 새로울까?

정책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쪽과 닮은 꼴이다. 지난 8~9일, 안 후보가 잇따라 내놓은 지역분권 구상, 북방경제론 등은 2002년 노무현 정부 이후 민주당의 관련 정책과 거의 차별성이 없다.

재벌개혁의 경우,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해소라는 방향은 물론 개별 정책에서도 안 후보와 문 후보는 거의 차이가 없다.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과거 출자분에 대해서도 재벌 자율에 맡기되 이후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접근법도 동일하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방지 공약도 마찬가지다. 재벌이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계열분리를 명령할 수 있는 ‘계열분리명령제’ 정도가 눈에 띈다.

안 후보 캠프의 분권혁신포럼이 준비중인 지방분권 공약도 과거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제시했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연장선에 있다. 안 후보는 지난 8일 대구대 강연에서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강조하면서 “지방정부에 예산뿐 아니라 권한도 줘야 한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당장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주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북방경제론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남북간 긴장이 높아지고 대화가 전면 중단된 탓에 과거에 비해 진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평화가 곧 밥”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2002년 노무현, 2007년 정동영 후보 공약과 흡사하다.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부산에서 파리까지 가는, 대륙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고 대한민국이 새로운 물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표현도 비슷하다.

안 후보의 정책이 민주당 정책을 계승한 문재인 후보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는 안 후보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 중 과거 참여정부 시절, 정책 분야에 관여했던 이들이 많은 것도 중요한 이유다. 안 후보의 지방분권 공약을 돕는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는 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도왔던 인사다. 안 후보의 북방경제론을 내놓은 ‘평화와 공동번영의 선순환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참여정부 때 통일정책을 주도했고,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는 문 후보 캠프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생산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으로 미뤄 오는 11월 초 정책공약집 형태로 전체 윤곽이 드러날 안 후보의 대선 공약도 문 후보 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안 후보 쪽도 이런 점을 부인하진 않는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장하성 교수는 이에 대해 “‘정책이 얼마나 다르냐’는 것보다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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