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과 선대위 간부, 당직자들이 19일 저녁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상황실에서 대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보도가 나오자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높은 투표율에 들떴다 낙담
“사흘만 더 있었다면” 아쉬움
“사흘만 더 있었다면” 아쉬움
밤이 되자 지옥으로 변했다. 19일 민주통합당은 기록적인 투표율에 오후 내내 고무됐다가 단 한번의 우세도 차지하지 못한 채 패하자 패닉에 빠졌다. 모두들 “왜 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밤 11시께 캠프 상황실을 지키던 박지원 원내대표, 김두관 전 경남지사, 정세균 상임고문 등은 망연자실하게 박근혜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로 이동하는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박 당선인이 당사에 도착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을 무렵, 하나둘 자리를 떴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초반 단일화 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해 문재인 후보 본인의 선거운동을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 못했다. 사흘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희색이 만연하던 캠프 분위기가 뒤바뀐 건 오후 5시50분께였다. ‘문재인 후보가 1.2%포인트 차이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뒤졌다’는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가 이때쯤 나돌았기 때문이다. 웃음기가 사라졌고 의원들은 서로 귀엣말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은 “방송사 발표를 지켜보자”며 마음을 다독였다.
오후 6시 지상파 3사가 일제히 문 후보 패배를 예측하자 상황실은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5초간 정적 뒤 일제히 박수가 터졌다. <와이티엔>(YTN)의 단독 예측조사 결과가 지상파 3사 조사와 달리 문 후보의 오차범위 내 승리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박수는 이날 마지막 박수가 됐다.
출구조사 발표 전까지 민주당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이긴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오전부터 유권자들의 투표 행렬이 이어지는 등 투표율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출구조사 발표를 보기 위해 당사 신관 1층 상황실로 모여드는 선대본 관계자들 표정은 모두 좋았다. 승리를 전제로 한 덕담과 여유있는 웃음이 상황실을 메웠다. 우 공보단장은 “출구조사가 이기는 걸로 나와도 일어나서 박수치지 마세요. 카메라를 가립니다”라며 여유있는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개표 직후부터 박 후보에게 뒤지던 문 후보는 단 한차례도 역전하지 못한 채 끌려갔다. 저녁 8시44분 <한국방송>(KBS)이 ‘당선 유력’을 선언할 때만 해도 긴가민가하는 분위기였지만 9분 뒤 <에스비에스>(SBS)마저 이에 동참하자 분위기는 침통해졌다. 결국 밤 11시40분 문 후보가 패배를 시인하면서 선거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이번 패배로 두번 연속 정권 창출에 실패함으로써 초고강도 쇄신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민주당은 일단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수습책과 차기 당 지도부 선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에 따를 경우 내년 1월20일 직후가 지도부 선출 시한이다. 하지만 지도부 선출에 앞서 당을 유지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이 비대위 차원에서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선거 패배 책임론이 분출하면서, 기존 민주당을 깨고 새로운 틀의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당 창당론이 제기될 수 있다. 어느 쪽이 됐든 문 후보를 뒷받침해온 ‘친노’ 주류와 ‘비노’ 비주류 간 주도권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친노 주류 그룹에 대해선 2선 퇴진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원철 손원제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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