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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보수세력 정권교체 위기감이 정권심판 열망 눌렀다

등록 2012-12-20 00:27수정 2012-12-20 11:20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인 19일 오후 서울 잠실본동 잠전초등학교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 투표를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인 19일 오후 서울 잠실본동 잠전초등학교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 투표를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박근혜 승리 요인
경제민주화·복지 의제 끌어안고
인물 경쟁력 띄우며 안정감 키워
산업화 세대 박정희 향수층 결집
“참여정부 계승” 문재인 때리기로
MB정부 실정 심판론 약화시켜

‘똘똘 뭉친 보수세력의 위기의식’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맞대결 구도로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요인은 이렇게 요약된다.

‘진보 정권의 귀환’을 두려워한 보수층 유권자를 총결집시키는 선거전술이 박근혜 후보 당선의 기본 토대였다. 안철수 무소속,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로 ‘보수 대 진보의 한판 대결’ 구도로 판이 짜인 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보수층 유권자의 위기의식을 자극하고 똘똘 뭉치게 하는 데 주력했다. 75.8%라는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로 20~30세대가 투표에 대거 참여했음에도 박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 것은 50~60세대에 집중된 보수층 유권자들도 투표장으로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층의 결집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실제 박 후보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일시적으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등 외연 확대를 추진했지만, 전태일 열사 유족 방문이 무산된 뒤 이른바 ‘집토끼 사수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막판까지 보수표 결집에 다걸기를 했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를 ‘이념대결로 국가 전체를 대립과 갈등에 빠뜨린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며 이른바 ‘진보정권 부활 저지’를 전면화했다. 문재인 후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은 ‘박근혜 집권 플랜’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박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실패한 과거로 돌아갈 것이냐,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갈 것이냐”고 외치며 유권자들에게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투표를 사흘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를 계기로 ‘좌파연대 심판론’을 제기했고, 투표 전날인 18일 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또다시 북한으로 돈을 보내고, 북한은 그 돈으로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쏠 것”이라며 색깔공세까지 폈다. 이런 전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실패한 이념·좌파 정권의 계승자로 낙인찍는 효과를 발휘했다. 동시에 보수 진영이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해온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집권 기간의 어두운 기억을 되살려 ‘진보정권 귀환’에 대한 보수층의 불안 심리를 제대로 자극했다.

보수층의 정치적 자원은 ‘박근혜 깃발’ 아래 총결집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이인제 의원 등 자유선진당과 일찌감치 통합을 했고, 이회창 전 총재까지 삼고초려해 사실상 보수 진영의 정치 거물들을 망라했다.

박 후보는 확고한 보수성을 토대로 우리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김종인 박사를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중용해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고, 민생과 복지 등 ‘좌파적 의제’를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보수의 퇴행적 이미지를 중화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인 이상돈 교수는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 민생 이슈를 선점하면서 국민들에게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 보수층 유권자들이 경제민주화, 민생 등을 좌클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보수의 상징인 박 후보는 오히려 보수층의 강력한 지지를 투표장까지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집권여당 후보라는 정치적 위상,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태생적 기반을 무기로 저소득층과 노령층 유권자의 안정적 지지를 확보했다는 것도 승리의 요인으로 꼽힌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부자에게 우호적인 정당의 후보인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하는 ‘계급배반 투표’를 한 것은 경제 개발은 보수정당이 더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 경험에 대한 향수 등이 반영된 것이다. 노령층 유권자들 가운데 다수가 저소득층인데 집권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안정지향 심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박 후보를 “부자정당·특권정당 후보”라고 공격했지만, 소득에 따라 지지정당과 후보를 결정하는 계급투표가 일반화돼 있는 미국·프랑스와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박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 서장은 단장은 “보수와 진보의 맞대결 구도로 짜인 이번 선거에서 박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내세웠다면 승부가 일찌감치 진보 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다. 이번 승리의 핵심 요인은 바로 ‘후보 박근혜’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의 전략 실패로 박 후보가 당선됐다는 지적도 있다. 민기획 박성민 대표는 “박근혜 후보가 잘해서라기보다 문재인 후보 중심의 진보 진영이 역전하지 못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야권의 두 거목이 없는 상태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지지자를 완벽하게 결집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표 차를 크게 벌리지 못한 게 실질적인 패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제 18대 대통령 선거 분석

▷ 박, 경기·인천서 승전보…충청서도 과반 넘게 득표
▷ 보수층 위기감에 똘똘 뭉쳐…정권심판 열망 눌렀다
▷ 투표율 높았는데 보수 승리 왜?
▷ 새누리 낙담서 환희로
▷ 연이은 악재에 쫓기던 1주일…그래도 역전은 없었다
▷ 박근혜의 사람들 누가 있나
▷ 출구조사 이번 대선도 족집게
▷ 방송3사 17일 조사땐 박 44.6 <문46.0

박근혜 대통령 당선

▷ 박근혜 과반 득표…첫 여성대통령 됐다
▷ 박근혜, 당선 확실시되자 한밤에 집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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