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박캠프 상황실장
“20~40대 박 좋아하지 않더라도
응징해야한단 생각 않도록 했다”
“20~40대 박 좋아하지 않더라도
응징해야한단 생각 않도록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 목록이 있다면 권영세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앞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박 당선인이 과거사 문제로 수렁에 빠졌을 때 선거캠프의 두뇌 격인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대선을 진두지휘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 7층에서 그를 만났다.
권 실장은 보수와 진보의 맞대결 구도로 짜인 선거전의 핵심 전략을 ‘20~40세대의 응징투표 방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이념·세대 지형에서 정면 승부를 할 경우 박 당선인이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일관되게 20~40세대가 우리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를 응징할 이유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이런 전략에 따라 박 당선인 자체를 부각시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인물대결 구도로 만들려고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그게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이 앞세운 경제민주화는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보수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노력이었고, 결과적으로 20~40세대에게 박 후보를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응징하고 심판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권 실장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깜깜이 선거운동’ 기간의 여론 흐름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이긴다고 선전했을 때 더 세게 반박하지 않은 것도 20~40세대가 새누리당 응징을 위해 결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50~60세대가 많아졌고, 그들의 투표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며 75.8%의 높은 투표율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인구 구성의 비율 변화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3차 텔레비전 토론을 앞둔 시점에서 10% 이상 앞서던 여론조사 격차가 갑자기 3~4%로 줄어든 상황에서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한동안 혼돈과 위기감에 빠져든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의 진정성은 존경할 만하고, 정치권에 좀더 오래전에 들어와 민주당을 확실하게 장악했다면 참 힘든 싸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에겐 친노색깔이 너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난 4월 총선 때부터 보수의 오른쪽이 허물어질 것을 걱정하면서도 중도 쪽으로 나아가려 노력했다. 그런데 상대인 민주당은 색깔과 이념을 더 선명하게 가져가려 했고, 우리의 성공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뭔가를 배우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 당선인의 향후 국정운영과 관련해선 “오늘 후보와 선대위 간부가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세대에겐 박 당선인이 좀 올드해 보일 수 있지만 그는 공인의식이 강하고, 절대 민주적인 방식을 벗어나는 국정운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박 당선인이 원칙을 강조하는 모습이 반대자들에겐 비민주적이고 불통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당선인 스스로 아버지 시대의 리더십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절대 권위주의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대선에서 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의 상실감을 달랠 방법으로 ‘탕평인사’를 제시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새정부 인사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대연정 같은 내각 구성을 하지는 않겠지만,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으려 노력할 것이다. 또 이념적, 지역적 편향 인사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박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대통합이고, 그것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은 우리나라 재벌에 별다른 신세를 지지 않았다. 그들 앞에서도 당당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캐스트 #18] <대선 특집> 박근혜 시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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