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불안감’이 그들을 움직였다
수도권 50대, 박근혜에 쏠린 이유
“경제·안보 위기감 가장 강해”
“집값하락이 민주화보다 절박”
50대 62.5% 지지가 ‘일등공신’
수도권 50대, 박근혜에 쏠린 이유
“경제·안보 위기감 가장 강해”
“집값하락이 민주화보다 절박”
50대 62.5% 지지가 ‘일등공신’
박근혜 당선인을 만든 일등 공신을 지역으로 따지자면 경기도와 인천, 세대로 따지자면 50대로 볼 수 있다. 방송 3사 출구조사로 살펴본 50대의 투표율은 89.9%였다. 50대의 62.5%가 박근혜를 선택했다. 우리나라 인구 구성에서도 50대는 10년 전인 2002년 12.9%에서 올해 19.2%로 비중이 7%포인트나 늘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50대에서 문재인 후보에 비해 250만표를 더 얻었다.
박 당선인은 인천에서 51.6%, 경기도에서 50.4%를 얻었다. 불과 2년 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송영길 인천시장은 53.7%의 지지율로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후보(44.4%)를 꺾은 바 있다.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수도권에서 5%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려야 이긴다고 보고 있었다.
수도권의 50대는 왜 박근혜를 선택했을까. 열쇳말은 불안감이었다. 인천 지역의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인천의 50대는 경제불안과 안보불안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이들인데, 우리는 한마디로 불안감을 해소해주지 못했다”고 짚었다. 경제불안의 중심에는 부동산, 특히 하우스푸어·렌트푸어 문제와 다가올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은 “50대 유권자의 상당수는 경제적 문제가 민주화보다 더 절박한 문제인데, 민주당에서는 부동산 문제, 특히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2억원 넘는 대출을 받은 하우스푸어 김아무개(51·경기도)씨는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이 바로 수도권 50대들인데, 문재인 후보가 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본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이 고생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서 집값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이 폭등한 데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57만가구로 추정되는 하우스푸어를 세대별로 보면 40~50대가 35만2000가구로 가장 많았고,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33만9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10년 전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박재우(55·경기도 분당·대기업 전무)씨는 이번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박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거들이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줄 것 같아서였는데, 막상 당선되니 정치 이야기만 하더라. 문 후보도 매번 정치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도저히 찍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흔히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로 불리는 50대는 보통 대학생이나 결혼할 자녀가 있고, 곧 정년을 맞거나 정년을 한 세대들이다. 트위터에선 “베이비붐 세대의 키워드: 은퇴, 아파트 한 채, 별도 저축 많지 않음, 부양능력 없는 무능한 자식, 고령화로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앞으로 뭐 먹고 사나 등. 이것이 바로 박근혜 당선의 힘”이라는 글이 회자됐다.
“박이 민생정책 얘기할 때 문은 바른정치만 강조하니…”
하우스푸어 수도권만 33만가구
2억대출 김씨, 노무현 정부 비판
“문 되면 집값 더 떨어질 것 같아” NLL 문제 등 안보불안 심리 자극
안정희구 세대에 대안 제시 못해
강남 고씨 “문 지지서 마음 바꿔” 삶의 부담감과 고통이 가장 심한 것이 50대들인데, 문 후보가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춘열(54) 고양시민회 전 대표는 “선거공보만 봐도 박근혜 당선인은 민생을 파고드는 정책으로 포장했는데, 문재인 후보는 상식과 바른 정치만 강조했다. 민주당은 고달픈 삶으로 고통받는 서민층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민주당 재선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50대 서민·중산층을 겨냥한 어떠한 공약도 없었다. 민주당이 중산층·서민들의 삶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 문제도 불안감의 한 요소였다는 주장도 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이슈 측면에서 보면 50대에게는 경제 분야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안보 분야가 굉장히 중요했다”고 평했다. 윤 교수는 “안보 분야에서는 실체적 진실과는 무관하게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큰 현안이 됐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후보가 안보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폭발시켰다. 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가 활약한 것이 젊은층에게는 속시원했는지 몰라도, 50대 이상 세대의 안보불안을 맹렬히 자극했다”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 당선인은 50대의 ‘안정 희구 성향과 어느 정도의 변화 욕구’에 적절하게 맞는 메시지를 던지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분석이다. 치과의사 고영우(51·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강남구의 투표율이 서울에서 가장 낮다는 뉴스를 보고 오후 5시에 투표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호감이 있었지만, 이정희 후보의 토론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이유는 민주당의 지난 5년에 대한 평가 측면도 있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새누리당 조직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듣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민주당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지금의 50대 이후의 정서는 단순한 보수화가 아니라,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안정적인 집권세력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이번에 2040세대에게 전략을 집중해 성과를 거뒀지만 저소득·저학력층이 많은 50대 이후 세대와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2040세대를 든든한 지지층으로 만드는 동시에 50대 이후의 저소득·저학력층과 정치적으로 맺어질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희, 인천/김영환, 수원/홍용덕 기자 hermes@hani.co.kr [한겨레 캐스트 #18] <대선 특집> 박근혜 시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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