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새누리당 당직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국립현충원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서 충혼탑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분주했던 당선인 첫날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 찾아
선거 중 숨진 보좌관 장지도 들러
선대위 해단식서는 당선증 받고
“국민행복·대통합 두가지만 담자”
메르켈 총리·반기문 총장과 통화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 찾아
선거 중 숨진 보좌관 장지도 들러
선대위 해단식서는 당선증 받고
“국민행복·대통합 두가지만 담자”
메르켈 총리·반기문 총장과 통화
대통령 ‘후보’에서 ‘당선인’으로 신분이 바뀐 첫날인 20일 아침, 박근혜 당선인은 집을 나서면서부터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첫 공식 행보는 관례대로 국립현충원 참배였다. 오전 8시45분께 박 당선인이 검정 외투와 회색 머플러 차림으로 서울 삼성동 자택 밖으로 나오자 주변에는 무장한 경찰력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의 신분이 ‘국가원수급’으로 격상되면서 전날 밤부터 경찰력이 배치됐고, 이날 새벽에는 청와대 경호팀도 가세했다.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박 당선인은 이들을 향해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집 주변에 자리를 잡은 주요 방송사 취재진은 하루 종일 동행취재를 하며 첫날 일정을 화면에 담았다.
이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용하던 검정 승합차를 타고 경찰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현충원 주변은 삼엄한 경비 인력과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박 당선인은 9시1분께 현충원 현충탑 앞에 도착했고, 미리 대오를 갖추고 서 있던 황우여·김성주·정몽준·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 서병수 사무총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이정현 공보단장 등 선대위 관계자 및 현역 의원 70여명과 함께 참배에 나섰다.
헌화와 묵념에 이어 방명록에는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라는 글을 남겼다. 몇몇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한 지지자가 “여성 대통령”이라고 소리치자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아버지의 묘역은 10월26일 33주기 때 찾은 이후 55일 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5년 전 당선 첫날 현충원을 참배했지만 전 대통령 묘소는 참배하지 않았다.
참배를 모두 마친 박 당선인은 9시50분께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하기 직전 당사 주변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검색대도 설치됐다. 10시부터 4층 기자실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대국민 당선 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외신기자들도 꽤 눈에 띄었다. 당선 소감과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기자실에서 발표를 했지만 기자회견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5년 전 이 대통령은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다.
이사이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이학재 의원은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당선증을 교부받았다. 박 당선인은 이어 선거 유세 이동 중 교통사고로 숨진 이춘상 보좌관과 김우동 선대위 홍보팀장의 장지가 있는 경기도 고양시 ‘하늘문’과 ‘자유로 청아공원’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이 보좌관의 부인 이은주씨는 납골당 안에 놓여 있는 책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를 가리키며 “박근혜 당선인님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늘 곁에 두고 읽었던 책”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15년 동안 헌신적으로 보좌해주셨는데, 그 결과를 끝내 보지 못하게 돼 너무나 마음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어린 아드님이 꿋꿋하게 자라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이씨를 위로했다.
발길을 다시 여의도 당사로 돌린 박 당선인은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선대위 관계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을 믿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국민을 믿으려면 진실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그에 소박하게 보답하고, 은혜를 주고받으며 국민과 정이 생긴다”는 정치관을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오후 일정도 빡빡했다. 당사 6층에서 2시부터 성 김 주한 미국대사, 장신썬 중국대사, 벳쇼 고로 일본대사, 콘스탄틴 브누코프 러시아대사를 차례로 만나 양국간 우호와 협력을 당부했다.
2시40분에는 당사 2층 강당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그간의 노고를 격려했다. ‘국민대표’로 선정된 대학생들로부터 ‘당선증’을 전달받고 선대위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보여준 뜻은 어떻게 해서든 위기에 민생을 살리고 대통합에 100%를 꼭 만들라는 것이며, 국민은 우리에게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를 이번에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겨울이 어느 때보다 길고 아주 춥다고 하는데 서민경제, 심각한 경제를 어떻게 잘 넘길 것인가, 우리가 선거를 잊어버리고 여기에 몰두할 때다. 약속드린 대로 국민대통합, 국민행복 두 가지만 머리에 담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고, 시작이 반이라 한다. 지금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각오를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좌우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또 오후엔 경쟁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도 전화를 걸어 전날 축하해 준 데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밝혔다. 저녁 8시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8시30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한 뒤 분주했던 첫날 일정을 마쳤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한겨레 캐스트 #18] <대선 특집> 박근혜 시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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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당선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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