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대위원장 자리, 새 원내대표가 겸임한다

문재인 대행, 따로 지명 않기로
한때 안경환·윤여준 검토하기도

다음번 전당대회까지 민주통합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임시지도부)은 앞으로 1개월 안에 선출될 신임 원내대표가 겸하게 될 전망이다. 비대위원장 지명 권한을 지닌 문재인 대표대행은 23일 다양한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행은 이날 오전까지 당 새정치위원장인 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와 미래캠프에 합류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다음번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검토했으나,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지명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행의 한 측근은 “안경환 교수와 윤여준 전 장관이 완강하게 자리를 고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행도 대선에서 패한 처지에서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 후보가 물러나면서 자신을 대신해 당을 이끌어 갈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문 대행이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문 대행은 주말 사이 주요 중진 의원들에게 안경환 위원장과 윤여준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전달하고, 이들에 대한 평가를 수렴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24일 오전 9시30분 당무위원회를 열어 문재인 의원에게 대표대행의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의결하고, 비대위 구성안과 원내대표 선출안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 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지명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이런 절차는 사실상 불필요하게 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무위를 앞두고 하루 종일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중앙당이 24일 열릴 당무위에 참여할 당무위원 자격을 두고 2차례 태도를 바꾼 일이 대표적이다. 중앙당은 최고위원들이 위촉한 당무위원들을 해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가 다시 번복하기도 했다. 당무위원을 맡고 있는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당무위 참석 문제로 당에 문의하니 최고위원들이 위촉한 당무위원들은 해촉했다고 했다가 저녁에 다시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당무위에서 문재인 의원의 권한에 대한 이견 개진을 막기 위해 해촉했다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 다시 부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당무위가 지난 9월20일 당대표 권한 위임 시한을 ‘대선일까지’로 적시한 만큼, 대선과 함께 대표 권한의 효력은 상실됐다”며 문 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는 방안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왔다. 이태희 석진환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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