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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세금 축내고 복잡해 ‘미안해 개편’이래요

등록 2013-01-18 20:33수정 2013-01-18 21:36

조혜정 정치부 정당팀 기자
조혜정 정치부 정당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미안해’.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정부부처 개편안에 누리꾼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현재 15부2처18청인 정부부처를 17부3처17청으로 확대개편한 이 안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의 첫 글자를 딴 건데요, 오늘은 바로 이 ‘미안해 개편’을 좀 얘기해볼까 합니다.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11부4처3위원회였던 정부 조직은 30여차례 변화를 겪었어요.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 이후로만 따져도 이번이 9번째 조직 개편입니다. 65년째 ‘첫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건 국방부와 법무부 두곳입니다. 여권이 좋아하는 ‘선진국’에선 보기 드문 일이죠.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런 문제에 대응하려고 국토안보부를 신설한 것 말고는, 특별한 변화 없이 1988년 이후 조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12년 전인 2001년 개편한 정부조직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고요. 특히 일본은 2001년 정부조직을 개편한 게 50년 만에 있었던 일이었는데요, 이를 위해 10년이 넘게 준비했다고 합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으레 습관적으로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도 그렇고, 공청회 한번 없이 인수위원인 유민봉·옥동석 교수와 강석훈 의원 딱 세 사람이 단기간에 조직 개편을 끝냈다는 것도 그렇고, 한번쯤은 진지하게 비교하고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봅니다.

아무튼 개편안엔 특이한 부처 이름이 눈에 띕니다. 부처 이름은, 해당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당선인이 그 부처의 업무 가운데서도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는지를 드러내줍니다. 공약으로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박 당선인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창조경제란 “미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으로,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창조할 동력을 과학에서 찾겠다는 당선인의 생각이 담긴 이름이 ‘미래창조과학부’인 셈입니다. 진화론을 반대하는, 종교적 의미의 ‘창조과학’을 상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낳았지요.

과학을 떼어준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부로, 해양수산부 신설로 관련 업무를 넘겨주게 된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각각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부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수출 진흥과 에너지·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뀌었지요. 김대중 정부 때 통상 업무를 외교통상부로 이관하면서 10년 동안 ‘산업자원부’였던 이 부서는, 박 당선인이 다시 통상 업무를 이쪽으로 가져오도록 조직을 개편하면서 옛 이름에 통상을 덧붙이게 됐습니다.

‘안전행정부’는 지금의 행정안전부에서 ‘행정’과 ‘안전’의 앞뒤를 바꾸게 됐습니다. 박 당선인은 7일 자신이 주재한 첫 인수위 회의에서, ‘경제 부흥’과 함께 ‘국민 안전’을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제시했는데요, 당선인의 이런 생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려고 부처 이름을 바꾼 거죠.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 간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수립 이후 50년 동안 ‘내무부’였던 행정안전부는, 김대중 정부 때 지방자치를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아 ‘행정자치부’로 바뀌었다가 5년 전 ‘민주정부 흔적 지우기’에 몰두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만약 이번에 국회에서 조직개편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안전행정부는 네번째 이름이 됩니다. 이름이 네번 바뀌는 동안, 이 부처의 기능과 임무는 뭐가 달라진 걸까요? 주민등록을 관리하고, 경찰·소방 등 안전 업무를 도맡고,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 업무는 그대롭니다.

그런데도 당선인의 생각과 의지를 강조하려고 꼭 이름을 바꿔야 되느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름을 바꾸는 덴 돈, 즉 우리가 내는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우선 건물에 붙은 현판부터 바꿔 달아야 합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부처 로고, 기안 용지, 민원 서류, 직원 명함 등도 바꿔야죠. 직인과 깃발 제작까지 포함해, 줄잡아 6천여만원이 든다는 말이 나옵니다. 달라진 서식에 따라, 민원인(바로 우리!)이 겪는 낯섦과 불편은 돈으로 계산하기 어렵겠네요.

조직 개편과 부처 이름의 의미가 제대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정치부 정당팀 조혜정이었습니다. ‘친절한 기자들’ 콘셉트에 안 맞게, 왜 이름을 뒤에 밝히냐고요? ‘미안해’요. ^^

조혜정 정치부 정당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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