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맨 앞 등 보이는 이)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2일 오후 사흘째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청문보고서 채택은 보류됐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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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사람 거의 찾긴 힘든데
임명 강행했다가는 민심과 충돌
깨끗한 사람 거의 찾긴 힘든데
임명 강행했다가는 민심과 충돌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19~21일)를 시작으로 다음주부터 17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틀 뒤인 27일에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 28일에는 황교안 법무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청문회 등 공개적 검증 과정은 후보자 개개인에게는 출세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그동안 쌓았던 사회적 명성을 잃고 나락으로 추락하느냐를 결정하는 험난한 시험대이다. 여권과 야권 등 정치세력의 처지에서는 집권 초반 정국 주도권을 쥐느냐 아니면 대여 견제력을 회복하느냐를 좌우하는 ‘포스트 대선전’이다. 낙마가 적을수록 새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힘을 얻으며, 반대로 많으면 대선에서 패배한 야권이 기운을 차린다.
현재까지는 야권의 성적이 나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대마를 잡았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두 아들의 병역기피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명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스스로 물러났으며, 박 당선인이 사실상 추천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도덕성의 문턱에 걸려 낙마했다.
이 때문인지 여권은 더이상의 낙마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 측근들이나 여당 지도부는 “더 밀리면 안 된다. 낙마자가 또 나오면 집권 초반부터 너무 흔들리게 된다”는 얘기를 사석에서 하고 있다. 최근 각 부처가 일제히 나서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적극 해명하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권의 ‘후보자 및 내정자 지키기’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것 같지 않다.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내놓은 ‘상품’ 자체의 하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병역기피 의혹을 비롯해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불법 증여, 탈세, 과다한 전관예우,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총리 등 내각 후보 18명과 청와대 참모진 12명 가운데 깨끗한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병역 의혹만 보더라도 병역 비리의 흔한 수법 중 하나인 허리디스크(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보충역)와 폐결핵(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뿐 아니라 두드러기(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손가락 마비(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 등 일반인은 듣도 보도 못한 이유들로 국방의무에서 특혜를 받았다. 집안 좋고 똑똑한 사람들이 몸은 왜 그렇게 부실했는지, 그런데 지금은 멀쩡한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한 사람이 세가지 이상의 의혹을 가진 경우도 적지 않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불법 증여, 아들 병역 의혹, 재산신고 누락)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병역 의혹, 불법 증여, 부동산 투기 의혹, 전관예우),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불법 증여, 부동산 투기 의혹, 무기중개상 취업),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병역 의혹, 부동산 투기 및 농지법 위반, 논문 표절) 등이 대표적이다.
논문 표절 의혹(추후 표절 아닌 것으로 판정) 하나만으로도 낙마했던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 등 노무현 정부 시절로 거슬러 간다면 검증을 통과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둘 이상의 의혹이 있을 경우 낙마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최소한 네댓명은 중도하차 대상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내각 3명이 낙마하고, 박미석 사회정책수석도 버티다가 결국 사퇴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사람을 좀체로 안 바꾸는 스타일이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뒤에도 인수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맡겼다. 게다가 국회에서 표결하는 국무총리를 빼고 장관 후보자는 대통령이 청문회 결과에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으며, 청와대 참모진은 아예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문제투성이 인물들을 다 안고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잖아도 인사 실패로 지지율이 벌써 40%대로 떨어진 마당에 국민 눈높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가는 집권 초반부터 회복하기 힘든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권력자가 넘지 못할 벽이 민심이다. 몇명으로 방어해내느냐가 관심이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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