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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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이제야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24일부터 법무부를 시작으로 기관보고를 듣는 것이 실제 활동의 시작이다. 국정조사특위의 활동기간이 7월2일부터 8월15일까지 45일간이니, 꼬박 절반을 허송했다.
남은 절반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기관보고에 이어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야 하지만 누구를 채택할지를 놓고 여당과 야당의 주장이 벌써부터 판이하다. 자칫하면 또 공전이다. 국가기밀을 이유로 국정원의 보고나 관련 증언을 공개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제 특위의 첫 전체회의에서부터 그런 조짐이 보였다. 당장 26일 국정원 기관보고 때 여야가 맞붙을 수 있다. 그리되면 파행은 또 한참 이어진다. 댓글 의혹의 진상을 따지고, 경찰의 사건은폐를 드러내고, 수사와 기소 과정의 외압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추궁하는 국정조사 본래의 일이 언제부터 가능할지는 도무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런 걱정은 진작부터 있었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사건의 국정조사에 선뜻 합의한 것은, 거부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거부한다면 ‘제 발 저린 것 아니냐’는 눈길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국정조사가 순탄하게 진행되리라고 기대한 이도 애초 그리 많지 않았을 터이다. 다수 여당이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해 결국 국정조사를 흐지부지 만든 일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이미 국정원 댓글 사건의 윤곽이 확연해지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으로 ‘물타기’를 시도한 바 있다.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새누리당은 댓글 사건을 제보한 전직 국정원 직원의 비밀누설과 정치적 배경, 댓글을 단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유린 문제 등을 집중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공학으론 얼마든지 할 만한 전략이지만, 국정조사의 본령인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에서 벗어난 것이니 역시 ‘물타기’다. 여기에 이런저런 문제로 ‘시간끌기’까지 벌어지면 국정조사는 한참 표류하게 된다. 그러잖아도 국회의 국정조사는 수사권이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는 터다. 야당이 다수당의 ‘딴지’를 뛰어넘을 큼지막한 비밀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국정조사가 성과를 거두긴 어렵게 된다.
야당인 민주당은 어떻게든 이번 국정조사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사태 등을 다룬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의 성공을 따르겠다고도 말한다. 그런 자랑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할까. 공공의료 국정조사는 공공의료의 중요성과 지방의료원의 실태를 확인하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핵심인 진주의료원 폐업의 원인과 책임은 규명하지 못했다. 책임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국회의 동행명령까지 거부하는데도 어찌할 줄 모르고 쩔쩔매다 만 결과다. 여야는 결정적 대목에선 여전히 팽팽히 맞섰다.
그런 대치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더 격렬해질 것이다. 여야의 이해도 크게 엇갈리지만, 그보다는 이미 일이 커져 버린 탓이다.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개입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과 외부로부터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은 100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하순부터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최대 2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하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의 수가 2008년이나 2009년의 그것보다 작다고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그때의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은 기존의 정당과 국회가 사회적 갈등과 쟁점의 해결 기능을 잃었다는 일차 경고라고 봐야 한다. 국회, 특히 야당이 짐짓 대치만 계속하다 작은 성과를 내세워 애써 자위하려 든다면 지금보다 더한 외면을 받게 된다. 더구나 이번 일은 국정조사를 흐지부지 끝냈다고 해서 사그라질 일도 이미 아니다. 억지로 아무 일도 아닌 양 덮은 진실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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