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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대선주자급 후보들의 지방선거…정치생명을 건 ‘위험한 승부수’

등록 2014-03-06 20:37수정 2014-03-09 10:44

(왼쪽부터)정몽준, 남경필, 유정복
(왼쪽부터)정몽준, 남경필, 유정복
(왼쪽부터)박원순, 안희정, 송영길, 김상곤
(왼쪽부터)박원순, 안희정, 송영길, 김상곤

정몽준, 이기면 대권 1순위
“크게 지면 미래도모 힘들어”
남경필에게도 기회이자 위기

박원순 ‘여의도 정치와 거리’
재선 못하면 설자리 좁아져
김상곤은 첫걸음부터 험난

‘대박 아니면 쪽박.’

여야가 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들을 6·4 지방선거의 주요 격전지에 총동원하면서, 이번 선거가 이들 거물급 후보들에겐 전형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게임이 됐다. 당선하면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반면 패배하면 정치적 자산을 한꺼번에 날릴 수도 있는 위험한 승부수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운명을 걸고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에게 서울시장 선거는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정치적 파산길’이 될 수 있다. 정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김황식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을 꺾고 본선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이긴다면,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권 차기 주자 1순위로 떠오르며 당내 비주류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패배하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을 수 있다. 정 의원 쪽 관계자는 “본선에서 비교적 큰 차로 진다면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기 힘든 만큼, 시장 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이번 선거는 양날의 칼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권 도전을 앞당길 발판이 될 수도, 정치적 고난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원내대표 꿈까지 접고 당의 징발에 응한 만큼, 낙선하더라도 정치적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남 의원이 당내 비주류라는 점을 들어, 친박근혜(친박)계 주류의 당 장악력이 유지되는 한 낙선에 따른 ‘정치적 시련’이 닥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전행정부 장관 자리와 국회의원 배지를 모두 내놓고 인천시장에 도전하는 유정복 전 장관의 경우 선거 패배가 개인적 좌절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타격을 미친다는 부담이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선거 관리 주무장관이 직접 후보로 나선데다, 출마 선언 단계에서부터 유 전 장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지지 발언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 후보군이 현직 광역단체장에 포진해 있는 민주당에서도 지방선거 결과는 대선을 향한 중요한 시험대다. 이들 단체장들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지만, 그동안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둔 경우가 많아 낙선할 경우엔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재선할 경우 시장 임기 중에 사퇴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잠재적 경쟁자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안심’시키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서울시장 재선 고비를 넘지 못하면 대선이라는 다음 관문은 두드릴 수도 없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박 시장 쪽 관계자는 “재선에 실패할 경우 박 시장의 정치적 미래는 사실상 끝일 수 있다. 행정 경험을 통해 정치적 확장성을 키우는 게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인데, 재선이 안 되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굳건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선거에 질 경우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참신하고 겸손한 이미지와 합리적인 일 처리로 민주당의 주목받는 ‘잠룡’으로 평가되지만, 재선에 실패한다면 정치적 미래는 암담해진다. 안 지사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도정을 잘하는 게 ‘장래 계획’을 이뤄나가는 단계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선거에서 이기는 게 최선의 길이고, 안 되면 어려움이 있다는 건 이심전심으로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통합야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도 이번 선거에서 쓴잔을 들 경우 더는 대선 가도에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김수헌 조혜정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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