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대해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기로 한 방침을 의원들에게 추인받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려고 가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론수렴 결정’ 왜 나왔나
의총 가서도 “정치생명 걸 각오”
청와대 무시·당 분란 돌파 의지
당안팎선 ‘회군 명분쌓기’ 해석
“민주절차 통해 선거체제 구축”
계속된 논란에 위기감 느낀듯 당 일각에선 “이게 바로 안철수 문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안철수한테는 회군도 없고, 유턴도 없고, 출구전략도 없다”며 “그에게 여론조사는 원칙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투명하고 열린 방식으로 당론을 집결해서 대여 전선을 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쪽에선 여론조사라는 우회로를 거치더라도 그동안의 여론 흐름을 종합하면, 결국은 설문 결과가 공천 폐지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회동 거부 의사를 밝힌 7일, 김한길 대표를 비롯해 당직자들과 함께한 회의 자리에서 국민·당원 여론조사 실시 방법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안 대표는 밤늦게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의 뜻대로 나올지 장담할 수 없고, 스스로 설정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자충수라는 비판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이 우선이었던 듯하다. 안 대표가 청와대와 씨름을 벌이는 사이, 당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선거 현장에선 “안철수가 ‘고매한’ 자기 정치 하려고 우리를 총알받이로 쓰려고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수천명에 이르는 기초단체장·의원 후보들의 아우성을 모른 척하고 무작정 원칙과 신뢰의 정치만을 부르짖을 순 없었을 터이다. 안 대표가 여론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당내에선 일단 논란이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전당원투표를 통해서라도 공천 폐지를 재고해야 한다고 했던 한 수도권 의원은 “지도부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당내 여론을 의식한 조처라고 하지만, 이번 역시 또 다른 ‘안철수식 깜짝 정치’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많다. 새정치연합의 한 최고위원은 “결정 과정과 내용을 아무것도 몰랐다. 이런 식으로 최고위원회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느냐”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한 중진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당의 중요한 결정이 두 대표에 의해 이뤄지는 게 맞느냐. 이런 결정은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서 해야지, 누구에게 물어서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