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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안철수의 ‘깜짝 카드’ 진의는…출구전략? 정면돌파?

등록 2014-04-08 20:32수정 2014-04-21 16:14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대해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기로 한 방침을 의원들에게 추인받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려고 가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대해 국민과 당원의 뜻을 묻기로 한 방침을 의원들에게 추인받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려고 가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론수렴 결정’ 왜 나왔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내놓은 당원·국민 여론조사 카드는 외면적으로는 당내 반발을 의식한 후퇴로 보인다. 그러나 안 대표의 내심은 ‘정면 돌파’로 읽힌다.

당 안팎에선 ‘출구전략’, ‘회군’이라는 분석이 먼저 나왔다. 기초공천을 하겠다고 번복하기엔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국민과 당원의 결정’이라는 명분을 끌어들여 책임을 분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결정 과정에 관여한 한 고위 당직자는 “선거 현장에서 (조직이) 너무 안 움직이기 때문에 당 내부에선 진작부터 깨끗이 철회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호남권의 한 의원은 “이제는 기초공천 폐지에서 철수해도 된다. 정치적 피해도 크지 않을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이날 안 대표의 표정만 보면, 다르게 읽힌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내내 비장했다. 그는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소신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지만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면서 당원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또 다른 이름의 독선이 아닐까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원을 믿기로 했다. 국민을 믿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내내 “무공천 소신 불변”
의총 가서도 “정치생명 걸 각오”
청와대 무시·당 분란 돌파 의지

당안팎선 ‘회군 명분쌓기’ 해석
“민주절차 통해 선거체제 구축”
계속된 논란에 위기감 느낀듯

당 일각에선 “이게 바로 안철수 문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안철수한테는 회군도 없고, 유턴도 없고, 출구전략도 없다”며 “그에게 여론조사는 원칙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투명하고 열린 방식으로 당론을 집결해서 대여 전선을 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쪽에선 여론조사라는 우회로를 거치더라도 그동안의 여론 흐름을 종합하면, 결국은 설문 결과가 공천 폐지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회동 거부 의사를 밝힌 7일, 김한길 대표를 비롯해 당직자들과 함께한 회의 자리에서 국민·당원 여론조사 실시 방법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안 대표는 밤늦게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의 뜻대로 나올지 장담할 수 없고, 스스로 설정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자충수라는 비판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판단이 우선이었던 듯하다. 안 대표가 청와대와 씨름을 벌이는 사이, 당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선거 현장에선 “안철수가 ‘고매한’ 자기 정치 하려고 우리를 총알받이로 쓰려고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수천명에 이르는 기초단체장·의원 후보들의 아우성을 모른 척하고 무작정 원칙과 신뢰의 정치만을 부르짖을 순 없었을 터이다. 안 대표가 여론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당내에선 일단 논란이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전당원투표를 통해서라도 공천 폐지를 재고해야 한다고 했던 한 수도권 의원은 “지도부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당내 여론을 의식한 조처라고 하지만, 이번 역시 또 다른 ‘안철수식 깜짝 정치’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많다. 새정치연합의 한 최고위원은 “결정 과정과 내용을 아무것도 몰랐다. 이런 식으로 최고위원회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느냐”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한 중진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당의 중요한 결정이 두 대표에 의해 이뤄지는 게 맞느냐. 이런 결정은 지도부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서 해야지, 누구에게 물어서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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