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 대 ‘개혁공천’.
6·4 지방선거에서 ‘기초공천 폐지’ 논란을 겪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무공천 대신 각각 내놓은 혁신방안이다.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은 당원과 국민 절반씩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나 여론조사로 공천자를 확정해,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넘긴다는 것이 명분이다. 새정치연합의 개혁공천은 중앙당이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후보 자격 심사를 해서 쇄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당은 현실에서 적잖은 반발과 부작용에 직면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 내건 새누리당
이의신청 벌써 200여건
하향공천 때보다 곱절 늘어
‘기초공천 폐지’를 정치개혁 슬로건으로 내세우려다 실패한 새정치연합은 ‘개혁공천’으로 방향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대표는 13일 오후 천정배 전 의원에게 연락해 ‘기초단체장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자격심사위)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천 의원은 본래 중국에 출장 갈 예정이었으나 김 대표의 부탁이 워낙 다급해 곧바로 그날 밤 열린 사전회의부터 주재했다고 한다. 자격심사위는 이튿날인 14일 첫 회의를 열어 중앙정치로부터의 독립을 맨 앞에 내세운 공천 5대 원칙과 1심에서 유죄가 나도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자격심사 강화 방안을 개혁공천의 방향(표 참조)으로 결정해 바로 발표했다. 기초단체장 평가도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현직 기초단체장 평가를 위해 △당 조직국 실사 △매니페스토 실천본부 평가 △감사원 평가 △시도당 다면평가 △재판 자료 등을 확보중”이라고 전했다. 당은 가능한 한 오는 17일까지 서류심사를 마칠 계획이다.
자격심사위가 심사조건으로 내세운 ‘1심 유죄 배제’ 원칙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나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 때도 1심 판결을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했던 것을 근거로 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개혁에 대한 압박감이 큰 셈이다.
“개혁공천” 외친 새정치연합
중앙당 자격심사 주도 놓고
“계파 분란 커질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현직 단체장들의 평가와 후보공천 기준을 중앙당이 주도하는 것이다. 중앙당이 자격 심사와 현직 단체장 평가를 하는 것은 기초 단위에 정당공천을 도입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현장에선 시도당이 해오던 공천 권한의 일부를 중앙당이 가져간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현재는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 출신이란) 두 세력이 합친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초공천에 안철수) 계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면 분란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이라 조금 다른 경우이기는 하지만, 광주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불거지고 있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도부의 지지 논란과 유사한 일들이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기초상향공천을 실시하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는 후보들의 이의제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예비후보 자격심사 기간인 3월16일~4월14일 한달 동안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공천위)엔 200여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하향공천 때보다 곱절이 늘어난 양이다. 당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규칙이나 상황이 생기면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당 공천위가 정한 ‘부적격자 자격심사’ 기준에 못 미치거나 후보군 압축(컷오프) 경쟁 과정에 탈락한 후보들이 반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누리당은 처음 시행하는 상향식 공천제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잇달아 터지는 잡음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당직자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 논쟁이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로 공천을 신청한 정치 지망생이 많다”며 “예전처럼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이들을 ‘찍어 눌러서라도’ 정리할 수 없으니 뒷말이 많다”고 말했다. 상향식 공천제를 관리·감독하는 공천위 안에서도 불만이 나오긴 마찬가지다. 한 공천위원은 “컷오프는 지역 유권자의 표심 등 복잡한 정치역학을 고려해야 말이 안 나오는데 (이를 잘 아는) 의원과 당협위원장은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다수인 변호사와 교수 등 전문가는 칼로 재듯이 후보를 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집안 단속을 해야 하는 지역구 의원들도 골치 아파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후보자들 간 경선 절차에 관한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불만을 들어주느라 매주 의원실이 지역구에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서보미 기자, 광주/정대하 기자 edigna@hani.co.kr
이의신청 벌써 200여건
하향공천 때보다 곱절 늘어
중앙당 자격심사 주도 놓고
“계파 분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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