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내각총사퇴’ 요구 시점 고민
새누리, 여론 눈치보며 신중 거론
청와대는 “참사 수습 먼저”
새누리, 여론 눈치보며 신중 거론
청와대는 “참사 수습 먼저”
개각론이 꿈틀댄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문제삼는 야당은 물론, 청와대와 여당 안에서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 수습과 국정 기강 쇄신을 위해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고 발생 일주일을 넘기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조금씩 높여온 야당은 ‘내각 총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관계자는 24일 “이번 참사가 ‘인재이자 관재’라는 사실이 명백해진 이상, 정부로선 어떻게든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야당이 요구할 수 있는 가장 선명한 수습책은 ‘내각 총사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할 시점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 당 전략단위의 판단이다. 자칫 정치적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적 비극을 이용한다는 비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밑바닥 여론이 끓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내각 총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자니 아직은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쪽은 청와대가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 주체가 박근혜 대통령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부분 개각으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이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뒤인 다음주 중반께 개각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개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인적 교체를 통한 전면적인 국정 쇄신 없이 지방선거를 치렀다가는 참패를 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등 정부의 사고 수습 혼선의 직접적인 책임자이거나 물의를 일으킨 각료들을 계속 안고 갈 순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사고 현장에 내려갔던 동료 의원이 첫날에는 안전행정부와 해경의 미숙한 대처에 대한 울분을 토하더니, 둘째 날에는 ‘팽목항에 정부는 없다’고 개탄하더라”며 “장관 중에 몇명은 정리돼야 한다. 국민의 슬픔과 분노가 이렇게 깊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지방선거 전에 개각을 단행하되, 야당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인사청문회는 지방선거 이후에 열 수 있도록 개각 시기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지방선거 이전에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 분위기 때문에 (개각을) 지방선거 뒤로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내각 총사퇴 등 전면 개각은 외교안보 문제나 국정 마비 등을 가져올 우려가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고,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봐도 ‘분위기 쇄신용’ 전면 개각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번 참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처 장관만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국면 전환용 개각’을 선거에 이용하고, 선거에 부담이 되는 청문회는 선거 뒤로 미루는 방식의 ‘꼼수’로 비칠 수도 있다. 자칫 ‘선거용 개각’이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여당 안에서 개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개각론이 공개적인 논의의 장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은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전략 차원에서 내각을 개편한다든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이 책임을 면제해줄 것으로 생각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핵심 관계자도 “개각은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일단 수습에 집중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아직까지는 참사 수습이 먼저”라며 ‘개각’이란 말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정부 책임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개각 논의가 책임 회피로 비칠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세영 김수헌 석진환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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