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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대형 참사에 고개부터 숙인 대통령들
박 대통령은 ‘대리 총리’에 책임 떠넘기나

등록 2014-04-27 22:14수정 2014-04-27 22:50

청와대-총리 사전조율 거쳐
성난 민심 달래기 나섰지만

‘사표 총리’가 사고 수습 맡아
정부 부실 대응 우려도 여전
대통령, 29일 공개 발언 주목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선 수습, 후 사표 수리’ 방침을 밝혔다. 정 총리의 때이른 사의 표명은 참사 수습이 길어지면서 점점 커지는 청와대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이후 12일째인 27일까지도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은 아직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내놓고 있지 않은 점도 이런 비판을 키우고 있다.

결국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은 민심 수습용 ‘고육책’으로 꺼내든 것으로 보이지만, 민심을 달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표 수리가 정해진 ‘시한부 총리’가 사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밝혀온 청와대가 ‘총리 사퇴’ 이후 어떤 수습책을 구상하고 있는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 정 총리-청와대, 손발 맞췄나? 정 총리의 사퇴 기자회견은 사전에 청와대와 긴밀한 조율을 거친 정치적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지난주에 이뤄진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민심 수습 카드가 절박한 시점이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기자회견 뒤 “청와대와 사전에 상의했다. 사퇴 회견문도 준비를 많이 했고, 행간에 궁금해할 만한 게 다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정 총리가 기자회견 뒤, 청와대가 이를 이어받아 ‘(총리의) 사태 수습이 마무리되면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미리 예정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선 수습, 후 사퇴’ 방침 역시 정 총리와 공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정부의 사태 수습 문제점의 책임을 모두 떠안겠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박 대통령에게 향하는 정치적 책임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더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자신의 책임론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해준다. 정 총리는 참사 수습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질책이 쏟아진 다음날인 22일에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 대표로 ‘사과’를 한 바 있다.

■ ‘사표 총리’ 수습 주도…청와대 다음 대책은? 사표를 ‘잠시 되돌려 받은’ 정 총리가 다시 사고 수습을 맡게 되면서, 정부의 사고 대응 체계도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일부에선 사퇴 의사를 밝힌 총리가 각 부처를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정 총리가 수습 과정에서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신뢰를 잃어 정 총리가 나서서 이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 내부에서도 사표 수리를 마냥 늦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일부에선 정 총리의 사의 표명 직후,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면서 전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오후 브리핑에서 “수습 이후 사표 처리”라고 밝힐 뿐,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총리 사퇴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다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자리는 29일 국무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를 통해 박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포함한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 등의 특단의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정 총리 사의 표명에 맞춰 후임 총리 인선 준비를 시작했으며, 내부적으로는 개각에 필요한 인사 검증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총리가 개각 대상에 들어간 만큼 ‘대폭 개각’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고의 대처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거나 물의를 빚었던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교육부 장관 등이 개각 대상에서 빠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각 시점은 인사청문회를 의식해 지방선거 이후로 미룰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일부 각료에 대해선 지방선거 전이라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 여부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 대응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의 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대형참사 터지면…고개부터 숙인 대통령들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지 12일째인 27일까지,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번도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불행한 사고를 당해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4월16일), “얼마나 애가 타겠느냐”(17일)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 차원의 사과는 정홍원 총리에게서만 나왔다. 박 대통령이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질타한 다음날인 22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비통함과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고, 이어 27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유가족 여러분께 마음 깊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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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침묵과 국무총리의 ‘대리 사과’는 역대 정권이 대형 참사를 수습했던 방식과는 다르다. 대형 참사를 많이 겪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고가 터지면 사과부터 했다. 1993년 10월10일 서해훼리호 침몰로 292명이 숨졌을 때, 김 전 대통령은 이틀 뒤 사고 현장을 방문해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고, 같은 달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다시 한번 사과했다. 김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날, 교통부 장관과 해운항만청장이 경질됐다.

1994년 10월21일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김 전 대통령은 사고 사흘 뒤 ‘대국민 담화문’을 텔레비전을 통해 발표하면서 “국민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참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대중 정권에선 1999년 6월30일 청소년수련원인 씨랜드 화재 사고로 유치원생과 교사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다음날 부인 이희호씨와 함께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대통령으로서 미안하다. 무슨 말로도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할 수 없는 비통한 심정”이라고 고개를 숙인 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분명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사과를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던 2003년 2월18일, 대구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34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사고 사흘 뒤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의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국민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재난을 총괄하는 소방방재청이 신설되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에 통일·외교·안보 현안과 더불어 안전·재난 관리까지 위기관리시스템 총괄 역할을 맡게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군 장병 46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천안함 침몰 사고(2010년 3월26일) 당시, ‘뒤늦은’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고 24일 만인 4월19일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연설’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한다”고 말하며 희생자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기도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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