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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겨레 프리즘] 보여다오, ‘언니리더십’! / 이유주현

등록 2014-05-13 18:42

이유주현 정치부 기자
이유주현 정치부 기자
그동안 이런 질문 많이 받았다. “안철수는 어때? 잘하고 있나?”(내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며칠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로 박영선 의원이 선출되자, 지인 여러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박영선 어때? 잘할 거 같아?”

사람들이 박영선에게 거는 기대는 이거다. 교섭단체에서 처음 배출된 여성 원내대표, 야당다운 선명함. 본인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부드러움을 강조하며 ‘엄마리더십’을 내세웠지만 솔직히 ‘직설주의자’인 박영선에겐 ‘언니리더십’이 더 잘 어울린다. 과거에 그와 함께 일하며 엄청 깨졌던 한 당직자는 “실제론 잔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본래 ‘언니’들은 혼낼 건 혼내지만 ‘우리 편’을 공격하면 팔을 걷어붙인다. 독설을 하되 독선적이지는 않은 사람, 깨알까지 챙기되 동료들과 의논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언니’다.

일이 잘 안되면 남녀 가리지 않고 몰아붙이는 박영선이지만,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그는 ‘남성의 벽’을 느꼈다고 했다. 지지를 호소하면 많은 남성 의원들이 “아, 도와주고는 싶은데 ○○○와의 인연 때문에…”라며 말을 흐렸다. 고향이 경남 창녕이고 여고를 졸업했으며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을 나오지 않은 박 의원으로선 새정치연합의 주류 인맥인 경기고, 서울대, 호남 등과 거리가 멀다. 그는 “이리저리 얽힌 남성들의 네트워크를 보면서 괜히 원내대표 선거에 나섰다는 후회도 많이 했지만, 여성 동료 의원들이 열심히 도와줘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언니’들은 다른 언니들과의 ‘연대’를 중요시한다.

의원들의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입증할 순 없지만, 역설적으로 최경환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박영선의 선거를 도와줬다. 최 의원은 “‘양박시대’가 오면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박영선이 전면에 나서면 연일 여권을 공격하고 나설 거다”라고 말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박영선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좋게 말하면 주관이 뚜렷하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세다는 점에서 ‘양박’은 비슷해 보이나,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울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울지 않았다. 박영선은 25년 전 박 대통령이 <문화방송>(MBC) 시사토론 방송에 출연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박 대통령은 이때 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영선이 놀란 건 그다음이었다. “눈물은 딱 한방울 떨어졌다. 그뿐이었다.” 박영선은 눈물을 ‘절제’하는 박 대통령에게 전율했다고 말했다.

반면 박영선은 자주 운다. 가장 ‘유명한’ 눈물은 2011년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였다. 서울중앙지검 재직 당시 비비케이(BBK) 실소유주 수사를 총괄했던 한 후보자는 “법대로 처리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박 의원은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당엔 이 사건으로 피눈물 맺힌 사람이 정말 많다”고 말하다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흐느낌을 참지 못해 어깨를 떨던 박 의원은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되뇐다”고 마무리지었다.

눈물로 ‘평형수’가 빠져나가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박영선은 세월호와 달리 ‘복원력’이 있다. 그와 같은 상임위에서 간사를 지냈던 한 남성 의원은 “하도 싸우다가 때려치워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격렬한 토론을 하다 보면 합의점을 찾아나갔다”고 말했다. 박영선과 파트너십을 맺긴 쉽지 않지만 질기다. 12일 그가 원내대표를 맡은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가 보여주듯,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회’를 논의해야 할 때 공천 문제로 싸움 나는 콩가루집안이다. 어깨에 얹힌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지 말고 언니답게 파트너십으로 돌파하면 좋겠다.

이유주현 정치부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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