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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청와대, 최장집 교수 저서에 공식반론

등록 2005-09-12 15:19수정 2006-02-07 17:48

최인호 부대변인 ‘청와대브리핑’ 통해 반론 가세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 매몰현상을 비판한 이후 정치권과 학계에서 지역주의와 연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동춘, 손호철, 강준만 교수들이 연정론을 비판하고 나서자 유시민 의원이 연정론을 옹호하면서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연정론을 둘러싸고 유 의원은 정혜신 정신과전문의와 일대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12일에는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이 최장집 교수의 비판에 대한 반론으로 가세했다. 

최 부대변인의 글은 12일자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소개되었다. 아래는 최 부대변인의 글 전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지역 분열구도'는 한국정치의 가장 큰 굴레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 후기에 대한 반론 

최근 연정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 후기가 논의의 수준이나 영향 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은 정당이 중심이 되는 정치라는 점과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사회 정책의 이슈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또 참여정부는 지역주의 극복을 한국정치의 중심축으로 파악하는 일종의 지역주의 환원론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주요한 갈등에 대하여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 정치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정치학자로서 묵직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과 연정제안에 대한 최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정치 현장에서 체감적으로 느끼는 저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떤 점은 참여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도 있고, 어떤 부분은 사실에 대한 명백한 판단의 차이도 있어 보인다. 이 중 핵심적 내용에 대한 반론을 중심으로 저의 주장을 개진하고자 한다(이하 글의 성격상 최장집 교수님에 대한 존칭을 생략한다).

당정분리원칙 : 정당정치의 부정인가, 발전인가

개정판 후기에서는 ‘정당을 기반으로 집권했음에도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거나, 자신의 정당이 갖는 정치적 이념에 기초해 사회 갈등과 균열에 접근하는 정당지도자로서 행위하지 않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은 결국 정당정치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한다.

정당정치를 회피 또는 부정하는 인식이라 함은 아마 당정분리를 염두에 두고 주장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과거 공천권과 정치자금 및 정보의 독점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여당의 제왕적 총재라는 무소불위의 비정상적 권력에서 헌법이 정한 틀 내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정상적인 대통령’으로 복귀한 대통령이 여당과 수평적인 위상으로 ‘정상적인’ 관계를 정립하자는 것이 참여정부 당정분리의 원칙이다. 이러한 당정분리의 시도와 실천은 탈권위주의적 리더십을 추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과거의 관행으로 보면 익숙하지 않은 당정분리라는 정치문화를 정착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기대가 다르고 불편하여 오해와 불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한국정치가 당정분리를 통하여 그동안 온존했던 봉건성을 극복하고 정치의 근대화를 이루는 정당민주화의 과정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이며 산고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참여정부는 대통령과 여당의 수직적 정치구조 하에서 거수기로 전락했던 과거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보다는 건전한 정책정당으로 발전하는 정치적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를 이루며 진정한 정책정당으로 발전하는 것이 최 교수가 강조하는 사회갈등과 균열에 제대로 접근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의 관계에서 정무적인 문제보다는 오히려 민생과 관련된 정책문제를 중심으로 당정일체를 강화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 자신이 소속된 당을 대통령에 의해 좌우되고 명멸하는 정당이 아니라, 정치적 자생력을 갖춘 정책정당이 되도록 여건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이다. 

이것이 수석당원의 자격을 가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당정분리 원칙의 핵심이요, 당을 위한 실천이다. 당정분리를 통해 정책정당으로의 발전을 도와주고, 정당 민주화의 토대를 제공하는 대통령의 이러한 의미 있는 실천을 정당정치를 회피 또는 부정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주장인지 동의할 수 없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보더라도 정당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잘 알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거부하고 스스로 어려운 정치역정을 자초한 것은 장기집권을 위한 반호남 지역연합의 강고한 정치적 구축이 가지는 반역사성에 대한 저항의 의미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거의 모두가 줄지어 자신의 정치보스를 따라가는 정당의 비민주성에 대한 저항이었다. 대통령의 20여년 가까운 정당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가 이러한 당정분리 원칙의 실현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민주화를 위한 노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오히려 정당정치를 부정한다고 비유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며 걸어온’ 한 정치인에 대한 지나친 폄하가 아닐 수 없다. 

지역주의 : 종속변수인가, 주요변수인가

개정판 후기에서는 ‘한국정치가 갖고 있는 문제의 궁극적 원인을 지역주의라고 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권정부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태도는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갈등과 균열요인에 제대로 대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지역주의는 그 자체가 독자적이면서 지배적인 사회균열이 아닌 일종의 종속변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저는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지역주의와 정치현장에서 바라보는 지역주의에 대한 이해가 체감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절감한다. 최 교수는 사회경제적 갈등과 균열요인 해결에 참여정부가 정면으로 대면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지역주의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지역주의가 미치는 한국사회에서의 폐해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론을 사기에 충분하다. 왜냐하면, 지역주의는 한국정치, 사회의 갈등구조에서 특수하지만 주요한 갈등으로 강고하게 뿌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의는 결코 최 교수의 주장처럼 종속변수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정상화를 위해 선결해야 할 실체가 뚜렷한 당면과제인 것이다. 정치현장에서 느끼는 지역주의는 한국사회와 정치 전반의 발전을 방해하는 거대한 구조적 장애물이자,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갈등이다. 

이러한 지역주의 구도를 타파하지 않고 어떻게 정책정당으로의 발전이 가능하며, 이를 통한 사회갈등 및 균열요인의 해결에 집중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한국의 정치가 정책정당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사회갈등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이 뚜렷해져야 한다. 그러한 입장의 차이를 선거를 통해 획득한 표를 기반으로 각 정당이 이해관계로 대립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때, 민의를 반영한 사회갈등 해결의 주도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정책정당으로의 발전을 통한 선진정치 구현의 요체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정당 구조로의 발전을 가로막으며 결과적으로 진정한 사회갈등의 해결을 가로막는 요인은 다름 아닌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분열구조인 것이다. 역대 선거결과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각종 선거결과를 보면 ‘지역적 기준’의 선택이 ‘정책적 기준’의 선택을 완전 압도한 것이 한두 번만의 결과가 아님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역주의를 사회적 전면에 올려놓고 해결하는 과정 없이 진정한 정당정치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사회갈등 및 균열요인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런데, 최 교수의 주장처럼 지역주의를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갈등과 분리하여 부차적인 갈등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과연 한국의 정치현실을 직시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처럼 지역주의의 문제를 현실의 사회갈등에서 분리하는 시각과 또 지역주의라는 중요한 갈등을 다른 사회갈등의 종속변수로 과소평가하는 관점은 지역주의에 기대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에 이용되는 논리를 제공할 뿐이며, 아무리 노력해도 지역주의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지역주의에 대한 패배주의’가 내재된 잘못된 주장이다. 

연정, 양극화 해소와 무관한가

취임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과연 최 교수의 주장대로 지역주의 문제만 매몰되어 사회갈등과 균열요인의 문제를 외면해 왔는가? 지금까지 참여정부 국정운영의 핵심과제 중 하나는 바로 양극화 문제 해결이었다. 노동의 양극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자영업자 문제 등을 국가적 의제로 채택하여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만 하더라도 올해만 15차례가 넘는다.

최근 발표한 부동산정책도 대통령의 양극화 문제에 대한 의지를 잘 반영한 정책인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곧 자산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교육투자의 양극화, 일자리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핵심고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저항을 이겨내면서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근본대책을 세운 것도 바로 최 교수가 우려하는 양극화 심화를 극복하려는 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사실, 양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90년대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화에 따라 전 지구 차원의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기술진보 및 디지털화에 따라 정보격차, 교육격차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임금격차,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분배상태가 양호하였던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까지도 소득분배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와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대응능력 부족,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경쟁심화로 한층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기업, 첨단산업, 수출산업은 잘 나가는데 중소기업, 전통산업, 내수산업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구조인 것이다. 더구나 참여정부 출범 당시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남발 및 가계부채 급증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내수부진이 시작되는 상황이었다. 재래시장, 영세 자영업, 전통 중소기업, 중소기업 근로자 등 내수부문 종사자 즉 서민층이 한층 더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집권초기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참여정부가 선택할 경제 대책은 결국 다음의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 하나는 또 다른 인위적 경기부양을 통해 일시적인 소비 진작을 기하고 단기적 경기활성화를 이룬 대가로, 참여정부 말기 또는 다음 정부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또 다른 경제위기를 자초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근본을 건전화하는 데 치중하여 최소한 다음 정부에서나마 건전한 경기 활성화에 기반한 내실 있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양극화 심화를 제어하는 기초를 닦을 것인가?

이 두 가지 정책 중 참여정부는 후자를 택했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경제체질의 개선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현주소다. 다시 말해 ‘경제체질의 개선을 통한 경제 활성화’야말로 양극화 심화를 방지하는 근본대책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물론, 참여정부는 복지예산 증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충, 사회적 일자리 창출, 고용서비스 선진화, 영세 자영업자 대책, 대·중소기업 상생전략 등 다방면에 걸쳐 양극화 심화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왔다.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양극화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양극화의 거대한 세계적 물결을 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정부의 대책이 없었으면 양극화는 현재보다 훨씬 더 심해졌을 것이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더라도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4~5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기업과 노조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 사회각층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한 문제다. 여기에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배경 외에도 연정제안의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다.

사회 전 구성원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영역에서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갈등을 조정할 정치영역에서의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기초로 해야만 갈등해결을 위한 사회 각층의 동참유도가 가능한 것이다.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기 위해 정치부터 대화와 타협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연정을 제안한 것이다. 

즉, 양극화 문제 등 민생경제 관련정책에 대해 정부와 정당이 합의할 것은 합의해서 신속히 정책을 실현하고, 차이가 있는 문제는 국정운영을 함께 한다는 책임감을 바탕으로 그 차이를 극복하여 생산적인 결론을 내어 국민들의 아픈 곳을 제대로 해결하자는 의미다. 이렇듯 연정제안은 양극화 해소 등 사회경제적 문제해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대통령의 절박감에서 기인한다. 지난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그 절박감을 표현한다.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은 나라의 장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계층간, 지역간, 기업규모간의 소득과 재산, 그리고 지식정보와 기회의 격차가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마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다할 것입니다. 경제를 활력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정부의 힘만으로 문제를 다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기업과 국민 모두가 우리 경제를 살리고 함께 사는 도리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선거제도 변경 : 지역주의 강화인가, 약화인가

개정판 후기에서는 ‘지역갈등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선거제도를 바꾸게 된다면, 기존 거대 정당들은 규모의 이점을 나눠 갖게 되고 보수독점적 양당체제는 강화되며, 약화되고 있는 지역갈등 구조를 다시 불러들이면서, 더욱 중요한 민주적 제도개혁의 가능성은 사전에 원천봉쇄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 주장은 선거구제 변경은 기존 거대정당들이 강화되어 보수독점적 양당체제만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 우려가 정확한 분석인지 의문이다.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온존, 강화하는 현행 선거구제 외에 지금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 독일식 비례대표제, 일본식 비례대표제 등등이다. 

물론, 앞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될 선거구제 논의결과 지역대결 정치구도를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한국형 선거구제’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이것을 포함하여 위에서 열거한 어떤 선거구제를 도입하더라도 가장 의석을 많이 늘릴 수 있는 정치세력은 민주노동당이 될 것이라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들을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최 교수가 설마 민주노동당을 보수정당으로 간주하여 이러한 우려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이 옳다면 선거구제 변경 후 치러질 차기 총선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만큼은 높은 것이다. 민주노동당 스스로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며, 사회 대부분의 시각이 동일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선거구제의 개편이 보수독점적 양당체제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최 교수의 우려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의 의석증가에 대한 호·불호의 의미 부여를 떠나서 판단해 보자. 민주노동당의 의석증가가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당이 적극적으로 기능하자는 최 교수의 주장과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인가?  

또, 선거구제의 변경에 따른 이러한 변화들이 지역주의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겠지만, 지역주의를 조장하며 선거를 치fms 결과 특정지역에서 특정의 정치세력이 그 결과를 독점하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분열구도’는 상당부분 해소되어 갈 것이다. 즉, 지역주의를 고착시키는 현행 선거구제의 개편 없이는 지역주의를 정치적으로 완화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정치적 분열구도가 상당부분 해소되면 대화와 상생의 정치가 정치문화로 구조화되는 것으로 발전하여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비로소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에서 왜소화된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에서도 선거구제 변경이 지역갈등구조를 다시 불러일으킨다는 최 교수의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 주장하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여기서 또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지역갈등 구조가 약화되어가는 것으로 전제했는데, 현실이 과연 그러한지에 대해서도 큰 의문이다. 물론, 작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획득한 각 지역의 고른 지지를 본다면 분명 그런 인식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작년 총선의 결과는 대통령 탄핵을 감행한 야당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한 결과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측면을 감안한다면 향후 각종 선거과정에서 지역대결 정치를 조장하고, 지역감정을 선동하여 정치적 기득권을 다시 찾으려는 구 정치세력이 힘을 못 쓸 만큼 지역주의가 완화되어 있는지 의문인 것이다. 벌써 시민사회에서는 지역주의에 기대는 구 정치세력의 부활이 얼마나 한국정치를 퇴행시킬지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맥락에서 선거제도 개편이 지역갈등 구조를 다시 불러일으켜 민주적 제도개혁의 가능성은 사전에 원천 봉쇄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민주적 제도개혁이라는 것은 결국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각종 정책과 관련된 사회제도의 마련이라고 이해한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법률과 정책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시행되지 못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국민들 기대대로 빨리 처리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역주의에 기초한 분열적인 정치공학이 주도하는 잘못된 정치구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의원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구태의 정치형태를 바라지 않는 것이 국민여론 아닌가? 민생과 관련한 법률과 정책들이 즉자적으로 거부되는 이러한 정치환경을 극복하며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 필수적인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 어떻게 민주적 제도개혁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한다는 것인지 솔직히 의아스럽다.  

오히려 선거구제 개편으로 진정한 정책정당의 정치가 구조화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현된다면, 결국 양극화 문제의 해결도 더욱 빨라지는 것 아닌가? 이것이 대통령이 제안한 지역주의 정치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의 핵심인 것이다. 다른 분도 아닌 ‘최장집 교수’께서 ‘원천봉쇄’라는 말로써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왜곡하고, 선거제도 개편이 지역갈등 구조를 다시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하는 이 대목에서는 말 그대로 큰 충격을 받는다.  

지역주의 타파 : 정치적 알리바이인가, 진정성인가

개정판 후기는 ‘오늘의 시점에서 지역문제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구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진 정치적 알리바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역사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지역구도 타파냐 양극화 해소 등 사회경제적 문제냐, 그리고 양자 관계가 종속적 관계냐 독립적 관계냐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위에서 장황하게 최 교수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의도를 가진 알리바이’라는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표현이다. 대통령은 연정을 통해 포용과 상생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며, 연정을 통한 선거구제의 개편을 통해 지역주의도 해결하면서 민생경제도 함께 풀어나가자는 입장이라고 누차 말했다. 공개적으로 그것도 문제해결의 절박함을 위해 정권의 운명을 걸고서라도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주의 극복의 문제를 ‘다른 의도를 가진 정치적 알리바이일 가능성’으로 폄하하는 것은 참으로 답답하고 수용하기 어렵다.

최 교수같이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신 분의 이러한 주장은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비판하기보다는 각종 음모론으로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악용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누차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만, 대통령이 제안하는 진심은 바로 최 교수가 주장하는 정당정치의 진정한 발전을 통한 사회갈등 과제의 해결에 전력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치적 인프라와 문화를 창조하자는 것이다.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지역주의를 해결하면서 민생경제도 함께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바이’라는 비사회과학적 용어까지 들어가면서 공격당할 만큼 노 대통령의 정치역정이 그렇게 의심받을 만하며, 지역주의 극복문제가 조소당할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에서 저 뒤로 뒤쳐질 만한 문제인가? 

 감히 최 교수께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 

 “참여정부 행동양식의 근간은 투명성과 도덕성입니다. 음모와 거짓에 정면으로 도전해왔고 기득권이 있다면 먼저 버려왔습니다. 지역문제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구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음모처럼 정치적 범죄를 위한 알리바이가 아님을, 설사 논리적 해명으로도 받아드리지 못한다면 가슴만이라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인사들이 ‘다른 의도’가 있어 들통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국민과 역사’입니다. 이에 대한 판결은 위대하고도 현명한 우리 국민이 내려 줄 것이며, 먼 훗날 아니, 가까운 미래에 역사로도 평가받을 것입니다.”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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