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손잡아주는 이’ 없는 정치가 불신 불렀다

등록 2014-08-20 20:31수정 2014-08-21 15:53

[뉴스분석 ‘세월호법’ 왜 꼬였나]
‘교통사고’ ‘노숙자’ 취급 여당
국조특위 파행에 학습효과
‘대화없는 합의’ 야당에도 책임
가족 총회 “재합의안 반대” 결론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재합의한 이튿날인 20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안산 경기도립미술관에서 총회를 열어 여야의 재합의안을 거부하고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세월호 특별법 원안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여야의 재합의안에 대한 강경한 거부였다.

18일 여야의 재합의안은 여당이 야당과 유족들의 ‘사전동의’를 전제로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을 지명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 7일 합의됐다가 파기된 1차 안보다는 유족들의 뜻이 더 반영된 안이었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믿을 수 없다는 거였다. 유족들은 “여당은 자신들의 뜻에 맞는 사람들만 계속 추천할 것이고, 우리는 계속 거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특검 후보를 추천할 사람을 뽑는 과정부터 난관에 부닥칠 것”이라고 했다. 결국 가족대책위는 투표를 통해 협상 전에 자신들이 제시했던 특별법 원안을 선택했다.

유족들의 불신은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학습효과’가 먼저 키웠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출범 직후부터 증인과 기관보고 대상을 놓고 여야가 대립만 거듭하더니, 현장조사까지 따로 다녔다. 어렵사리 기관보고가 실시됐지만 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와 총리실은 대부분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4일 시작하기로 했던 세월호 청문회는 증인 출석 문제를 두고 벌어진 여야 다툼으로 18일로 연기됐다가 결국 무산됐다. 그사이 세월호 특별법을 협상하던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세월호 참사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며 사고의 의미를 폄하했다. 7·30 재보궐선거 대승 직후 김태흠 의원은 국회에서 농성중인 유족들을 ‘노숙자’라고 비하했다.

유족들의 뜻을 받들겠다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7일 유족들과의 충분한 상의 없이 여당과 특별법에 합의해 ‘배신의 결정타’를 날렸다. 그동안 유족들과 함께 울고, 걷고, 단식했던 의원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재합의안 내용을 잘 설명한다면 유족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우리의 말을 믿어주느냐다. 우리는 유족들에게서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말했다.

오후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걸어갔던 김씨가 경찰에 가로막히자 허탈해하고 있다.
오후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걸어갔던 김씨가 경찰에 가로막히자 허탈해하고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정치는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라며 “설사 유족과 입장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있는 인사가 유족들의 손을 잡아주며 진심으로 공감했더라면, 야당이 유족들에게 충분히 양해를 구하며 협상했더라면 유족들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27일째인 2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유가족·야당의 사전동의를 받겠다는 것은 (우리가) 결재를 받겠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유족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인지 오히려 내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발을 뺐다. 다급해진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부랴부랴 유족 총회가 열리는 안산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38일째 광화문에서 단식농성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또다시 면담 요청을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이유주현 하어영 이승준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