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재합의 이후]
가족총회에 박영선 대표 참석
합의 불가피성 강조하자 폭발
“조사위에 기소권·수사권 주라는
그 말 기억하는데 어떻게 이러나”
몇몇 유가족 자리 박차고 나가기도
가족총회에 박영선 대표 참석
합의 불가피성 강조하자 폭발
“조사위에 기소권·수사권 주라는
그 말 기억하는데 어떻게 이러나”
몇몇 유가족 자리 박차고 나가기도
“우리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 달라고 했는데 야당이 포기한 거 아니냐.”(한 세월호 유가족)
19일 세월호 재협의 결과와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안산을 찾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앞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의 가족총회가 열리기 전인 20일 오후 5시께 경기도립미술관 대강당에 모인 20여명의 가족들은 박 원내대표에게 질타를 쏟아냈다. 박영선 대표는 “유가족이 생각하는 것처럼 꼼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완구 대표와 제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유족들은 마음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유족은 <한겨레> 기자에게 “진상조사위에서 기소권·수사권을 가져야 진상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가족들은 다 기억하는데, 특검추천권 협상으로 한단계 내려오더니, 이번에는 특검추천위의 추천권도 아니고 여당이 가져온 위원명단에 동의를 하도록 협상했으면 그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협상을 한 것인데, 이완구 대표와 자신이 함께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푸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유족들에게 30여분동안 18일 밤부터 19일 오후까지 진행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막전막후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여당 몫 2명의 추천위원을 정할 때 유족과 야당의 ‘사전동의’를 합의안에 넣게 된 부분을 상세히 강조했다. 유족들이 “우리가 동의할 수 없는 추천위원을 새누리당이 계속 추천하며 사실상 특검추천위를 출범 때부터 공전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완구 대표가 ‘본인이 직을 걸고 하는 것이고 여론이 난리를 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 말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게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당을 상대로 협상을 해야 하는 박 대표로서는 상대방을 믿고 뜻을 모아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설명한 것이다.
한 유가족은 박 대표를 향해 “협상하기 전에 가족대책위와 정확히 논의를 하고 대책위가 동의한 그런 안을 들고 했어야 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가족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타결된 1차 합의안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가족 중 몇몇은 대화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결국 “뻔한 얘기를 뭐하러 듣고 있냐”는 한 가족의 고성에 박 대표와 가족 사이의 만남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가족들의 외면 속에 박 대표는 가족총회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서울로 향했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박 대표는 “수고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박 대표가) 다시 협상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라고 말했는데, 가족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저녁 7시부터 성사된 가족총회는 언론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 채 이뤄졌다.
안산/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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