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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메일 감청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등록 2014-11-14 20:21

지난 10월13일 오후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10월13일 오후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한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했던 다음카카오가 이메일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했다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치 사설에서 “국가의 보호 아래 돈을 벌면서 국가가 범법자를 색출하는 것을 훼방이나 놓는 기업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지켜줄 필요가 없다”고 독하게 썼다.

7년 전 겪은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랐다. 이른바 ‘비비케이(BBK) 사건’ 취재를 전담했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초, 검찰로부터 수사협조 요청을 받았다. 간단한 서면답변으로 끝냈다 싶었는데, 그 얼마 뒤에 은행 거래와 휴대전화 통신 내역이 조회됐다는 서면통지를 받았다. 통신 내역은 그렇다고 해도, 은행 거래까지 들춰봤다는 사실은 정말 불쾌했다. 반대쪽 정치권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는 식의 추리 아래 증거라도 찾고 싶었던 것일까.

과거 정보통신(IT) 부문을 담당했던 인연으로 만난 포털이나 이동통신회사 임직원들에게 이런 경험을 들려주면 더 섬뜩한 말을 듣곤 했다. 검찰이나 경찰이 협조요청이나 영장을 통해 각 기업에 요구하는 개인정보의, 요즘 속어로 표현하면 ‘어마무시한’ 포괄성 때문이다. 지난 7월 경찰이 유병언씨 일가를 추적하기 위해 ‘송치재’, ‘송치재 휴게소’, ‘언남초등학교’를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검색어로 입력한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와 그들의 3개월치 위치정보를 요구한 것은 당시 업계에서 들은 수준에 견주면 ‘평범한 정도’였다. 일단 저인망으로 모든 정보를 싹쓸이한 뒤에 자신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셈이다. 범죄자 한명을 잡기 위해 수천, 수만명의 개인정보를 마구 열어보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아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그런 내역들이 모두 공개되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직접 검찰과 맞서는 상황을 야당, 특히 그중에서 과거 독재정부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들이 팔짱 끼고 방관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해법은 있다. 구글은 6개월마다 ‘투명성 보고서’를 내고 정부기관이 요구한 사용자 정보 요청과 콘텐츠 삭제 요청 내역을 공개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정부 활동이 사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투명성 보고서를 낸다고 밝히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드롭박스’는 “정부가 드롭박스에 언제 어떤 방법으로 사용자 정보를 요청하는지 아는 것은 드롭박스 이용자들의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드롭박스는 이 기준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정보공개 요청을 상세히 구분해 공개한다. 압수수색영장, 법원명령, 소환장, 미 정보국의 개인정보 요청 등 요구 방식에 따라 그 상세한 제공 내역을 공개한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참고해 통신, 포털, 메신저 서비스 업체들이 6개월마다 정부가 요구한 개인정보 내역과 이를 제공한 내역을 공시하도록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본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정부기관에 제공되면 모든 경우 3개월 안에 그 이유와 처리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주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이건 디지털 시대의 당연한 권리다. 현재는 예외조항이 너무 많아 20% 정도만 본인에게 통지된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은 이런 장치를 통해,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검경 역시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그게 한국의 미래인 ‘개방과 연결 그리고 공유’의 정신을 지키는 길이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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