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의심받아온 정윤회씨가 지난해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의심받아온 정윤회(59)씨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을 파악하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을 퍼뜨리는 등 국정에 개입했다고 <세계일보>가 28일 보도했다. 민간인인 정씨가 국정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일보>는 이런 내용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 결과 드러났다며 정씨의 동향을 담은 감찰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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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감찰보고서와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정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비롯한 10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번씩 정기적으로 모였다. 당시 강원도 홍천 근처에서 은거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정씨는 모임 날짜에 맞춰 서울 청담동 등의 식당에서 이들을 만났다. 모임은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중인 안 비서관 등이 청와대의 내부 사정과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등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찰보고서엔 정씨가 보고를 받은 뒤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씨는 지난해 송년 모임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 시점을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며 이른바 ‘찌라시’로 불리는 정보지를 통해 소문을 퍼지고 언론이 ‘바람잡기’를 할 수 있게 ‘정보 유포’를 지시했다. 보고서는 “김기춘 실장은 최병렬(전 한나라당 대표)이 VIP(박근혜 대통령)께 추천하여 비서실장이 되었는데, ‘검찰 다 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라는 말을 정씨가 했다고 적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감찰보고서. 세계일보 홈페이지 캡쳐
보고서는 정씨를 포함한 참석자들을 중국 후한말 조정을 장악했던 10명의 환관(내시)에 빗대 ‘십상시’라고 지칭했다. <세계일보>는 경찰 출신으로 청와대에 근무중이던 ㄱ경정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올해 1월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ㄱ경정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보도가 나간 뒤 청와대는 “보도에 나온 내용은 시중에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할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해당 내용이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보고된 건 맞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ㄱ경정이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작성한 보고서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포함해 문건을 작성한 담당자 등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철 석진환 기자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