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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파문…밝혀져야 할 의문점들

등록 2014-11-28 20:48수정 2014-12-02 15:44

① 떠도는 소문을 검증도 없이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
②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자 그걸로 그만?
③ 문건 보고뒤 연이어 왜 청와대 떠났나?
현 정부의 숨은 실세로 지목됐던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이 공개되면서, 추가로 밝혀져야 할 의문점도 꼬리를 물고 있다. 청와대는 28일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반박하면서도, 관련 문건이 작성되었고 이런 내용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되었다는 점까지는 부인하지 않았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와 검찰 조사가 예정된 만큼, 이번 기회에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던 비선 권력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 문건 신빙성 얼마나 되나 이번에 공개된 ‘청(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브이아이피(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지난 1월 당시 경찰에서 파견된 박아무개 행정관이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정윤회씨와 측근들이 만났다는 장소(서울 강남 신사동과 청담동의 중식집과 일식집)와 주기(한 달에 두번) 및 참석 인사, 논의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문건이 전언(~라고 함, ~했다 함) 형식으로 작성돼 있어 신빙성이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문건에 언급된 강남의 중식당 관계자들은 <한겨레> 기자와 만나 “(정윤회씨) 손님으로서 얼굴은 안다. 최근에 식당에서 본 적은 없다”(지배인), “10여년 전부터 손님으로 알게 됐지만, 최근 식당에 온 일은 없고 가게 앞에서 몇 번 마주쳐 인사한 적은 있다”(사장)며 문건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문건 내용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돼 비서실장한테까지 보고됐다는 점에서 사실 여부에 대한 정밀 검증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사정기관의 베테랑이라고 할 만한 경찰(박아무개 행정관)과 검찰(조응천 비서관) 출신 참모가 단순히 떠다니는 소문을 검증도 없이 대통령 비서실장한테까지 보고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문건 자체의 정확성을 떠나 지금껏 소문으로만 떠돌던 ‘정윤회’라는 인물의 실체와, 그에 대한 청와대의 감시 및 동향 파악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도 이번 문건을 계기로 명확해졌다.

■ 중요 의혹 보고받고 제대로 검증했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문건을 보고받은 뒤 사후 조처와 관련해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당시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한 근거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도 “상식적으로 3인방을 포함해 한꺼번에 10명씩이나 모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 문건에 언급된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정윤회씨를 2004년 이후 본 적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이라는 중요한 현안을 보고받고 청와대가 당사자들에게 확인해서 ‘아니다’라는 대답만으로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민정수석실은 평소 공직자들에 대한 미행이나 통화기록 조회, 현장 조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검증 및 조사를 한다. 정윤회씨와 문건에 등장하는 참모들에 대한 적절한 사후 조사가 이뤄졌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지시나 반발에 의해 문건의 내용 자체가 묵살됐는지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 보고서 작성 라인 경질…왜? 문건 작성에 관여한 박 행정관과 조응천 비서관이 각각 문건 보고 이후 1개월, 3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난 경위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청와대는 이들의 좌천 또는 경질에 대해 “통상적 인사”라고 설명할 뿐 “부정확한 보고서를 썼다”거나, 누군가를 음해했다는 이유를 제시한 적은 없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박 행정관이 경질돼 청와대를 떠날 때 개인적으로 가지고 나온 것들로 알려져 있다. 이 문건들 중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위 내용이 담긴 문건 일부가 몇 달 전 공개되면서, 청와대 내부가 발칵 뒤집힌 적도 있다. 향후 조사가 이뤄지겠지만, 통상 이런 대외비 문건 유출은 누군가 인사 조처나 사후 처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때 쓰는 방식이다. 문건에 언급된 정윤회씨 및 청와대 측근들과, 이들을 견제하려는 이들 사이에 어떤 알력이나 갈등이 있었는지도 규명돼야 할 핵심 사안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일련의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 또한 어떤 조처를 지시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해 보인다.

석진환 최우리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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