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한겨레’와 만나 “아무 것도 안 하고 논다”
박 대통령 측근 ‘3인방’과도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
‘비선 실세’ 부인한 그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나?
박 대통령 측근 ‘3인방’과도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
‘비선 실세’ 부인한 그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나?
<한겨레>와 <한겨레21>은 지난해 7월 이틀에 걸쳐 정씨를 서울 근교의 한 공원에서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4년 정치판을 떠난 뒤 종적을 감췄던 정씨가 언론과 만나 인터뷰한 유일무이한 사례입니다. 당시 정윤회씨와 나눈 일문일답 가운데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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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의심받아온 정윤회씨가 지난해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정씨의 실체는 충격적입니다.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자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과 정기적으로 만나 동향을 보고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기춘 비서 실장의 사퇴 시점을 “2014년 초중순”으로 언급하면서 사설 정보지(찌라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퍼뜨리라고 지시합니다.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지시를 내려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게 됩니다. 권력 실세의 국정 개입이 되는 겁니다. 그에 앞서 “청와대 쪽 사람들과는 연락도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던 <한겨레>와의 인터뷰 속 정씨의 말은 거짓말이 됩니다. 당시 정씨가 <한겨레>와 나눈 대화를 좀더 소개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연락하진 않나? 연락 올 일이 없다. 얼마나 바쁘시겠나? 지금은 더 그렇고. 참외밭에서 신발 끝 고쳐매지 말라는 옛말이 맞다. 한번 당해 보면 안다. 거듭 말하지만 아예 사람을 안 만난다. 혼자 있거나 아이와 있을 뿐. 2004년 정치를 떠난 이후엔 전혀 관여하지 않았나? 전혀 안 했다. 그만 하자. 내가 중죄인도 아니고. 만약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다면, 또는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무슨 역할을 했다면, 그래서 그런 내용들이 확인되면 내가 거짓말 한 게 되니까 정식으로 인터뷰하겠다. 난 죽은듯이 살고 있다. 28일 보도가 나간 뒤 청와대는 “감찰보고서는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 출신 행정관이 사설 정보지(찌라시) 내용들을 짜깁기 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습니다. “찌라시 수준의 터무니 없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청와대의 해명을 순순히 믿기는 어렵습니다. 설령 해명이 사실이라도 어처구니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의 해명대로라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하는 행정관이 증권가 찌라시 내용을 확인 과정도 없이 짜깁기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그 내용이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됐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당장 야당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진상조사단’을 꾸렸습니다. 정윤회씨는 물론이고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십상시’로 의심받는 인사들과 보고서 작성자 모두를 국회에 불러세우겠다는 각오입니다. 1년 4개월 전 정씨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내가 중죄인도 아니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나쁜 사람이 돼 있다. 나도 피해자”라며 정식 인터뷰를 고사했습니다. 사진 촬영도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이제 곧 환갑인데 편하게 살고 싶다. 내가 오늘 한 얘기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되면 그때 정식 인터뷰를 하겠다.” 머지않아 정씨와 ‘정식 인터뷰’를 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박현철 김외현 기자 fkcool@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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