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 보고서 작성자로 지목된 박아무개 경정이 현재 근무중인 서울의 한 경찰서 사무실 앞 안내판에 박 경정(맨 오른쪽)의 얼굴과 직위가 적혀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청와대 보고서 수사’ 검찰 시험대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처음으로 ‘사건’이 돼 검찰 손에 넘겨졌다. 형식상 ‘찌라시’를 짜깁기한 보고서가 보도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청와대 비서관들이 피해자이지만, 검찰의 수사 의지와 진전 방향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이 일 수도 있다. 검찰 수뇌부의 진실 규명 의지가 주목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30일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만 밝혔다. 수사의 형식과 방향, 범위 등을 보여줄 검찰의 ‘액션’은 특정 부서에 사건 배당이 이뤄지는 1일에야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 대상은 우선 이번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들과 사장 등 고소장에 적시된 6명에다 아직은 특정되지 않은 ‘보고서 유출자’까지 포함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들의 보도 행위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를 따지기 위해 보고서 내용의 진위 확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는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이 만났다는 시기와 장소, 발언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온다. ‘십상시’ 구성원으로 지목된 청와대 비서관들이 회합 장소에 대해 ‘그런 음식점은 알지도 못한다’고 하는 만큼, 검찰은 수사 초기에 고소인 조사를 받을 이들을 상대로 ‘알리바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문서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동선과 실제 만남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객관적인 진술을 해줄 증인이나 목격자, 참고인 등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검찰 관계자는 “그렇게 비밀스런 모임을 가졌다면 관련자들이 자기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만큼 ‘차명폰’의 존재 여부, 그 전화들의 상호 수·발신 내역과 위치추적의 성공 여부가 이 사건의 성패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문제는 휴대전화 통화내역 보관기간이 1년인데, 보고서에 언급된 기간(2013년 10~12월) 중 상당 기간이 시시각각 소멸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로서는 아직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1개월(2013년 12월)치 통화내역과 위치추적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핵심은 ‘비선 실체’ 여부
권력 사유화 밝힐 기회 유출 문제만 치중할땐
‘청부 수사’ 비난 직면할듯 청와대가 보고서 유출 경위도 수사해 달라고 의뢰해,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박 경정은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세계일보> 쪽은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출처를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직접 언론사에 건네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쳤다면 청와대 인사에게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처럼 누군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청와대 공문서를 의도적으로 빼돌렸다면 또다른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 그 자체가 ‘권력 사유화’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사는 보고서 내용의 진위 여부와 유출 경위를 동시에 쫓는 ‘투트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 중에서 정치적 의미와 여론의 관심이 큰 것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여부다. 검찰이 이 대목보다 유출 문제에 더 치중한다면 ‘청부 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검찰 다잡기가 끝나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등의 표현이 들어 있다. 실제로 김 실장 취임 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문제로 옷을 벗고 수사팀은 좌천을 당하는 등 검찰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 그런 면에서 검찰 조직도 원치 않은 시험대에 올라선 처지가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정씨와 비서관 등을 어디까지 조사할지는 모르겠다. 노력을 한다 해도 얼마만큼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씨나 청와대 비서관들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잇따라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이번 사건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말도 나온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권력 사유화 밝힐 기회 유출 문제만 치중할땐
‘청부 수사’ 비난 직면할듯 청와대가 보고서 유출 경위도 수사해 달라고 의뢰해,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박 경정은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세계일보> 쪽은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출처를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직접 언론사에 건네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쳤다면 청와대 인사에게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처럼 누군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청와대 공문서를 의도적으로 빼돌렸다면 또다른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 그 자체가 ‘권력 사유화’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사는 보고서 내용의 진위 여부와 유출 경위를 동시에 쫓는 ‘투트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 중에서 정치적 의미와 여론의 관심이 큰 것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여부다. 검찰이 이 대목보다 유출 문제에 더 치중한다면 ‘청부 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보고서에는 “검찰 다잡기가 끝나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등의 표현이 들어 있다. 실제로 김 실장 취임 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문제로 옷을 벗고 수사팀은 좌천을 당하는 등 검찰 조직이 크게 흔들렸다. 그런 면에서 검찰 조직도 원치 않은 시험대에 올라선 처지가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정씨와 비서관 등을 어디까지 조사할지는 모르겠다. 노력을 한다 해도 얼마만큼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씨나 청와대 비서관들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잇따라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이번 사건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말도 나온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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