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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지만, 정윤회 되치기에 다시 뒤집기 시도?

등록 2014-11-30 21:39수정 2014-12-02 13:58

‘정윤회 문건 유출’은 막후실세 파워게임의 연장전?
정, 비서실 통해 국정 개입 vs 박, 민정실 통해 견제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박아무개 경정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 사무실 앞에 30일 ‘출입 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박아무개 경정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 사무실 앞에 30일 ‘출입 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건작성·유출 등 핵심 쟁점은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서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박아무개 행정관이 작성했다는 이 문서의 내용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여부가 첫째 쟁점이라면, 또다른 쟁점은 이 문서가 어떤 이유나 의도로 작성되었고 왜 외부에 공개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보고서, 과거 발언 등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살아 있는 2년차 권력’을 둘러싼 예민한 사안인 만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된 당사자들은 종적을 감추거나, 부인하거나, 입을 닫고 있다. 주초부터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예정이지만, 외부 실세들이 청와대 내부에서 벌인 은밀한 파워게임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 박지만 vs 정윤회?…김기춘은?

정치권에서는 보고서 세부 내용의 진위 논쟁을 벌이기보다 해당 보고서가 작성된 이유와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이들이 좌천된 뒤 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되는 과정을 규명하는 게 오히려 이번 사안의 본질과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결과적으로 정윤회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회장 사이의 알력 다툼이 그대로 드러난 셈인데,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인사 등 어떤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형국이다. 전체적인 상황만 보면, 정윤회씨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라는 청와대 총무, 제1, 2 부속실 비서관들을 통해 국정에 개입하려 했고, 박지만 회장 쪽이 민정수석실을 통해 이를 견제하면서 빚어진 사건처럼 비친다. 이전에 불거졌던 ‘정윤회씨, 박지만 회장 미행설’도 같은 맥락이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박 전 행정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와 그의 상관이었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박지만 회장 쪽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행정관이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전면에 나서 문고리 권력들을 견제해야 한다. 그런데 문고리들이 박지만 회장을 경계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청와대 3인방이나 정윤회씨 등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친인척인 박 회장의 개입 자체를 극도로 경계했고, 이에 따라 박 회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조 비서관과 대립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사건이 불거진 직후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조 비서관을 격하게 성토했다고 한다. 조 비서관의 사퇴와 박 행정관의 경찰 복귀 등 보고서 작성 이후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 ‘박지만 회장 쪽’이 ‘정윤회씨 쪽’을 견제하기 위해 ‘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다가 역공을 당해 청와대에서 줄줄이 쫓겨났고,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유출됐으며, 언론보도는 ‘박 회장 쪽’의 재반격일 수도 있다는 추론까지 전개될 수 있다. 청와대 내 권력충돌 조짐은 정부 출범 직후에도 있었다. 여권 핵심 인사들과 법조계에선 정부 출범 때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라인에 자기 사람을 밀어넣으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누구는 누구 인맥’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청와대 동향보고 문건 공개 이후 보도된 당사자들 주요 발언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정, 문고리권력 쥐고 국정개입
박, 민정수석실로 견제
‘문건 작성’ 당사자들 사퇴·좌천 당하자
박쪽, 문건 언론에 유출한듯

문건내용 진실 여부도 관심
등장인물 ‘정확도 0%’ 주장에도
모임장소 등 상당히 구체적

박지만-정윤회 갈등 구도에서 별도로 주목되는 인물은 ‘태풍의 눈’처럼 자리한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김 실장은 보고서의 주요 인사로 등장하지만 이번 보고서 작성, 유출, 언론보도 등을 전후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외형적으론 박지만-정윤회 갈등 구도에서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김 실장은 박 회장이나 정윤회씨, 또는 청와대 3인방 어느 쪽과도 특별히 가깝게 지내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회장과 정윤회씨 사이의 갈등을 누구보다 자세히 파악해 보고받고, 이에 따라 대통령의 의중을 집행한 이도 김 실장이라는 것이다.

■ 동향보고 문건 내용은 진실일까?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안팎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동향보고에 적시된 내용 중엔 부정확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청와대 내부 인사는 “정윤회씨가 이런저런 개입을 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문건에 나온 디테일(세부 내용) 중에는 제대로 맞는 게 없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동향보고에 언급된 이른바 ‘십상시’(문고리 권력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및 여권 참모들) 중 한 명도 “3인방이 청와대 외부 장소에서 한꺼번에 모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30일치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문건 정확도는 0%”라며 “정씨는 (청와대 들어온 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 동향보고에 등장한 이른바 ‘십상시’ 인물들 가운데 일부가 정윤회씨와 정기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씨가 김기춘 실장 사퇴설을 이른바 ‘찌라시’(정보지)에 유포하라고 지시했는데, 올해 들어 실제 비슷한 내용들이 ‘찌라시’에 잇따라 등장했다는 점, 청와대 비서관들과 모임을 했다는 청담동 중식당에 실제로 정씨가 자주 들렀다는 점 등 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정씨의 실제 동선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점 등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향후 검찰 조사 등을 통해 규명돼야 할 점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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