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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 대통령 “문건은 루머, 유출은 국기문란”…수사지침 논란

등록 2014-12-01 22:00수정 2014-12-02 13:51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 사흘만에 진화 나서
검찰, 수사 전담부서 따로 배당…야당, 특검 촉구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보고서 논란과 관련해 “이번에 문건을 외부에 유출하게 된 것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문건 공개를 통해 본격 제기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은 사실상 루머로 단정하고, 청와대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된 경위를 적발하는 데 검찰 수사를 집중하라는 쪽으로 일종의 공개지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런 공직기강의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28일 <세계일보>가 청와대 내부 문서를 근거로 “정윤회씨 국정개입은 사실”이라고 보도한 지 사흘 만에 나온 첫 공식 반응이다. 박 대통령도 이번 사안의 정치적 폭발력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파장 잠재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는 국정과 관련된 여러 사항들뿐 아니라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들과 각종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그것들이 다 현실에 맞는 것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며 “만약 그런 사항들을 기초적인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유출시킨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고 사회에 갈등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정윤회씨 관련 의혹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제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 문서 유출을 누가 어떤 의도로 해 이렇게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지에 대해 조속히 밝혀야 한다”며 “검찰은 내용의 진위를 포함해 이 모든 사안에 대해 한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만만회’(박지만·이재만·정윤회를 지칭)를 비롯해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로 국민이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청와대 문건 유출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문건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는 쪽으로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어서 또다른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이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문건 유출 경위 수사로 물꼬를 돌려 사태를 모면하려 한다”며 “청와대가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하며 가이드라인을 쳐놨는데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정조사 또는 특별검사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에서 “이번에 이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가면 박근혜 정부에 대해 그나마 남은 신뢰가 떨어지고 그러면 이 정부는 최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며 이렇게 요구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할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사건의 명예훼손 부분과 문건 유출 부분을 분리해, 각각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수2부(부장 임관혁)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애초 공무원 범죄와 명예훼손을 주로 다루는 형사1부가 사건을 전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문건 유출 부분을 따로 특수부에 맡기면서, 내용의 진위보다 유출에 수사의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황준범 정환봉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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