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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보고서 유출 놓고…정윤회 “민정수석실 배후”, 조응천 “제3자 소행”

등록 2014-12-02 20:58수정 2014-12-03 01:37

정윤회-조응천 정면 충돌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보고서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보고서 내용의 신빙성과 유출 경로, 정씨와 청와대 실세 비서관 3인방의 관계 등을 둘러싸고 양쪽이 대결 양상을 벌이면서 권력 암투설을 키우고 있다.

2007년 이후 연락끊었다던 정씨
“4월 이재만 비서관과 통화” 말바꿔
보고서 신빙성에 엇갈린 발언
정 “찌라시 수준”, 조 “6할 이상”

■ ‘정윤회 보고서’의 신빙성

최근 공개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보고서(1월6일 작성)는 박근혜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 정윤회씨가 청와대 실세 비서관들과 지난 연말에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 국정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와 정씨는 “찌라시를 모아 놓은 수준”이라며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정씨는 2일치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작성자인 박아무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과 통화한 사실을 소개하며 “박 경정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타이핑한 죄밖에 없다. 그것을 밝히려면 윗선에서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민정수석실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응천 전 비서관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보고서의 신빙성에 대해 “6할 이상이라고 본다. (첩보가 맞을 가능성이) 6~7할쯤 되면 상부 보고 대상이 되는 것이다”라며 “그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내용의 진위를 밝힐 1차 당사자인 박 경정은 기자들에게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다물고 있어, 검찰 조사에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윤회씨와 비서관 3인방의 접촉 여부

정씨는 청와대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3인방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그간 “2007년 이후 연락을 끊고 있다”고 전면 부인해왔으나, 2일 이 말을 정정했다. 지난 3월 <시사저널>에 ‘정윤회씨가 박지만 이지(EG)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4월에 이재만 비서관과 통화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당시 조응천 비서관 좀 만나게 해달라고 이재만 비서관과 통화했다”며 “그 외에는 통화한 적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사저널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려고 조 전 비서관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남겨가며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안 닿자 이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 보고서 유출 경로

정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시사저널 문제가 터졌을 때도 나는 (민정수석실의) 조작이라고 직감했다. 지금이랑 똑같다”며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이런다면 나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보고서 작성과 유출의 배후로 민정수석실을 지목했다. 청와대는 유출 의혹을 밝혀달라며 지난달 28일 민정수석실 소속이던 박 경정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조응천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5~6월 민정에 올라간 한 문건에는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며 “나는 당시 사퇴한 뒤였기 때문에 평소 친분이 있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제3자가 유출했다’는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은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의 최근 설명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 정윤회-박지만 암투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과 정윤회씨가 각각 공직기강비서관실(조응천 전 비서관, 박 경정)과 부속실 비서관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을 대리인 삼아 암투를 벌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씨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박 회장이랑 권력 암투할 게 뭐 있냐”고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도 ‘정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의 3월 보도에 대해 “100% 오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마 당시 박 회장이 정씨 쪽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조심하라는 말은 들은 것 같다”며 “그래서 박 회장이 김기춘 실장에게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미행설’이나 이번 보고서 자체만으로도 정씨와 박 회장의 갈등이 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황준범 기자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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