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사실로 드러난 사안도 싸잡아 “찌라시”…박 대통령이 ‘국기 문란’ 자초

등록 2014-12-07 20:10수정 2014-12-07 22:09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문체부 국과장 경질 지시 등
사실로 확인된 이후에도
사건 인식 조금도 변함 없어
3인방과 정윤회는 ‘곁가지’고
대통령이 공사 구분 못한 탓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만나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사건에 대한 인식이 초기와 조금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그는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들과 각종 민원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이번 사건은 실체가 있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의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보도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조선일보> 인터뷰, 박 대통령이 직접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경질을 요구했다는 <한겨레> 보도로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

사건 이후 나타나는 ‘당사자들의 태도’와 ‘움직일 수 없는 사실’ 두 가지를 살피면 대략 진실을 추정할 수 있다.

정윤회씨 국정 개입에 대해 ‘3인방’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정씨나 박 대통령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펄펄 뛰고 있다. 정윤회씨 국정 개입은 실제보다 과장된 것일 수 있겠다.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일을 이처럼 강하게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론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강한 부인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는 사실로 확인되었다. 첫째, 박 대통령이 직접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을 거명하며 경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와 청와대 내부 인사에 ‘누군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진 사례가 있다고 증언했다.

이 두 가지가 겉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사에 개입한 ‘누군가’가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인사 개입의 주범으로 ‘3인방’이나 ‘정윤회’를 지목했지만 사실은 박 대통령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핵심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대통령도 인사 청탁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걸 대통령의 부탁이라고 드러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낙점했거나 선호하는 인물을 놓고 감싸려는 대통령 및 대통령의 대리인들과 청문회에 대비해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충돌하는 현상은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현상이 매우 심했다.

박 대통령과 3인방의 관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최근 “3인방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원을 했더라도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본질이 뭘까?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아니라, 혹시라도 박 대통령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벌어진 혼선은 아닐까? 이 대목을 정확히 확인하려면 정윤회씨의 부인이었던 최순실씨 등 ‘비선 인맥’과 ‘3인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가능할까? 어려울 것이다.

나머지는 어쩌면 곁가지다. 정윤회씨와 박지만씨의 권력투쟁을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박지만씨 본인이나 박근혜 대통령 모두 대통령 취임 전부터 박지만씨 국정개입 논란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박지만씨가 힘을 썼다고 알려진 인사의 대부분은 당사자의 ‘자가발전’이라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김기춘 비서실장이 권력 실세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목도 흥미롭다.

이제 사건은 어떻게 전개될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 대한 근거 없는 모함을 극도로 싫어한다. 1970년대 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최태민 사건을 겪으며 생긴 ‘정신적 외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여론과 여권 일각에서 요구하는 ‘김기춘 실장 및 3인방 퇴진’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그렇게 전망한다.

그렇다고 여론이 잠잠해질까?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들은 믿기 어렵게 되어 있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이 모든 혼란은 박 대통령이 자초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사태의 파장과 후유증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과 싸워서 이긴 대통령은 없었다. 정권의 추락과 레임덕은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김건희 비판 체코 기사’ 뜨자마자, 한국대사관이 전화기 들었다 1.

‘김건희 비판 체코 기사’ 뜨자마자, 한국대사관이 전화기 들었다

성일종 ‘50~60대 군 경계병’ 법안 검토…“재입대하란 거냐” 2.

성일종 ‘50~60대 군 경계병’ 법안 검토…“재입대하란 거냐”

이재명 “권력 줬더니 누구 딸 잡을 생각이나 하고 있어” 3.

이재명 “권력 줬더니 누구 딸 잡을 생각이나 하고 있어”

‘빈손 만찬’…‘불통’ 윤 대통령에 여권 공멸 위기감 4.

‘빈손 만찬’…‘불통’ 윤 대통령에 여권 공멸 위기감

이재명 “임종석 ‘두 국가론’ 당 입장 아냐…헌법상 한 영토” 5.

이재명 “임종석 ‘두 국가론’ 당 입장 아냐…헌법상 한 영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