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제보 지목 박 전 지방국세청장은
‘정윤회 국정 개입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에게 제보한 것으로 지목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박아무개씨는 현재 세무법인을 경영하는 전직 세무공무원이다.
박씨는 중부지방국세청에서 근무하던 2003년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 재개발 사업 편의를 봐주며 시행사로부터 부동산을 헐값에 차명 매입했다는 혐의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이 사건은 무혐의로 끝났다. 그는 2011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쳤다.
고위직 세무공무원 출신인 박씨는 언뜻 정치권이나 청와대와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력을 보면 정윤회씨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고 볼 만한 지점이 나타난다. 두 사람이 친분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박씨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하나로 지목되는 인사와 동향 출신이다. 또 고급 정보가 집중되는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을 지내 경찰 등 사정기관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박씨는 발이 넓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경정이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정보 제공자에 관해 검찰 조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이 박씨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가 작성된 지난해 말 또는 올해 1월께 박 경정의 통화기록 등을 분석해 박씨가 ‘진원지’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씨가 뭐라고 진술하는지, 그가 이른바 ‘십상시 모임’에 참석했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었다는 것인지 등이 보고서 내용의 진위 확인에 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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